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행보_完州行步23
에어비앤비와 언니방밤밥
집에 모르는 (아마도) 남자가 다녀갔다. 이틀 집을 비우고 돌아오니 시원한 남자 화장품 냄새가 난다. 이불이 뒤집혀 있을 뿐 방 모양새는 나설 때와 거의 같다. 3일 내에 28, 812원이 입금될 거라고 에어비앤비에서 문자가 왔다.
에어비앤비는 빈방을 여행자들에게 내주는 숙박공유 사이트다. 완주까지 여행 오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 해도 그런 사람이 에어비앤비로 우리집에 묵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재미삼아 집이 빌 때 푼돈이라도 벌어볼까싶어 지난 겨울 등록해두었다. 에어비앤비가 막 만들어질 당시에는 정말 자기 집에 노는 빈방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전문적으로 숙박업을 하는 사람들이 예약사이트로 이용한다고 한다. 제주나 부산처럼 유명한 관광지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사람들도 주로 에어비앤비를 통해 손님을 받는다. 전주에도 한옥마을 주변 숙박업소가 많이 올라있는 걸 보니 아마도 우리집에 온 손님은 전주 숙소를 검색하다 찾은 것 같다.
나는 원룸에 살기 때문에 손님이 온다면 집을 통째로 내어주어야 한다. 친구네 집에 신세를 져야 할 참이었는데 이번엔 일이 있어 서울에 가게 되었다. 손님을 맞이할 마음으로 청소를 하면서도 집에 전혀 모르는 사람을 들인다는 것이 걱정이 되어 만약에 일어날지도 모르는 사고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체크아웃을 했을 거라 생각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그 사람이 아직 자고 있다면? 어딘가 숨어있다가 갑자기 나타난다면? 귀중품을 잃어버린다면? 가전제품이나 유리창, 문, 가구 등 집 상태가 엉망이 되어 있다면? 불안하기로 치면야 집에 다른 사람을 들이지 않더라도 걱정거리는 많다. 우리집에 불이 날지도 몰라, 강도가 들지도 몰라, 지진으로 집이 무너질지도 몰라, 만약에, 만약에, 만약에... 일단 처음이니까 이번엔 그냥 해보기로 했다.
손님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한 뒤 내 전화번호를 전해받고 문자를 보냈다. 나도 현관 비밀번호를 문자로 알려줬다. 무사히 체크인을 했다는 연락, 다음날 잘 쉬었다 간다는 인사도 문자로 왔다. 걱정했지만 별일 없어 다행이었다. 여행이 가진 신비한 힘이라는 게, 여행자들은 진정 하룻밤 묵을 곳이 아쉬운 때가 많고 그런 여행자들에게 대가없이 마음을 내어주는 사람도 많다. 나 역시 해외여행 중에 카우치서핑으로 남의 집에 무료로 묶거나 자전거 여행으로 시골 마을을 지나면서 남의 집 마당에 텐트를 치고 신세를 졌다. 카우치서핑은 에어비앤비가 공유경제 숙박사업으로 인기를 끌기 전부터 전세계 배낭여행객들 사이에 무료로 잠자리를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유명했다. 빈방이든, 소파나 몸을 누일 공간이든, 예산이 빠듯한 여행객들에게 하룻밤을 묵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사람들과 찾는 사람들이 만나는 사이트다. 규모가 커지면 문제도 많아지듯 카우치서핑도 에어비앤비도 사건사고 소식이 많이 들린다. 집주인이 위해를 가할 수도 있고 손님이 위험한 인물일 수도 있다.
손님이 온다는 덕에 방을 대청소하고 빈 집을 내주는 것으로 몇 만원을 벌었지만 매번 흔쾌히 손님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 지난 겨울 여행 다니느라 집을 비울 때 친구가 찾아와서 며칠 지내다 간 적이 있는데 그처럼 아는 사람들이 와서 쉬었다가는 정도면 괜찮겠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아늑하고 안전한 장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시끄럽고 바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조용한 곳에서 쉬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좋겠지. 우리집 베란다에 앉아 눈앞에 펼쳐진 논을 보고 있으면 조용하고 평화로운 기분이 든다. 이런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이 떠올랐다. 기혼 여성에게 자유와 평화의 1박을. 1인 여성 여행자들에게 안전하고 조용한 숙소를. 먹고 자는데 신경쓰지 않도록 원한다면 저녁밥과 다음날의 아침밥도 해주자. 에어비앤비의 B&B가 bed and breakfast에서 유래했듯 우리집 서비스의 이름은 “언니를 위한 방과 밤과 밥, 언니방밤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