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1일이 임인년 음력 설이었다. 새해는 지금부터야. 아르바이트 때문에 연말연시를 정리하지 못했으니 2월부터 진짜 새날을 살겠노라고 다짐했다. (조금 소원해졌지만 나는 다짐의 왕이었다.)
트위터에서 본 이다님의 생활계획표에서 영감을 얻어 생활계획표를 그렸다. 쓰다말다 하다말다 했던 습관노트 적기와 매일루틴도 떠올렸다. 2021년에도 매일요가를 하겠다고 20일 정도 하다가 말았는데 올해도 역시 적어본다. 드로잉, 요가 및 운동에 올해는 영어공부도 더했다. 2020년 12월에 퇴사하면서 2021년부터는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처음 몇달은 놀 거니까 6월 정도부터 하겠다고 야무지게 계획을 세웠는데 어쩌다보니 한해가 다 가버렸고 2022년에도 똑같이 올해는 영어공부를 해야지..하고 생각만한다. 시작한다면 스피크이지 수업을 들으려고 하는데 아마 명확한 목표가 없으니 흐지부지 된 것 같다.
절대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매일 그림도 그리고 요가도 30분씩 하고 영어공부도 하겠다고 굳게 다짐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하면 좋고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너무 완벽하게 해내겠다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내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훤하다. 하루 빼먹었다고 지금까지 쌓아놓은 탑도 스스로 무너뜨리며 어짜피 망했어, 난 제대로 하는 게 없어, 라고 자책하며 완벽하지 않은 건 다 쓸모없다고 지금까지 해왔던 걸 부정한다. 완벽을 향해 노력하는 자세야 어떤 면에서는 꼭 필요하고 중요한 태도지만 뭐 하나 삐끗했다고 해서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아무리 연습을 해도 실력 향상에는 정체기가 있을 테고 실전에서 실수를 할 수도 있다. 실수도 실력이라는 말을 워낙 듣고 살아서 실수에 대고 핑계대지 말자, 절대 실수 하지 않는 실력을 쌓자고만 생각해왔다. 그런데 실수를 포함해 그날의 날씨나 상대방, 컨디션 등등 내가 어쩔 수 없는 것들이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나머지는 자연에 맡긴다. 마치 농사처럼, 그저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선을 다해 성실히 할뿐이다. 김연아 같은 위인이 아니고서야 흔들림 없이 묵묵히 최선을 다하기도 어렵다. 어느 날은 열심히 하기도 하고 어느 날은 아니기도 하고 노력하겠지만 변수는 언제나 생길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라는 말이겠지.
모르는 길을 갈 때는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예상 시간보다 2배 정도 여유를 두고 출발한다. 자전거를 타고 회사에 다닐 때도 한시간 정도 여유를 두었다. 첫날에 20분 정도 길을 헤매다가 겨우 출근을 했을 때 ‘오늘은 첫날이라 헷갈려서 시간이 더 걸렸지만 이제 한번 와봐서 길을 알게 되었으니 1시간이면 될것 같다’는 나에게 “과연 그럴까요?”되물어 주던 동료의 현명함이라니. 맞다, 내일이라고 길치인 내가 길을 헤매지 않을 리가 만무하다. 실제로 매번 조금씩 길을 헷갈렸고 늘 1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길을 헤매는 시간까지를 포함해서 총 소요시간을 계산하는 일은, 예산에 예비비를 추가하는 것만큼 필수다.
길게 이리저리 돌려가며 변명하건데 요가도 영어공부도 2주째 안 하고 있다는 소리다. 그래도 오늘은 봄이 오는 기념으로 1시간 정도 자전거를 탔다. 지난주에 한번 작가인 친구와 온라인으로 그림 수업도 했다. 5일에 한번씩 뭐라도 써서 올리겠다는 5일글장 프로젝트도 벌써 네번째 날. 잘 해오다가 하루 빠졌다고 그 뒤로는 나몰라라 하지 않겠다는 다짐, 너무 잘 하겠다고 괴로운 마음을 부둥켜안고 하지도 않으면서 스트레스를 잔뜩 받지는 않겠다는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