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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Dec 14. 2023

늦게 알아봤네요, 스마일김밥

스마일칼국수


요즘 가장 좋아하는 식당은 스마일 칼국수(대흥동 본점)다. 백종원의 삼대천왕에도 나왔고, 식사시간에는 줄을 서서 먹는 유명한 손칼국수 집인데 나는 김밥을 먹으러 간다. 워낙 맛있다고 소문난 집이라 다른 지역의 친구들이 놀러왔을 때 종종 데리고 갔다. 맛있긴 했지만 자기 전에 생각날 정도는 아니었는데, 동네에서 가장 아끼던 백반집의 겨울 밥상에 조금 실망한 후에 마음 붙일 곳을 찾다가 최근에 다시 방문했다. 처음에 갔을 때 옆 테이블에서 김밥과 소주를 드시는 손님을 봤고 언제가 나도 동네 단골처럼 혼자 와서 김밥을 먹겠노라 다짐했었다.


혼자 밥 먹으러 못 가는 사람은 아닌데, 손님들 다 칼국수 먹는 집에서 김밥을 먹는 게 눈치가 보일까 걱정했었나 보다. 바쁠 때 1인 손님을 안 받는 식당도 간혹 있다고 하니까. 그래서 혼자 밥 먹으러 갈 때는 제일 바쁜 시간을 좀 비켜가려고 한다. 2시 넘어서 가면 식당도 한가하고 좋다. 둘이 갈 때는 보통 칼국수와 김밥을 하나씩 주문한다. 거의 모든 테이블에 김밥이 있고, 사람 수대로 칼국수를 시키고 김밥을 추가로 시키는 테이블도 많았다. 그러면 김밥을 다 못 먹는 경우가 생기는데 출입문 쪽에 셀프 포장코너가 마련되어 있어 남은 김밥을 싸가면 된다.


김밥을 시키면 단무지와 김치, 국물이 바로 나온다. 손님이 매우 많고 회전이 빠른 식당에서 나이가 제법 든 직원이 능숙하게 음식을 내주는 곳을 좋아한다. 감탄하며 홀의 직원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구경하다보면 통통한 김밥 두 줄이 나온다. 2023년 12월 기준으로 두 줄에 6천원. 햄, 오이, 단무지, 맛살, 달걀, 간장에 졸인 유부가 들어 있다. 약간 짠데, 맛있다. 아삭아삭한 겉절이 배추김치를 곁들여서 먹는다.


내가 사랑하던 백반집은 8가지 반찬에 청국장, 작은 조기 한마리를 구워줬다. 반찬 중 3~4개는 시금치, 콩나물, 가지 나물, 브로콜리, 무생채, 데친 쪽파 등으로 7천원이라는 가격이 황송할 정도였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물가가 많이 올라서 그런지 김치 종류가 늘고 적당히 고춧가루에 무친 반찬이 많아져서 색상의 다양성이 확 줄었다. 김밥이나 샌드위치를 먹으면 배는 불러도 제대로 한 끼 먹은 느낌이 나지 않아서 아쉬운데 스마일김밥은 밥과 국과 반찬까지 골고루 먹는 기분이 든다.


야금야금 다른 메뉴들도 하나씩 맛보았다. 비빔칼국수는 쫄면처럼 새콤달콤한 양념 맛이 좋았고 상추와 오이등 채소류가 신선했다. 고기김치전에는 돼지고기가 크게, 제법 많이 들어있어서 김치랑 같이 씹히는 식감과 맛이 좋다. 두꺼운데도 바삭하게 잘 구웠다. 주방 깨끗하고 일 하시는 분들이 물 흐르듯이 움직이고 대표 메뉴와 김치가 맛있는 곳은 다른 음식도 어지간하면 다 맛이 있다.


너무 멀지 않은 곳에 단골집을 하나둘씩 만들어야 하는데, 일주일에 세 번도 가던 내 사랑 콩나물국밥집 미가옥의 뒤를 이을 만한 곳을 찾기가 어렵다. 추어탕집도 가깝고 먹고 나면 속이 든든해지는데 맨날 먹기는 부담스럽고, 콩나물탕을 파는 나룻터식당은 걸어가기엔 멀고 차를 가져 가기는 번거롭다. 백반집은 사장님의 접객 태도와 상호명도 마음에 드는데 이렇게 되어서 아쉽다. 봄이 오면 다시 나아지려나. 그래도 스마일김밥을 알아보게 되어 기쁘다.


미가옥처럼 첫눈에 반하는 것만이 사랑은 아니다. 일년 뒤에 갑자기 생각나는 것도, 여태까지는 특별할 것 없었는데 어느날부터 다르게 느껴지는 것도 가능하다. 칼국수맛집이라고 남들이 다  칼국수를 먹어도 나는 김밥이 좋으면 김밥을 먹으면 된다. 이렇게 그냥 지나갔던 대전의 작은 기쁨들을 하나씩 천천히, 때론 눈을 씻고 찾아다니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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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일칼국수 (대전시 중구 보문로 230번길 82)


월-토: 1:00~20:30

일요일 휴무

브레이크타임 15:30~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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