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가 직접 콘텐츠를 구독자에게 바로 메일로 보내는 서비스를 많이들 한다. 작가 직거래 메일링 서비스는 아마도 일간 이슬아의 대성공 이후로 많은 작가들이 시도해보고 있는 듯하다. 이슬아 작가가 인터뷰에서 여러번 밝혔듯 처음에는 매일 일기를 보내주고 후원금을 받는 잇선 만화가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뉴스레터 형식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았던 예로는 고도원의 아침편지 정도가 떠오른다. (너무 옛날 사람 같군)
그 뒤로도 비슷하거나, 발전되었거나, 구체화된 기획 메일링들이 엄청 늘어났다. 수입원이 필요한 작가도, 마감과 독자를 만들고 싶은 작가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은 작가도 양질의 컨텐츠를 생산해주었다. 구독료를 정해 놓은 사람도 있었고, 자발적 후원금의 형태로 계좌만 알려주는 사람도 있었다. 주제도 연재 단위로 다양했다. 유명한 작가도 있었고, 꾸준히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는 덜 유명한 작가도 있었고,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싶은 곧 작가도 있었다.
나는 몇개의 메일링 서비스를 받아보다가 지금은 곧 작가님의 메일링이랑, 음악을 선곡해주시는 메일링만 받는다. 각종 기관의 뉴스레터는 잘 읽기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하고 아주 남이 되고 싶지는 않아서 수신거부를 하진 않았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질문해본다. “메일링서비스, 너도 실은 하고 싶지? 근데 따라하는 거 같아서 뭔가 더 특별한 거 하고 싶지?”
남들 다 좋아하는 건 괜히 안 좋아하고 싶고, 남들 다 하는 거 말고 획기적인 거 하고 싶은 마음. 그게 ‘관종의 마음’인지 ‘선민 의식’인지는 모르겠는데 사실 되게 흔한 마음인 건 안다. “나는 블록버스터는 안 봐” “나는 남들 다 좋아하는 ** 캐릭터 말고 ** 캐릭터에 마음이 가던데” 같은 생각은 ‘유행하는 거는 다 따라 해보고 싶은 마음’과 똑같이 ‘유행하는 거는 괜히 안 해보고 싶은’그저 그런 심리다.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후지다는 것도 아니고 정말 그냥 그렇다. 그냥 흔하다. 그 두 가지 마음 역시 개인의 어떤 기호나 판단 과정을 거쳤을 테니 무시하거나 비난할 필요도 없고. 근데 아직도 쬐금은 유행을 무조건 따라하는 걸 더 취향이 없는 사람처럼 취급하는 마음이 남아있나보다. 나만의 것을 찾고 싶다거나 만들고 싶다거나 하는 마음과는 조금 다르다. 남들보다 특별한 걸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거다. 여전히 비교하고 평가하고 내가 정해놓은 얼토당토 않은 기준과 목표에 못미친다고 스스로에게 엄격하게 대하고 자책한다. 그러지 않으려고, 그런 마음의 부담에서 벗어나려고, 스스로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이미 나로서 충분한 ‘나만의 무엇’을 찾고 그걸로 창작이든, 직무든 해내고 내 삶을 살아가려고 상담도 하고 마음 공부도 하고 연습도 한다.
지난 번 상담에서 ‘꼭 획기적인 걸 해야 한다는 부담을 버리라’는 말을 들었다. 어쩌면 특별한 무언가를 나만 할 수 있다고 믿는 건 오만 같다. 아니 게으른 것이려나. 내 주제에 그런 걸 어떻게 해, 같은 생각하고는 또 다른데 나는 뭔가 다른 걸 할꺼야, 너네들과 달라 같은 생각에 가까운 거 같다. (엄청 창피한 생각인 걸 알지만 기억하려고 적는다) 그러니까 동시에 나의 위치가 순위로 매겨지는 거다. 나보다 잘난 사람이 있고, 나보다 못난 사람이 있고 내 마음 속으로 누군가는 무시하고 누군가는 질투하고 조롱하면서 건강하지 못한 마음을 쓴다.
무엇이든 내가 하면 나의 고유한 것, 나만 할 수 있는 것이 되는 건데 혼자 머릿 속으로 뭔가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는 게 순간 누군가가 떠올라 정신이 바짝 차려졌다. 생활력이 거의 없는 인물이었는데 일확천금을 꿈꾸면서 내가 지금 이렇게 하찮은 일을 하고 있지만 자본금만 있으면 어쩌구 사업을 해서 크게 성공할 수 있다 고 믿으며 현실을 성실히 살지 않았다. 어머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면 지금 내 모습도 그와 비슷해지고 있어. 뭔가 진짜 괜찮은 거 할거야, 남들 다 하는 메일링서비스니 이런 거 아니야, 돈도 많이 벌 수 있고 인기도 얻을 수 있는 뭔가가 있을 거야, 지금은 생각이 안 나지만. 근데 내가 지금 엄청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서 조금 그런데, 일단 잘 쓰는 사람이 먼저 되야할텐데 잘 쓰는 사람이 어떻게 되지? 하면서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드는 느낌.
아니, 뭐 그렇다고 당장 메일링서비스를 시작하겠다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그 마음을 좀 들여다보고는 싶었다. 5일마다 꾸준하게 글 한 개씩, 마음 한 개씩은 차곡차곡 쌓다보면 전보다는 조금 더 잘 쓰는 사람이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