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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May 23. 2020

상담 내내 울어도 기분은 한결 나아진다

이해가 가더라도 서운하다는 감정 자체를 부정하려고 하지는 마세요

오늘도 상담 다녀왔다. 당분간은 매주 가려고. 아침에 기차 놓치는 줄 알고 깜짝 놀라서 후다닥 옷입었다가 시간 착각한 거 알아서 다시 누워서 30분 더 잤다. 아침에 시간을 착각하는 일이 잦구나. 다시 잠들었을 때에도 시간 맞춰 못 일어날까봐 잠에서 여러 번 깼는데, 기차에서 잠을 자면서도 혹시 자다가 내릴 곳을 지나치지 않을까 계속 불안했다. 잠을 잘 때도 집에서 쉴 때도 시간이 흐르는 걸 인지하면 마음이 불안하다. 이렇게 휴일이 다 갔구나, 이제 출근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구나. 월요일만 힘든 게 아니라 매일매일이 힘들다. 그러면서 매일매일이 빨리 지나가서 주말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토요일은 상담가는 날이라 좋다.

오늘은 서운함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했다. 지난 한 주를 어떻게 보냈는지, 어떤 마음으로 버티는지 주로 이야기하다가 서운함과 부러움, 질투심을 느꼈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울음이 터졌다.

- 서운했지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 그래도 서운한 건 서운한 거죠.
- 화난 건 아니고, 서운하다고 말하고 싶지도 않았어요. 이해하려고 했죠.
- 이해가 가시겠죠. 그래도 서운하다는 감정 자체를 부정하려고 하지는 마세요. 내가 더 잘했어야 하는데, 내 잘못인데 라는 생각도 마시고요. 상황이 그런 건데, 본인 탓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으신 거 같아요.

네. 그러네요. 어떤 사안에 대해서 특히, 특정한 사람들 사이에서 특히 진지하고 재미없는 사람이 되는 느낌을 받는데 그건 그럴만해서지. 내가 유난히 재미없는 사람이어서가 아닌 거야.

상담을 마치고 나면 나도 잘 돌봐주지 않던 마음을 선생님이 한 번, 선생님의 도움으로 스스로도 또 한 번 위로한 것 같아서 울면서도 기분이 나아진다. “많이 힘드셨겠어요. 굉장히 서운하셨을 거 같은데. 지금 되게 어려운 상황이시네요.”라는 말을 들으면 아, 맞다. 나 힘들지 하고 그제서야 내가 나 힘든 걸 알아봐준다. 부끄러울 일은 아닌데 울면서 상담실을 끝내고 나면 서둘러 바로 건물 밖으로, 온전히 혼자가 되는 곳으로 온다. 엉엉 울음이 그치지 않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소리내어 조금 더 울었다. 좋았다.    

집에 돌아와서는 후다닥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었다. 후식으론 어제 산 수박을 먹었다. 두 시간 가까이 화상통화로 회의를 하고 이제 자려고 한다. 내일이 되어 봐야 알겠지만 의욕이 좀 생기는 것도 같다.

내일은 할 일이 많겠다. 청소하고 빨래도 하고 도시락 반찬도 만들어야지. 도서관에 가서 책 반납하고 원고도 다시 써봐야겠다. 대출도서 드디어 석 달만에 반납하라고 문자 왔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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