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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May 24. 2020

책 읽어야지, 원고 써야지, 유튜브 해야지. (조만간)

오랜만에 반성과 후회 없는  일요일

뿌듯한 일요일이었다. 어제 다짐했던 일 대부분을 해냈다. (원고만 못 씀) 머리 감은지 며칠 되었더라, 너무 가려워서 모른척 잠을 더 잘수가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다시 잠들 수 있으면 자고, 아니면 늘어져 소파에 누워있을 작정이었다. 당연히 샤워를 하고 나서 정신이 들어버렸고 배도 고팠다. 아침부터 소고기 안심을 구워 먹었다. 고기를 넣은 버섯볶음을 만들려고 며칠 전 재난지원금으로 산 고기다. 약간 고민을 했지만 지난주 내내 애썼고 내일부터도 또 고생할 건데 고기 먹고 기분이 좋아진다면 그걸로 됐다 싶어서 낼름 구워먹었다. 맛있었다.

고기를 먹었으니 기운이 났고 좀 쉬다가 집안일을 했다. 벼르던 이불커버 교체, 청소기로 바닥 청소, 세탁기 돌려 빨래하고 이미 널려있던 빨래 정리, 다 된 빨래 널기. 도시락 반찬도 다 만들었다. 중간에 도서관에 가서 책도 반납하고 새로 읽을 책도 빌려왔다. 버섯요리로 덮밥을 만들어 점심도 먹었다. 와우, 오늘 일 참말로 많이 했다. 아침에 비가 오더니 오후엔 해가 나서 빨래도 잘 마를 것 같다. 환기하려고 열어놓은 창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들어왔다. 오랜만에 마음 편한 일요일 오후를 보냈다.

무기력과 괴로움이 사라진 건 아니지만 마음을 무겁게 하던 짐을 조금 내려놓아서 인 것 같기는 하다. 해결된 건 아니지만 지금 내 상황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나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분에서 조금 벗어났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범위를 정하고, 각오와 다짐을 했다. 나 때문에 문제가 점점 엉망이 되어가는 거라고 믿던 과도한 죄책감과 책임감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이야기해봤다. 나아질 거라는 기대와 희망이 생겼고 그 마음만으로도 나아진 것 같았다. 실제로 나아졌으니까 지난주의 나처럼 내내 무기력하게 누워있지 않고 생활인의 바퀴를 슬슬 굴리게 되었으리라. 귀찮아도 일어나 샤워를 했더니 다시 눕지 않게 된 것도 다행이다.

헨리 유튜브 채널 “헨리 뭐 했니”에서 천재 어린이들과 협주하는 영상을 봤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자기 작업에 집중하는 사람의 모습은 정말 멋지다. 흠, 나도 멋진 모습을 뽐내고 싶군. 내가 생각하는 나의 멋진 모습은, 나의 작업은 뭘까? 아무래도 쓰는 사람인가. 타이핑을 하건, 공책에 손글씨로 적건 내가 가장 집중하는 행위는 쓰기인데 먹방하듯 쓰방을 해볼까 하는 생각을 잠깐 했다. 내일 회사 가서 유튜버님께 물어봐야지.

도서관이 부분 개관을 해서 입구에서 발열체크를 하고, 신상정보를 적은 뒤 대출실에 가서 반납과 대출만 할 수 있었다. 문을 열지 않는 사이에도 신간이 많이 들어왔다. 기분 좋게 5권을 빌려 돌아와 남은 오후에는 슬렁슬렁 책을 읽는 중이다. 쓰는 걸 좋아하는 사람치고 많이 읽지 않는다는 콤플렉스가 있는데, 슬슬 읽고 싶은 책부터 다시 읽으면서 읽는 일에도 편해지려고 한다. 서평이나 독후감까지는 못쓰더라도 올해부터는 다이어리에 읽은 책의 제목을 정리하고 있다. 지난달까지는 5~7권은 읽었는데 이번 달에는 딸랑 2권뿐이다. 앞으로 일주일 남았으니까 오늘 빌려온 책을 열심히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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