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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Jun 26. 2023

과도한 온천욕

월26-6

‘월요일엔 온천’에 가야하는데 지난주 경하온천에 다녀온 뒤로 상태가 좋지 않다. 목주름 깊이 땀띠가 난 것처럼 가렵고, 코맹맹이 소리는 일주일이 지나도록 회복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과도한 온천욕으로 인한 부작용 같다.


목욕탕에서 나왔을 때 얼굴이 벌겋고 몸이 약간 건조한 듯해도 그러려니 하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예전에도 온천에 가면 한 시간 정도 탕에 있었고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번에 특별히 작정하고 오래 버틴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답답한 느낌이 들 때면 물밖으로 나와 앉아서 쉬었다. 그런지만 더이상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어야 했다. 게다가 과거의 나는 걸핏하면 무리를 해대는 무서울 것 없는 하룻강아지였다. 젊을 때야 자고 일어나면 회복되고 피부도 건강하니까 괜찮았던 거다. 이제는 무릎 관절 뿐아니라 피부, 호흡기, 심혈관계에 모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무심히 예전에 하던대로 하다가 큰코 다친 게 벌써 여러번이면서 또 그랬다.


수요일에 보람이를 만났을 때, 진지하게 알러지 검사를 하거나 이비인후과에 가보라며 과도한 온천욕으로 인한 혈관 확장 증상, 급격한 온도차로 인한 혈관운동성 비염을 검색해줬다.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다음주 온천행을 포기하고 적극적으로 치료와 공부에 돌입했다.


올바른 온천욕 방법을 알아야한다. 기껏 온천까지 간 게 아깝다고 힘든데도 버티면서 몸을 혹사시키면 오히려 독이 될 것이다. 뜨거운 물에 20~30분쯤 몸을 담구고 이완시키는 거 원래 좋아했잖아, 힘들지 않잖아, 힘들어도 좀만 참으면 되잖아. 아차차, 멈추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금새 선을 넘어버린다. 한계를 넘는 도전, 강한 정신력을 최고의 가치로 칭송하는 K-모범생 유전자 때문이다. 지금껏 나에게 비슷한 일이 아주 많이 일어났다. 지나치면 오히려 하지 않은 것만 못한 상황, 좋겠거니 하면서 참고 버티다가 결국은 나를 해하는 일들 말이다. 가부좌를 틀고 명상을 할 때도 그랬고, 마라톤에 도전할 때도 그랬다. 다리가 아파 끊어질 것 같아도 참고 견디면 해탈이 올 줄 알고 몇 시간이고 앉아 있었다. 조금만 더 무리하면 완주할 수 있으니까 내 깜냥을 넘어서는, 심지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나쁜 자세의 달리기를 무턱대고 계속했다. 긴 시간을 돌아 이제야 젊은 날의 청구서를 받아들었다.


온천은 두세 번만에 알게 되어 그나마 다행일까. 몸이 보이는 반응을 잘 살펴보고 편안하지 않으면 멈춰야 하는데, 버티고 참는 게 습관이 되어버렸으니 외워서라도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안아파 선생님이 통증패치를 붙여주시면서 가려우면 당장, 그렇지 않으면 하루이틀 후에 떼라고 말했다가 애매하게 말하면 또 너무 길게 붙일 거 같으니까 하루 지나고나서 떼라고 정확하게 말해주셨다. 24시간 후에 뗐다. 그래, 내 마음과 몸이 원하는 걸 듣는데 서툴다면 다른 방법으로 안전을 확보해주자. 그래서 올바른 온천욕 방법을 열심히 조사했다. 얼마동안 몸을 담구는 게 좋은 건지, 목욕 전후에 주의할 사항은 없는지 찾아보니 신경 쓸 게 제법 많았다. 당연하고도 위험천만하게 나는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잘못을 다시 한번 적을 필요는 없으니 다짐을 갈음하며 나름대로 정리한 올바른 온천욕 방법을 적어보겠다.

1. 아침 온천은 좋지 않다. 공복이나 식전, 식사 직후에도 몸에 무리가 간다. (음주 후 온천은 절대 금물) 경하온천이 8시까지니까 퇴근 시간 되기 전 5시쯤 갔다 와서 일찍 자야겠다.


