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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Jun 07. 2020

치킨 대신 목살, 여름엔 수박

다음주를 위한 장보기

나는 오늘 치킨을 먹지 않았다. 어제의 다짐을 지키지 못했다. 작업실에 나가지 않고 적당히 일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서둘러 일어나지 않았다. 늦잠을 잤고 12시가 다 되어 일어났다. 11시부터 치킨을 먹을지 말지 이불 속에서 고민했다. 일요일이니까 일찍부터 문을 열겠지? 지난 번 친구가 왔을 때 배달시켜 먹은 치킨집에 전화를 걸었다. 통화중이신지 문자가 왔다. 문자로 남겨주세요. 후라이드 한 마리 어디어디로 배달이라는 문자를 남기기가 좀 그래서 그냥 계속 누워 있었다. 원래 나의 최애 치킨집은 배달을 하지 않아서 주문하고 찾으러 다녀오는데 오늘은 맘껏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서 다른 집에 주문을 하려던 거였다. 배달앱은 잘 쓰지 않는다.  


정오가 훌쩍 지나도록 점심으로 뭘 먹어야 할지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치킨 하나 시켜 먹는 게 무어 그리 큰일이냐 싶겠지만 나는 이런 일에 소심하다. 다음 주의 도시락을 위해서 장을 봐야 하니까 장보러 나가는 길에 치킨을 주문하고 찾아올 생각으로 집을 나섰다. 지난주에 한 솥 끓여놓은 토마트스튜가 4인분 가까이 남아서 이번주에 도시락 반찬을 준비할 필요는 없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주에도 그걸 지겹게 내내 먹을건지는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마땅히 생각나는 메뉴가 없다. 일단 장을 보러 가서, 둘러보다 보면 뭘 해먹을지 생각이 날 수도 있으니까 일단 가본다.


제일 무난한 메뉴는 유부초밥이다. 제품을 사서 밥에 동봉된 양념을 넣고 비빈 뒤 유부에 끼워넣기만 하면 된다. 세일하는 제품이 있어서 4인분짜리로 한 봉 샀다. 지난 주에 사놓은 순두부가 있으니 찌개에 넣을 애호박도 하나 샀다. 남은 애호박으로 된장찌개나 된장국을 끓이면 괜찮을 거 같으니까 감자도 샀다.


치킨 말고 삼겹살을 사서 구워먹을까? 기름에 튀긴 것보다는 오븐에 구우면 왠지 몸에 더 좋을 것 같은데? 치킨은 한 마리에 15,000원인가 16,000원인가 했던 거 같다. 목살 두 덩이를 샀다. 5천원이다. 수박도 한 통 샀다. 혼자서 수박을 다 못 먹을 거 같지만 일주일 내내 맨날맨날 먹으면 상하기 전에 다 먹을 수 있다. 길 건너 사는 친구와 나눠먹어도 되지만 지난번에도 나눠주기 전에 다 먹어버렸다. 10,800원짜리와 12,500원짜리 두 종류가 있었다. 큰 차이가 없어보여서 더 싼 걸 골랐는데 계산할 때 보니 비싼 걸 집어 왔다. 계산하시는 분께 가격이 맞냐고 다시 한 번 물어봤는데 내가 실수해놓고 다른 사람을 의심한 것 같아서 부끄럽다. 죄송하다는 말은 못했다. 이번에도 오이, 당근, 오이고추를 샀고 양배추 대신 양상추를 사봤다. 일주일 내내 같은 메뉴를 먹는다고 해도 신선한 채소를 씹으면 기분이 좀 나아질 것이다. 수박을 냉장고에 넣으려면 선반을 꺼내고 안을 전면 조정해야 한다. 이리저리 겨우 냉장고 안에 다 넣었다.


집에 와서 오븐에 목살을 굽고, 고기가 구워지는 동안 버섯이랑 양파를 후라이팬에 구웠다. 깻잎도 씻고 파프리카도 썰었다. 비빔국수도 후다닥 만들었다. 배불리 점심을 먹었고 지금까지도 배가 안 고프다.


어제 작업에 이어 오늘도 원고를 썼다. 편집자님이 내일 확인하도록 새벽시간으로 예약발송을 걸었다. 주말에는 일하게 하면 미안하니까.


저녁을 먹지 않는 대신 수박을 썰어 먹었다. 네 조각으로 나눠서 지퍼백에 담아 다시 냉장고에 넣었다. 이제 냉장고 선반을 다시 끼워도 된다. 다시 이리저리 냉장고 안을 정리했다. 한 조각은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통에 담았다. 생각날 때마다 야금야금 먹으면 된다. 참외나 포도를 좋아하지 않으니 여름에는 먹을 과일이 별로 없다. 사과랑 귤 먹고 싶다.


https://youtu.be/636oTOlQ7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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