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완주행보

자급지향_自給志向

완주행보_完州行步22

by badac

자급은 요원하지만 자족은 자신 있다


밥상을 차릴 땐 테이블매트를 준비한다. 식탁 위에 김칫국물 따위 한 방울도 흘리면 안되니까. 이토록 아름다운 나무탁자님께 행여 해라도 끼칠까 조심하고 또 조심한다. 지난 휴일에 회사 공방에서 태어나신 몸이다. 탁자가 필요한데 기성품을 사기는 싫고 직접 만들 자신은 없으니 어디서 뚝 떨어지기라도 해라, 잠들기 전에 갖고 싶다고 세 번씩 말했더니 어느날 내게로 찾아와주신 건 아니고 그냥 내가 만들었다.

몇 년 전 두 달짜리 집짓기 워크숍에 참여했다가 내게는 재능도 관심도 없다는 사실만 깨닫고 쓸쓸히 돌아온 뒤로 목공을 배운 적은 없다. 없던 재능이 몇 년 만에 생길 턱이 없으니 직접 탁자를 만들어 볼 엄두도 안 났다. 직장동료 ㅈ는 ‘그냥 하면 다 해요. 저도 했는 걸요. 같이 해요.’ 라며 나를 살짝 당겨주었다. 그냥 한번 해보기로 했다. 함께 하자고 말하는 좋은 동료와 해볼까하는 마음이 기도에 대한 보답으로 탁자 대신 뚝 떨어진 모양이다.


친절한 선생은 작업 순서와 공구 사용법도 알려주고 탁자 높이를 정할 때도 나보다 더 꼼꼼히 검색하고 실제로 나를 앉혀 확인해가며 많이 도와줬다. 알려준 대로 자르고 붙이고 구멍 뚫고 나사 박는 작업을 하면 되는데 손에 익지 않은 공구는 스르륵 자꾸 풀리고 알수 없는 이유로 해체되었다. ㅈ는 아무렇지도 않은듯 ‘이렇게 하면 되는데’ 하고 다시 조립해줬지만 내가 쓸라치면 맥없이 풀려버렸다. 그냥 해주지 말고 하는 방법을 가르쳐달라는 말이 무색하게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 그이도 내가 아는 대로 할 뿐이다. 매번 부탁하기도 민망해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으나 계속 실패. 역시 나는 안 되네요. 포기해야겠어요, 라고 울다시피 말했다.


ㅈ는 천천히 내 작업을 도와 함께 해주었다. 내가 할 때보다 공구 풀리는 빈도가 현저히 줄었다. 왜, 왜, 왜! 내가 하면 안 되는 걸까. 자꾸 나만 안되니까 짜증이 났지만 젓가락질을 배운다 생각하고 겨우 마음을 달랬다. 젓가락질을 하기 위한 젓가락 쥐는 법이라는 말이 더 맞겠다. 손가락 어느 부위에 힘을 언제 줘야하는지를 말로 배우거나 설명할 수 있을까. 손가락보다 훨씬 긴 젓가락을 두 개나 떨어뜨리지 않고 손가락 사이에 끼운 상태를 젓가락 쥐는 법으로 분리해서 생각이라도 했을까. 똑같이 보고 따라한다해도 손에 익을 때까지는 젓가락을 수차례 떨어뜨릴 수밖에 없을 거다. 내가 잡기만 하면 전동드릴 앞부분이 스르륵 풀려서 분리되버리는 게 마치 손에 쥐자마자 젓가락이 떨어지는 모습 같다. 방법을 설명해줄래야 설명할 수 없는 것. 스스로 익히고 감으로 알아차려야한다. 결국 종일 전전긍긍하며 탁자를 완성했다. 친절한 선생이 몇 차례 시범을 보이고 내가 그대로 따라하고 공구가 해체되면 다시 부탁해서 조립하고 사용하고 또 풀리면 부탁해서 조립해서 사용했다. 한두 시간이 지나자 내 손에서도 풀리는 빈도가 줄었다. 그렇게 오늘도 배운다. 무슨 일에서나 기본이 되는 어떤 수준까지 다다르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사람은 다 달라서 남들보다 내가 현저히 더디게 갈 수도 있다는 것을.


탁자를 놓을 위치와 방향을 고민해 자리를 잡았다. 주워온 나무라 딱 원하는 크기와 모양은 아니었지만 자급생활이란 형편에 맞추는 거니까. 직접 후라이팬에 볶은 커피콩으로 천천히 커피를 내려, 쓰고 남은 나무를 주워 직접 만든 탁자에서 마신다. 직접 만들거나 할 줄 아는 게 많아져서 최소의 소비만 하면서 살게 되면 좋겠다. 자급은 요원하지만 자족은 자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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