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숙면 좀 못하면 어때, 평생 숙면을 포기할게. 내가 잘못했어.
할 일이 있어서 퇴근하자마자 컴퓨터 앞에서 작업중이었다. 가지의 컨디션이 미~세하게 평소와 조금 다른 것 같았지만 크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었다. (오래 같이 지내다보면 뭔가 다른 느낌이 온다)
7시부터 9시까지 열심히 일을 하는데 그 이상한 느낌은 점점 심해졌다. 화장실에 가는 낌새가 보이면 바로 따라 들어갔다. 고양이 모래 매직카펫 제품 서포터즈에 당첨되어서 사용후기를 성실하게 남겨야 하기 때문에 배변순간, 배변 후 모래 상태를 찍으려고 졸졸 쫓아다녔다. 한 두번은 내가 귀찮아서 볼일을 안 보는 가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다섯 번이나 그냥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순간, 아! 이건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틀 전에 (당첨되어서 받은 중간 입자 클래식, 작은 입자 스몰포테이토를 각 한 포씩 부어 전체갈이를 해줬기 때문에 화장실이 마음에 안 들 리는 없을 터였다.
그렇지만 이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다. 다행히 우리 가지가 다니는 병원은 24시간 진료를 본다. 내일 아침에 출근을 약간 미루고 갈까, 반차를 내고 갈까, 그냥 지금 갈까 생각하다가 바로 출발. 야간 응급진료 시간이 10시부터라고 하니 그 전에 도착하면 특진비는 안 내도 될지 몰라. (그건 아니었다. 9시까지 진료시간이고 10시까지는 처치 및 회진으로 휴진. 10시부터 응급진료 다시 시작이란다) 밤새 또 얼마나 나빠질지도 모르고, 전에도 방광염 때문에 병원 다닌 적 있으니까 안 좋을 때 바로 가는 게 좋겠어.
다행히 9시 반 정도에 진료를 봐주셨고, 초음파 찍어보니 전처럼 슬러지들이 보인다고. 방광벽도 두껍고 결석인지 뭔지 뭉친게 보이는데 상태를 지켜보면서 이게 사라질 지 문제가 있는 것일지 봐야 한다고 하신다. 걱정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아주 나쁜 건 아닌 것 같아서 약이랑 방광에 좋은 보조영양제랑 처방사료랑 사가지고 왔다.
생각해보니 지는 2주 정도, 가지를 훈련시킨답시고 저녁에 다른 방에서 재운 게 스트레스 상황이었던 거 같다. 새벽 두 시나 세 시, 어쩔때는 두 시에 한 번, 네 시에 한 번 자기 마음대로 나를 깨워서 숙면을 취할 수가 없는 상황이 너무 힘들었다. 잘 때는 인간 침실에 못 들어오게 하는 집사도 있다고 하는데 이미 우리 가지는 3년 간 자기 마음대로 집안 구석구석을 다니던 고양이인데 그게 될까. 우리집은 잠금장치도 마땅치 않고 문 앞에서 문을 긁고 들어오고 싶다고 앙앙 우는 고양이를 내가 외면할 수 있을까. 전에 내 방 미닫이문을 가지가 손쉽게 열고 들어왔던 생각도 났다. 그래도 다른 집사가 자기는 어린 인간 아기도 어느 정도 크면 혼자 다른 방에서 재우는 것처럼 고양이도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줘서 시도해보기로 했다.
걱정이 되었지만, 정말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어서 스트레스 상황이 되자 작은 방은 가지 자는 방, 큰 방은 인간 자는 방으로 분리해서 시도해보자 싶었다. 고양이도 훈육이 된다고 했으니까.
인간이 잘 시간이 되면 가지방에 들어가 불을 끄고 한 30분 정도 명상을 하면서 가지를 재웠다. 숨숨집에서 가지가 잠든 듯, 쉬는 듯 얌전히 앉아있을 때 냉큼 나만 쏙 빠져나왔다. 밤에 가지가 울었겠지만 멀리서 들리는 소리는 적당히 외면할 수 있었다. 그렇게 2주 가까이 지났다. 아침에 되면 얼른 가서 문을 열어주고 내 방문도 열었다. 그렇게 우리가 잘 지내고 있는 줄 알았는데....인간이 착각이었던 모양이다.
알겠어 가지. 이제부턴 허튼 생각 안할게. 인간이 숙면 좀 못하면 어때. 가지가 안 아픈 게 우선이지...
아프지만 말아줘.
(가지가 아프기 전에 매직카펫 고양이 모래 서포터즈에 선정되어 모래를 세 포 받았다. 원래부터 쓰던 모래였는데 갈 때가 되어서 주문하려고 몰에 들어갔다가 체험단/서포터즈 모집 공고를 보고 신청해서 선정되었다. 맨 처음엔 홍화씨를 썼었는데 일년쯤 후에 지금처럼 화장실을 못가고 낑낑거리길래 병원에 데려갔다가 방광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알게되었다. 그때부터 매직카펫을 추천받아 쓰고 있었다. 오줌을 싸자마자 흡착력이 좋아서 감자로 짠 만들어주고, 응고력도 괜찮은 편이라 삽으로 퍼낼때도 많이 부서지지 않았다. 냄새도 나쁘진 않은데 나는 워낙 냄새에 덜 민감한 사람이라서 그럴수도. 이번에 탈취제도 신청해서 받았는데 쓰지 않는다. 여튼 이벤트에 당첨이 안 되었어도 나는 매직카펫을 계속 썼을 건데 당첨되어서 무료로 후원받아 쓰고 있으니 이렇게 이야기를 남긴다!)
고양이모래 매짓카펫 쇼핑몰 https://magic-carpet.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