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자전거를 그렸어요. 그림 선생님인 친구가 따라 그려보라고 골라준 그림을 보고 그렸어요. 자동차도 연습해보라고 그림을 줬는데 자동차는 영 그리기가 어려워서 마음에 들진 않았는데 자전거는 그려놓고 보니 귀여워서 제법 마음에 들었어요.
만화를 그리고 싶어요. 엄청 재미있는 이야기를 상상할 재주도 없거니와 많이 읽히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건 아니에요. 주제라고 해야할까요 꼭 표현하고 싶은 뭔가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이런 저런 떠오르는 생각을 가볍게 글로 쓰듯 쿡쿡 웃음이 나는 에피소드를 그림으로 그리고 싶어요. 담담하게 나의 하루를 기록하는 차원에서. 처음엔 생각하는 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만화를 그리지 못하는 것 같았어요. 깜짝 놀란 표정, 호들갑 떨며 뛰어가는 모습, 귀여운 고양이의 얼굴 같은 걸 그리기가 어렵잖아요. 그래서 무조건 그림을 잘 그리는 게 먼저다. 연습! 연습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연습만큼 하기 싫은 게 또 있나요. 내가 프로 만화가가 될 것도 아닌데 뼈를 깎는 훈련을 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조금 하다 말고 조금 하다 말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어요.
매일 요가를 하겠어! 결심했던 순간에는 하루 한 컷씩 기억나는 동작을 그리기도 했었는데 며칠 하다 말았죠. 요가도 그림도 둘 다 중단. 야심차게 모임을 만들어서 해보겠다며 활동지원금을 받아놓고 흐지부지 되기도 했어요.
저는 어렸을 때 공부는 곧잘해도 예체능은 못하는 아이였어요. 다른 과목 성적이 다 좋고 체육이나 미술이 별로면 그게 또 공부 잘하는 아이의 특징으로 인정되는 분위기이기도 했어요. 다행히 노래는 좀 잘 불렀다고 합니다. 너는 노래는 잘해. 그림은 못 그려. 체육은 못해도 괜찮아. 그런 말들을 들었던 것 같아요. 좀 그렇네요. 그래도 아주 어렸을 때 장래희망이 화가였던 걸 보면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나봐요. 그것조차도 고학년이 되자, 이렇게 그림을 못 그리는 얘가 장래희망이 화가였다고? 깔깔깔, 하는 웃음거리가 되기는 했지만요.
못 그리는 그림이지만 공책에 만화를 그렸던 기억이 나요. 세실리아라는 여자 아이가 주인공이었어요. 그 뒤로도 단체 여행 같은 걸 가서 혼자 심심할 때 그림을 그리곤 했던 거 같아요. 직장인이 되었을 때 어렸을 때 못 다녀본 미술학원에 다니겠다고 그림 수업을 받은 적도 있고요.
그림을 그릴 때, 내가 완성한 그림을 볼 때 ,재밌고 좋기는 한데 아휴 되게 못그렸네, 좀더 잘 그렸으면 좋으련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어온 ‘너는 그림을 못 그린다’는 어른들의 평가가 어느새 내 마음의 소리가 되어버린 것 같기도 해요. 그림 선생님인 친구들은 그린 이가 좋으면 된 거라고 하는데, 선생님이 잘 그렸다고 칭찬하기 전까지는 조마조마 하거든요. 스스로에게 좀 더 너그러워지면 좋으련만. 말로는 내가 직업인도 아닌데 재밌으면 됐지, 라고 말하지만 머릿속으로는 그래도 잘 그리면 좋잖아, 라고 자동적으로 반사적으로 습관적으로 생각하고 맙니다.
오늘은 자동차를 먼저 그렸는데 선이 단순화되어 있는데도 어렵더라고요. 많이 그려본 것도 아니고. 지난번에 사진을 보고 그린 자동차 그림이 너무 너무 마음에 안 들어서 정말 못그렸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림 선생님인 친구들이 잘 그렸다는 거에요. (그림1, 그림2)아니 이 친구들은 내가 전문가가 아니니까 뭘 그려도 잘 그렸다고 하는 건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또 선생님들이 잘 그렸다고 하면 잘 그렸나보다 하고 안심하게 되는 면이 있잖아요. 그래서 으음, 이게 잘 그린거라고? 하며 의아해했죠. 오늘 그린 자동차는 그래도 못 그렸다고 할 거 같은 걱정이 드는 거에요. 아니, 사실 좀 못 그리면 또 어떤가요. 참. 으이그. 으이그.
자전거를 그릴 때도 어려웠는데 다 그리고 색칠까지 해놓으니 좀 귀엽긴 하더라고요. 자동차도 색칠을 하면 지금보단 더 귀여워지려나. 조만간 색칠을 해보려고요.
못 그려도 괜찮아, 충분히 귀여워. 아이구 꾸준히 그리고 있구나. 역시 성실의 아이콘 같으니라구. 오늘도 그림 좋다. 마음에 쏙 든다.
자꾸 자꾸 연습해보는 셀프 칭찬. 앞으로도 쭈욱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