2. 시작전 물을 많이 마셔서 탈수를 막는다. 중간중간 물을 마실 땐 얼음물 말고 미지근한 물을 마신다. 목욕을 하면 땀이 나면서 혈류량이 증가하므로 목욕 15~30분 전에 스포츠음료나 비타민을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3. 온천탕에 들어가기 전에 몸을 깨끗이 씻어야 하지만 비누칠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각질과 유분이 너무 많이 제거되면 온천수로 인해 피부트러블이 생길 수 있다. 손발 끝부터, 하반신, 전신 순으로 온천수를 끼얹어 가며 서서히 온도에 적응하면서 손으로 몸을 깨끗이 씻는다. ‘온수 3분 후 그냥 물 1분’ 간격으로 3~5회 무릎 아래를 반복해서 적셔주며 말초 혈관을 확장하면 좋다.


4. 족욕-반신욕-전신욕 순으로 낮은 온도의 탕에 들어가 서서히 체온을 올린다. 어느 정도 적응된 후에 비누로 온몸을 씻는다.


5. 탕에 들어가는 시간은 5분 이내로 한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는 시간 정도가 적당하다.

한번에 오래 몸을 담궈서 체온을 너무 높이면 목욕을 마치고 나서 다시 체온을 조절하기 힘들다. 5분 입욕 후 휴식’을 2~3회 정도 하면서 체온이 너무 높아지지 않도록 한다. 노천탕이 아닐 땐 습기 많고 온도 높은 목욕탕 내부에서 20~30분 이상 머무르지 않도록 한다. ‘목욕탕 밖으로 나와 실온상태의 휴게실에서 쉬었다가 다시 들어가든지, 1회 목욕시간을 30분 이내로 한다.


6. 피부 건조를 막기 위해 때를 밀지 않는 게 좋다.


7. 머리에 차갑게 젖은 타월을 둘러 혈압을 낮추도록 한다.


8. 너무 오래 온천욕을 하면 피부 각질과 지질막이 벗겨져 건조증과 가려움증이 생긴다. 몸이 벌개지고 긁은 자리가 벌겋게 변하고 거칠어진다. 따라서 온천 후에는 반드시 충분한 보습을 해야 한다. 목욕을 마친 뒤 3분 이내에 물기가 남은 촉촉한 상태에서 마사지하듯 오일을 바르고 보습크림이나 로션을 충분히 발라 제거된 각질과 지질막의 기능을 대신하도록 해줘야 한다. 특히 피지선이 거의 없는 팔다리는 로션을 더욱 꼼꼼히 바른다. 보습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온천 후에 피부가 더 쉽게 건조해지는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9. 과도한 온천욕은 근육을 심하게 이완시켜 오히려 근육이나 관절에 염증이 생기게 한다. 심한 운동 후, 몸이 피곤할 때는 온천욕을 피한다. 온천욕 중에 땀이 흐르고 가슴이 울렁거리면 즉시 중단한다.


10. 고혈압의 경우 온천탕에 들어가는 순간 피부혈관이 수축되어 혈압이 상승할 수 있다. 입욕시간이 길어지면 혈관이 확장되어 오히려 혈압이 떨어지니 저혈압 환자에게도 위험할 수 있다. 또 급하게 탕에서 나오면 뇌빈혈이 올 수 있다. 고혈압, 저혈압, 빈혈 등 심뇌혈관계 환자는 열탕에 오래 앉아있거나 곧바로 냉탕에 들어가는 목욕법은 피해야 한다. 반신욕이 안전하다.


11. 어지럼증 예방을 위해 천천히 물에서 나온다.


12. 목욕을 마치고 나선 수건으로 물기를 다 닦아내지 말고 자연스럽게 말리거나 톡톡 물기를 흡수해 급격하게 체온이 변하지 않도록 한다. 온천수의 좋은 성분이 흡수될 수 있도록 하는 효과도 있다.


목 주름 사이 가려움증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피부질환연고를 발랐고, 입술과 얼굴이 부쩍 건조해진 게 너무 짧은 간격으로 온천에 다녀와서 그런 것 같다. 어째 입술이 유난히 건조하더라니 생경한 감각이라 잘 안 느껴질 뿐 피부도 건조하고 거칠거칠해진 것 같다. 그래서 사흘째 밤마다 바세린을 듬뿍 발라 보습에 신경쓰고 있다. 피부관리의 핵심은 비싼 화장품이 아니라 매일매일 반복하는 것이란다. 갑자기 팔에 햇빛 알러지가 생긴 것처럼 따가운 것도 잘못된 온천욕, 게다가 과도한 온천욕으로 인한 부작용이 아닐까 싶다. 당분간 온천을 쉬고 집중 피부관리에 들어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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