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록! 이것이야말로 독립 출판이지
앞서 1인 출판사를 등록하는 게 어렵지는 않다고 썼다. 독립 출판을 하면서 굳이 출판사를 창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책 만들면 주변에 좀 팔고, 독립 서점에 입고 문의해서 좀 보내고, 조금씩 야금야금 천천히 직접 판매할 계획이었다. ISBN(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는 국제표준도서번호다. 일반적으로 서점에 유통되는 책은 뒤표지에 바코드가 있고 밑에 작은 글씨로 숫자가 적혀있는데 그게 ISBN이다. 인간이 태어나 출생신고를 하면 주민등록번호가 생기듯 전 세계에서 발행된 모든 책에 고유한 식별번호를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잡지 같은 정기간행물에는 ISSN(International Standard Serial Number국제표준연속간행물번호)를 부여한다. 출판사를 창업해서 업으로 책을 판매할 게 아닌 이상 굳이 귀찮게 ISBN을 뭐 하러 등록하냐 하지말자. 전국의 대형 서점이나 인터넷 서점에서 살 수 있는 책이 되는 게 목표가 아니었다. 무등록 책이면 어때, 독립 서점에서 판매하는 데는 아무 지장도 없잖아. 나는 직접 책을 만들어보고 팔아 보고 싶을 뿐이야. 그렇게 결정하고 신나게 인쇄를 마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지원금으로 제작한 책은 ISBN 발급이 필수 조건이었다. 서둘러 발급 절차를 알아봤다.
대행업체 이용과 직접 발급
ISBN은 출판사에서 우리가 내는 책에 등록번호를 신청하는 방식으로 국립중앙도서관에 발행처 신청을 먼저 하고 각각의 책에 등록번호를 발급받는 방식이었다. 직접 출판사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개인이 ISBN을 발급받고 싶을 때는 독립 출판 유통플랫폼 인디펍 등 발급을 대행해 주는 출판사를 이용하면 된다. 그럴 땐 판권 면 발행처에 그 출판사로 표기한다. 비용은 3만 원~10만 원 사이였다. 고민이다. ISBN 발급만이 목적이라면 대행업체를 이용해도 되지만, 내 책에 생뚱맞은 출판사의 이름이 찍히는 건 싫었다. 서둘러 출판사 사업자등록을 하고 ISBN을 발급받았다. 신청 방법과 납본 절차는 인터넷 선배님들이 자세하게 설명해 놓은 것을 참고하면 된다. ISBN을 발급받기로 했다면 인쇄 발주 전까지 번호를 받을 수 있도록 표지가 결정되자마자 발급을 신청해야 한다. 짧으면 1~2일 이내에 처리되지만 넉넉하게 일주일 정도 생각하면 좋다. <소탐대전>은 인쇄를 마친 후에 번호를 발급받아서 별도로 스티커를 제작해 붙였다.
ISBN을 발급받으면 세상에 존재하는 책으로 공식적으로 등록된 셈이다. 도서관 희망 도서로 신청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 서점에 등록해서 온라인 판매를 할 수도 있다. 국립중앙도서관에 내 책이 있는 건 좀 설레는 일이긴 하지. 우수 도서 선정 등 각종 지원사업에 신청할 자격도 생긴다.
*판권면은 책의 맨 앞이나 뒤에 저자, 발행일, 발행처 등을 기재하는 면이다. 영화의 엔딩크레딧처럼 제작에 관여한 글 작가, 그림 작가, 편집자, 디자이너, 인쇄소와 제본소, ISBN 등 책과 관련된 정보를 표기한다.
출판사 창업 (신고 및 사업자등록)
ISBN을 직접 발급받기로 하고 얼떨결에 출판사 사업자등록을 냈다. 다행히 2016년에 만약에 출판사를 창업한다면 연필농부라는 이름으로 하겠다고 생각해 출판사 신고를 해두었다. 서둘러 관할 지자체에 가서 출판사 주소 변경을 하고, 세무서에 가서 사업자등록을 냈다. 1인 출판사 창업에 관한 자세한 안내도 인터넷 선배님들이 자세히 안내해 두었다. 출판사 신고확인증을 발급받는 데는 며칠 걸리고 사업자등록은 당일에 바로 된다. 사업자등록이 있으면 계산서를 발행할 수 있으니 독립 서점과 거래할 때도 수월하다. 출판업은 면세사업자라 세금 업무가 많지 않을 테니 사업자를 내는 것도 고려해볼만 하다. 매년 등록면허세 27,000원을 납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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