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보다 강력한 쓰기

이사를 대하는 결심과 다짐에서 시작된 <이왕이면 집을 사기로 했습니다>

by bad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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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의 찾아가는 글배달, badacmoves의 처음은 ‘이사 이야기’였습니다. 1년 전 완주에서 대전으로 이사 준비를 하면서 ‘바닥무브스’라는 뉴스레터를 시작했어요. 세상을 뒤흔든 ‘일간 이슬아’이후 많은 창작자들이 구독자에게 직접 메일로 다양한 콘텐츠를 보내고 있었고 결국은 저도 그 흐름에 올라탄 셈입니다.


이글루스, 티스토리, 텀블러, 워드프레스까지 다양한 플랫폼에 글을 쓰다 말다 하던 저는 그나마 브런치에 이르러서야 꾸준히 글을 쓰게 되었는데요. 그 사이에 브런치도 시들해지고 세상의 글 좀 쓴다 하는 사람들은 뉴스레터 플랫폼 스티비로 옮겨간 듯 하더군요. 이후로는 포스타입, 최근에는 알라딘 투비컨디뉴에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인플루언서(!)는 어쨌거나 저쨌거나 인스타그램을 메인 플랫폼으로 삼아 거기에 긴 글을 쓰기도 하고요. 저는 한때 유튜브를 나의 글쓰기 플랫폼으로 삼겠다며 타이핑하는 손과 모니터에 글이 적히는 모습을 분할 화면에 담아 영상으로 제작했어요. 먹방을 하듯이 쓰방을 하면 사람들이 내 방송을 보면서 함께 쓰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지만 사람들이 하지 않는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도 그땐 영상을 만드는 것 자체가 재미있어서 조회수가 늘지 않는 데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았습니다. 지금 하는 팟캐스트도 역시 비슷한 마음으로 하고 있어서 구독자나 조회수가 많지 않아도 그냥 하는 게 재밌습니다. 하다보면 뭐라도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계속하고 있어요.

유명한 사람도 가까운 친구도 너도 나도 뉴스레터를 만들어 보내고 있었어요. 나도 할까? 나도 해야할까? 나는 하고 싶은가? 조금씩 다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았지만 ‘그러자’라는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꾸준히 쓰는 게 목적이라면 브런치에 계속 올리면 되는데 굳이 뉴스레터 형식을 취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거든요. 싸이월드가 추억 속으로 사라지는 것처럼 브런치도 서서히 쇠락하고 있는 거여서 다른 플랫폼을 찾아서 옮겨야 하는 거면 모를까 유행을 따르듯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어쩌면 구독자수가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아서 실망할까봐 시작도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이사를 결심하고 준비하면서 이 어려운 일들을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일기보다 강력한 쓰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다보면 불안이 가라앉고 복잡한 마음이 정리되면서 판단과 결정을 할 힘이 생깁니다. 보통의 하루라면 혼자 쓰는 일기로도 충분했겠지만 이사는 너무 두려웠거든요. 엄두가 나지 않는 일들은 하겠다고 선언하고 나면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래서 뉴스레터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이사를 대하는 나의 결심과 다짐을 써야겠다. 그러고 나서 그걸 지켜야지. 그 과정을, 결과를 자세히 쓰리라. 쓰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시간이므로, 성실하게 쓰면서 그 힘으로 이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2022년 5월과 6월에 거쳐 36편의 글을 쓰고 무사히 이사를 마쳤습니다. 이사이야기로 뉴스레터를 경험하고 나니 정기적으로 마감을 만들어 글을 쓰는 게 저한테 아주 잘 맞는 방식이라는 걸 알게 되었죠. 그래서 그 뒤로 콩나물국밥 이야기를 써서 보냈고, 지금은 이렇게 노화와 변화를 주제로 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구독자는 많으면 많은대로 기분이 좋고, 수가 적어도 쓰는 마음이 작아지진 않았습니다.


이사이야기는 출간을 위해 처음부터 기획하고 쓴 원고는 아닙니다. 정말 쓰지 않고서는 결딜 수 없어서 나를 위해서 쓰기 시작했어요. 구독을 신청해준 독자님들, 읽고 마음을 보내준 독자님들이 큰 힘이 되었고 마치고 나니 이젠 정말 나는 쓰는 사람이 맞다, 쓰는 사람으로 살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구독자들께 정말 감사해요. 이사를 마치고 꽤 많이 쌓인 글들을 보면서 뒤늦게 ‘이거 책으로 내면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전작인 ‘안 부르고 혼자 고침’을 냈던 출판사에서 함께 하자고 해주셔서 가을부터 단행본에 맞게 새롭게 구성하고 원고도 다시 썼습니다. 겨우내 열심히 쓰고 봄에 책으로 만들어서 여름이 오기 전에 세상에 내놓을 수 있게 되었어요.


책의 제목은 <이왕이면 집을 사기로 했습니다>입니다. 이사이야기의 구독자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친구들, 이사에 심적 물적 도움을 준 많은 친구들의 사랑으로 완성된 책입니다. 언제나 많이 팔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팔아볼랍니다.


계속 쓰고 싶거든요.

쓰는 일이, 책을 만드는 과정이, 책을 만나는 순간이 너무 행복하거든요.

정규 3집 컴백 활동에 임하는 아이돌의 마음으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려고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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