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미역국 5인분, 오늘은 제육볶음 2.5인분, 내일은 치아바타 2개
퇴근길엔 골똘히 집에 가서 뭘 먹을까 생각한다. 보통은 전날 다 계획을 세워놓는 편이지만 날씨나 컨디션에 따라 급작스럽게 변경하거나 다른 메뉴를 추가할 수도 있으니까 집에 도착하는 순간까지 뭘 먹을지 오로지 그것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한다. 그래서 어제는 부추전을 부쳐 먹었다. 비 오는 날엔 전이지.
주말엔 도시락 반찬을 고려해서 장을 본다. 보통은 버섯이나 채소류를 간장이나 고추장, 된장, 굴소스 등으로 볶아서 덮밥을 해먹는다. 김치나 장아찌류의 반찬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상관없다. 빠지지 않고 챙기는 건 당근, 오이, 방울토마토. 지난주에는 국물을 곁들이고 싶어서 낱개 포장된 국을 사서 끼니때마다 하나씩 뜨거운 물을 부어 먹었다. 황태미역국, 미소된장국, 황태북어국이었는데 미역국이 제일 맛있었다. 이번주엔 꽈리고추베이컨볶음을 만들려고 꽈리고추와 표고버섯을 샀는데 지난주에 끓인 된장찌개 2인분이 남아있어서 월요일과 화요일의 도시락으로 싸갔다. 그리고 어젯밤에 미역국을 한 솥 끓였다. 된장국을 끓을 때 멸치다시다 육수를 잔뜩 내서 병에 담아두었는데 오래 두면 상할 것 같아서 그걸로 미역국을 끓여버렸다.
간편하게 끓일 땐 마늘을 쫑쫑 썰기만 하는데 어제는 좀더 제대로 하고 싶어서 돌절구에 마늘을 콩콩 빻았다. 참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마늘을 볶다가 불려놓은 미역을 넣고 볶다가 육수를 부었다. 역시나 미역이 어마어마하게 많았기 때문에 맹물도 한참 더 부었다. 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하고 보글보글 한참을 끓였다. 이번 주의 도시락 반찬의 주인공은 미역국이 되겠군. 도시락으로 싸가지고 다니는 1인분 용기에 세 개를 담았다. 수목금 3일의 도시락이 해결되었다. 그러고도 2인분 이상이 남는다. 저녁밥으로 먹으면 되겠네. 하고 식혀두었다.
집에서 저녁밥을 먹을 때도 신선채소를 곁들인다. 이번주는 부추와 상추다. 지난주엔 양배추였다. 간장과 고춧가루로 겉절이를 무치기도 하고, 월남쌈 소스와 와사비를 섞어 샐러드드레싱을 만들기도 한다. 집에 있는 걸로 대충 적당히 만든다. 부추전을 만들 때는 냉동유부 몇 장과 엄마가 보내주신 참외장아찌를 부추전 반죽에 같이 넣었다. 소금간이다 생각하고 짠지를 넣으면 간이 맞을 것 같았다. 맛있었다.
계획대로였다면 오늘 저녁밥은 미역국 한 그릇에 밥을 말아 미역국밥과 부추와 상추 겉저리 또는 오이고추를 된장에 찍어 먹었어야 했다. 집에 운전해 올 때까지만 해도 고추를 된장에 찍어먹을까 고추장에 찍어먹을까만 고민하면서 왔다. 그런데 집에 와서 보니 이미 어제 미역국을 끓이기 전에 다음날의 반찬으로 엄마가 얼려서 보내주신 제육볶음을 해먹으려고 냉장실로 옮겨놨었다는 게 기억났다. 한번 녹인 걸 다시 얼릴 수는 없지, 냉동실에 또 너무 오래 두면 안되겠지. 미역국과 제육볶음을 한 끼에 같이 먹어도 되겠지. 그래서 오늘 저녁은 갑자기 제육볶음으로 변경되었다. 양파와 꽈리고추를 추가로 썰어넣었다. 해놓고 보니 2.5인분 정도 되는 양이다. 깻잎과 상추에 쌈 싸먹고 오이고추도 먹었다. 내일 도시락으로 1인분 싸고, 0.5인분 남은 건 잘게 잘라서 더 작은 통에 담아두었다. 내일 저녁에 볶음밥으로 해먹어야겠다. 이로써 내일 세 끼 메뉴가 다 정해졌다.
아침은 치아바타 빵이다. 오늘 점심시간에 회사에서 구웠다. 어제 점심시간에 반죽해서 하룻동안 숙성시켜 두었다. 적당히 대충 쉬운 레시피를 골랐다. 두 개를 구워서 하나 반을 회사에서 간식으로 먹고 반 개가 남아서 싸왔다. 내일 아침에 먹으면 된다. 내일도 점심시간에 두 개 구울 예정이다. 회의에서 남은 간식 쿠키와 마들렌도 각각 한 개씩 싸왔으니 아침 식사가 푸짐하겠다. 사과랑 같이 먹어야지.
먹는 데 진심인 나의 식사에 관한 사실 한 가지 더. 나는 저녁에 2인분의 쌀을 불려놓고 아침에 출근할 때 쌀을 도시락통에 담아 출근한다. 회사 공유주방에 있는 전기밥솥에 예약취사로 딱 점심시간에 밥이 되게 한다. 점심시간에 1인분을 먹고, 쌀을 담아갔던 도시락에 1인분의 밥을 싸와서 저녁밥으로 집에 와서 먹는다. 나의 식생활은 아주 계획적이고 체계적이다. 비록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변동이 심하기는 하지만.
꽈리고추와 버섯이 많이 남아있으니 아마 이 식재료들은 다음주의 도시락반찬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