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우선쓰소로 다시 즐거운 출근
퇴근을 하면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기분이다. 내 마음 속에 정해놓은 유튜브 시작은 6월 1일.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빨리 퇴근하고 집에 가서 오늘의 촬영 테스트를 해봐야겠다는 마음뿐이다. 운 좋게 교사인 친구가 온라인 수업을 위해 사놓기만 하고 쓰지 않은 스탠드가 있다고 해서 오늘 택배로 받았다. 타이핑 하는 손을 찍기에 좋은 장비다. 디자이너님에게 부탁해서 저해상도로 갖고만 있던 이미지를 다시 용량 큰 파일로 만들 예정이다. 우선쓰소는 예전에 쓰기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면 좋겠다 생각하면서 만들어두었던 서비스명이고 나름 이미지를 조합해 로고도 만들었다. 조금 다른 방식이긴 하지만 어쨌든 쓰게 되었다.
회사에서의 괴로움을 줄여보고자 금요일은 도시락을 싸지 않고 외식을 한다. 벌써 4주째다. 처음부터 이렇게 정해놓은 것은 아니었지만 몇 번 하고 보니 한 주 간의 괴로움을 잊고 주말을 맞이하는 나와 옆자리 동료의 의식이 되었다. 월요일부터 이번 금요일에는 무엇을 먹을지 회의한다. 화요일에 이미 치킨으로 메뉴를 정해두었다. 수요일과 목요일은 치킨을 기다리는 낙으로 버텼다. 퇴사한 동료가 점심시간에 맞춰 놀러 와서 즐거운 만찬시간을 가졌고 오후엔 팀장님이 휴가라 사무실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어제도 생각했지만 아무리 회사가 괴로워도 퇴근하면 회사는 잊고 머릿속엔 나의 유튜브만 가득하다. 다행이다.
브런치에 매일매일 일기를 써 올린 지 거의 두 달이 다 되어 간다. 처음에는 성실히 매일 일기를 쓰는 것만을 목표로, 나를 위한 기록, 일기들이 쌓이는 성취감을 위해서 시작했다. 딱 한 명 진심으로 읽어주는 친구에게 매일매일 글을 보내면서 독자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고맙고 뿌듯하고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이었다. 그리고 두 달 째, 브런치의 글 조회수가 날마다 늘 100은 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살짝 좋아졌다. 글 한 개의 조회수는 30정도지만 그간 써 둔 글들이 많으니 이것저것 한두 개씩 눌러보다보면 찾아온 사람들이 머무는 시간도 길어지고, 읽는 글의 수도 많아지는 것 같다. 그렇게 기분이 좋아지는 걸로 끝이면 참 좋겠는데 점점 통계에 자꾸 집착하게 된다. 오늘은 몇 명이나 왔다갔지? 어제는 150이었는데 오늘은 왜 100밖에 안 되는거지? 하면서 마음이 많이 쓰인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자꾸.
유튜브를 시작해도 그러겠지? 구독자수는 몇 명인지, 조회수는 몇인지. 보고 또 보면서 신경을 쓰겠지. 구독자를 막 늘리고 싶으면 그런 방식을 찾아가야 할 텐데 그런 노력을 하지 않을 건 뻔하다. 브런치 글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많이 보고 조회수가 높으면 좋지만 누구든지 무조건 많은 사람이 글을 읽는다고 좋은가? 지난번처럼 노출이 되어서 갑자기 유입자가 많아지는 게 좋으면 그렇게 선택되고 노출될만한 글을 전략적으로 써야 한다. 그런데 그건 또 싫으면서.
정말 내 글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충성 독자로 찾아와 읽게 하고 싶다면 글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지금 이렇게 그냥 쓰는 일기는 처음에 마음 먹은 것처럼 ‘나의 성실성’을 자랑하는 것일 뿐이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목표인 건 맞다. 성실하게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면 그 목표에 해당하는 결과만을 평가해야 하는데, 그 외의 것, 조회수나 즉각적인 반응과 애정을 받지 못한다고 섭섭해한다는 건 말이 잘 안 맞는다는 거지. 무엇을 원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마음을 똑바로 보세요. 무조건 노출이 잘 되거나 구독자와 조회수가 많기만을 바라는 건 아니고 어느 정도는 내 글과 내 콘텐츠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찾아와 주기를 바라는 거라면 조회수가 점점 조금씩 늘어서 평균 100이 된 걸 흐뭇하게 생각하면 된다. 흐뭇하긴 해. 자꾸 더 욕심이 생겨서 그렇지. (더 잘 쓰고 싶은 욕심을 갖지 그러니?) 유튜브를 시작해도 조회수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아야지. 하하하. 마음은 이렇게 먹지만 전전긍긍할 게 뻔하다. 그때는 주변 친구들에게 널리널리 알리면서 일단 자신감을 회복하고 격려를 받는 게 중요하겠지! 두둥 곧 시작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