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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May 30. 2020

지금처럼만, 괴로움은 금방 잊고 즐거움을 기대하며 살기

내 몫을 톡톡히 해내기를

덥다. 낮에도 더웠고 지금도 덥다. 오늘은 상담가는 날, 아침 일찍 일어나 기차를 타고 지하철을 갈아타고 멀리멀리 상담을 다녀왔다. 사무실에 앉아서 근무할 때는 한낮에 밖을 돌아다닐 일이 없으니까 이렇게 더운 줄을 잘 몰랐지. 정말 땡볕이 내리쬐는 한여름이다.


상담 한 시간 받자고 편도 서너시간씩 다른 도시를 다녀오는 일이 쉽지는 않다. 그래도 상담을 다녀오면 마음이 좀 편해지니까 시간과 비용을 들여서라도 주1회 상담을 간다. 이번 상담선생님은 그나마 지금껏 만났던 선생님들 중에 가장 마음이 편하고 잘 맞아서 지역의 다른 선생님을 새로 찾느니 그냥 이 선생님과 앞으로 주욱 계속 해볼 생각이다. 상담을 한 지 1년이 넘었고 올해초부터는 격주로 다니고 있었는데 이번 달 들어 괴로움을 견디기가 너무 어려워져서 다시 주1회로 횟수를 늘렸다.


상담시간을 기다리며 이번주에 쓴 일기도 다시 읽어보고,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하다보니 신기하게도, 회사에서는 미칠 것처럼 괴롭지만 퇴근하고 집에 와서 유튜브니 일기니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기분이 꽤 좋았기 때문에 하루를 정리하는 일기장에는 좋은 이야기만 가득했다.


매일매일 하루의 기분을 점수로 매겨서 보통은 0점, 아주 행복한 날은 +3, 아주 괴로운 날은 –3으로 표시하고 있는데 +1인 날이 많았다. 마음을 무겁게 하던 걱정들도 알아서 잘 정리되는 중이다. 회사만 아니면 참 잘 지내는데.... 회사를 당장 그만둘 수 없으니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마음을 내지 않고 그냥 돈을 번다는 마음으로 다니는 수밖에. 앞으로도 이렇게만 지낼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올해말까지.. 뭐...잘 지낼 수 있지 않을까... 그러기를 바랄뿐이다. 7개월....

방금까지는 잠자는 방으로 책상을 옮겨서 작업실로 꾸리는 정리 작업을 했다. 하는 김에 방바닥을 쓰고 닦느라 땀이 났다. 나는 내일모레부터 유튜버가 될 건데, 유튜브 촬영용 작업을 하려면 우리 집에서 가장 소음이 적은 장소에서 글을 써야지. 암. 미래의 백만 유튜버로서 말이지. 그래서 원래 잠을 자던 작은 방으로 책상을 옮겨왔다. 일기를 쓸 때는 문을 닫고 있을까 하다가 같이 사는 고양이 가지가 열어달라고 문을 긁길래 편히 왔다갔다 하시라고 문을 조금 열어두었다.

상담 선생님께도 조만간 유튜브를 시작한다는 말을 했다. 요즘 기분이 좋은 것도 그것 덕분이라고. 매일 일기를 쓰면서 괴로움을 잊을 수 있었고, 쓰는 건 내가 잘할 수 있고 잘하는 일이니까 그걸로 조금 더 나가 유튜브를 하기로 했다는 ‘배경’을 이야기했다.


나는 작업자나 창작자로서, 넓게는 살아가는 데 가치관이나 태도 같은 것들을 포함해서까지, 내 색깔과 주관이 너무 없는 것 같아서 아쉽고 늘 콤플렉스가 있다. 그래도 조금씩 쓰는 사람, 성실히 그 과정을 즐기는 사람, 기록하는 사람으로 정체성을 가지려고 한다고. 상담선생님께선,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고 지금까지도 그 방향에 맞게 살아오고 작업해 오셨을 텐데 확신이 없고 늘 불안해했을 뿐이라고 하셨다. 아마 기존에 진심으로 응원 받거나지지 받아본 경험이 적어서 그런 거 같다고. 특히 원가족과의 관계에서.

내가 가족 이야기를 조금 꺼내기만 하면 거기서 연결된 무언가를 찾아내고 끄집어내려고 하시는 것 같아서 그런 쪽으로 끌려가고 싶지 않은 마음이 생긴다.

지금 친구 이야기 하고 있잖아요, 뻔하게 가족관계나 과거의 경험으로 해석하려고 하지 마세요. (오늘은 이 말은 하지 않았다. 전에는 하기도 했고) 오늘은 선생님이 질문하신 감정과 경험 중에 가족들과의 그것을 이야기하다가 일부러 친구들과의 이야기로 내가 옮겨가려고 다른 이야기를 한참 했는데 결국은 가족 이야기를 또 하고 있었다. 굳이 일부러 피하고 싶어하는 것도 살펴봐야 하는 지점인 것 같다. 그래도 자연스럽게 상담자를 믿고 천천히 가보는 중이다. 본가에는 작년 연말 아버지 제사 때 마지막으로 갔었고, 엄마를 비롯 다른 가족들과 연락도 잘 안하고 지내는데 그렇다고 미워하거나 싫어하는 건 아니다. 그리워하지도 않는다. 자연스럽게, 자연스럽게 되겠지. 너무 걱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지금 당장의 관심사는 친구들과 새롭게 벌이는 일이 잘 되었으면, 내가 그 안에서 내가 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가는 데 내 몫을 톡톡히 해내기를. 낼모레 시작하는 유튜브에 너무 기대하고 실망하지 않기를. 상담실을 나서며 그래도 너무 반응에 좌지우지 될까봐 걱정이라고 말씀드렸더니

- 브런치 일기 조회수도 연연하는데 유튜브 시작하면 더 그러지 않을까요?
- 당연하죠, 당연히 그러실 거예요. 사람이라면 모두 다 그래요.  

그렇단다. 어쩔 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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