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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우선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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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May 25. 2020

진짜 유튜버가 되겠어!

우선쓰소, 바닥 소장입니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이름하여 ‘쓰방’.
쓰는 모습을 찍어서 올리는 유튜브다. 이미 4월부터 매일매일 일기를 써서 올리고 있으니 과정 전체를 찍어 올리는 것, 쓰는 내용이 다 보이는 것은 상관없다. 쓰는 사람의 브이로그다.  

공부하는 모습을 찍어 올리는 공부로그들이 꽤 많다고 들었다. 유튜브를 즐겨 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 입짧은햇님의 먹방이나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은 본다. 어제 헨리의 협주 영상을 본 뒤로 나도 뭔가 하고 싶은 마음이 매우 커졌다. 매일매일 지속할 수 있는 나만의 콘텐츠는 무엇일까. 이미 내가 하고 있는 것이거나 시작하기에 부담스럽지 않고 큰 힘 들이지 않고 계속 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일기를 써서 브런치에 올리는 과정을 찍어서 유튜브에 올린다면? 누가 볼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성실성을 자랑하기에는 적합한 콘텐츠다. 커서만 깜빡거리는 빈 화면이 글자로 가득 채워지는 과정을 빠르게 돌려도 재미있을 것 같다. 좋아, 해보자!

내가 브런치에 올리는 일기를 꼬박꼬박 챙겨 읽어주는 친구들이 몇 명 있는데, 어제 일기에서 언급한 회사 동료 유튜버 님이 아침에 나를 보자마자 ‘좋아요, 쓰방!’이라고 반겨주었다. 그래서 오늘 회사에서 짬짬이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일단 6월 업로드를 목표로 오늘부터 하나씩 촬영해보기로 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화면을 기록하는 중이다.

한 가지 걱정은 노트북인데, 작년 연말에 키보드가 망가져서 사설 수리점에서 15만원이나 주고 고쳤는데도 똑같은 문제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키보드 맨 윗줄이 말을 듣지 않고 종종 이상한 문자가 입력되거나 아예 창이 닫혀버린다. 그래서 포기하고 새 노트북을 살 때까지는 별도의 블루투스 키보드를 사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유튜브로 타이핑을 하는 손을 촬영하려면 적합한 화면을 찾아야 하니 일단 그냥 노트북 키보드를 사용해서 촬영 중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큰 문제는 없다.

방송을 한다고 생각하니 떨리는 모양이다. 나중에 편집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두 개의 화면을 합치려고 아이폰 카메라는 타이핑하는 내 손을 찍고, 모니터 화면을 녹화하고 있는데 누군가 보고 있는 것처럼 손에 힘이 들어가고, 집중해서 글을 작성하기가 어렵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독자를 위해 글을 쓰는지, 시청자를 위해 화면을 만들고 있는지. 재미있는 경험이다. 익숙해지면 신경 쓰지 않고 글을 쓸 수 있겠지.

유튜버가 될 생각을 하니, 당장 집에 인터넷을 설치해야할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휴대전화 데이터만으로도 생활에 불편은 없었는데, 영상 업로드하려면 인터넷이 필요하지 않을까. 혹시 나중에 실시간 스트리밍이라도 하고 싶다면... 옆자리 현직 유튜버님이 말린다. 영상을 올릴 때만 필요하잖아요. 구독자 수가 천 명 안 되면 실시간 스트리밍도 못해요. 하하하. 저는 이미 유튜브 채널 이름과 구독자 애칭까지 생각해놨는데..... 성격이 급해서 인터넷 설치를 알아보는 전화를 걸었다가 보류시켰다. 그래 일단 영상도 몇 개 찍어보고, 편집도 해보고, 채널 인트로 영상도 만들고, 로고송 같은 것도 만들고. 꼭 필요한 거 먼저 하자. 장비를 마련하거나 비용을 투자하는 일은 그 이후에 해도 된다. 유튜버인데 집에 인터넷도 안 되고 특별한 장비 없이 휴대전화로 그냥 찍었다고 하면 그것 역시 쫌 멋져 보인다.

뭔가 할 일이 생각나니 활력이 돋는 기분이다. 역시 나는 ‘일’이 있어야 살아있는 기분이 나는 걸까. 상담 선생님은 뭔가를 하려고 너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편치 않아 보인다 하셨다. 실제로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니면서 아무것도 안 했어요, 그냥 시간을 보냈어요 라고 말하면서 뭐라도 해야만 가치 있다고 여기는 것 같다고, 기분이 가라앉는 시기를 맞이 하는 게 너무 두려워서 어떻게든지 컨디션을 끌어올리려고 뭔가 계속 시도하는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그게 나를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고. 그래서 애써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일요일에 종일 잠을 자거나, 해야할 일을 미뤄두고 머리가 아플 정도로 휴대폰만 붙들고 있어도 이런 시간을 내가 지금 필요로 하기 때문에 그러는 거라고, 괜찮다고 되뇌인다. 노력하지 않고 가만히 두면 스스로를 미워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올해의 괴로운 시기는 그나마 예년보다는 나은 것 같다. 이도저도 꼼짝달싹 못하는 괴로움의 끝까지는 아직 가지 않았고 느릿느릿 왔다갔다 하는 느낌. 뭔가 낌새가 이상하면 부담가지 않는 선에서 이런 저런 시도도 해보고, 상담 가는 횟수를 늘리고, 적극적으로 휴식을 찾고, 상담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안 해봤던 방법을 써보기도 한다.

일기 쓰기는 내게 맞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괴로움을 잊는 현실 도피의 수단, 스트레스 해소, 자기 치유, 회복탄력성을 기르고 생활력을 기르는 훈련이 된다. 어렵지 않고, 지금까지도 늘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할 수 있고 하고 싶다. 그러다보면 마음이 단단해지겠지. 그런 측면에서 쓰방도 괜찮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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