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인상을 결정하는 시안 작업
시안은 작업의 시작이 되는 기초 계획이자 설계도다. 종이에 실제 크기로 그려보자. 판형 크기로 큰 네모를 그리고, 여백을 고려해 본문 네모를 그린다. 쪽수가 들어갈 위치도 그린다. 가장 먼저 책의 크기(판형)을 정하고, 본문의 디자인 요소를 결정한다. 기본적으로 본문 서체는 뭘로 할지, 본문에 글자는 몇 줄이나 들어가게할지, 상하좌우 여백은 어느 정도 둘지, 쪽수는 위아래옆 중 어디에 표시할지 먼저 정한다.
<소탐대전>은 가로 127mm, 세로 188mm 이고 한 면에 평균 25글자씩 19줄이 들어간다. 서체는 을유1945체를 10크기로 사용했다. 바깥쪽과 위쪽 여백은 17mm, 안쪽 여백은 22mm, 아래쪽 여백은 28mm이었다. 책이 접히는 걸 고려해서 안쪽 여백이 바깥쪽보다 커야 하고, 쪽수를 표기할 아래쪽은 더 넉넉하게 잡아준다.
다음으로는 한 꼭지의 글이 시작될 때 제목은 어디에서 시작할지, 본문은 어디에서 시작할지, 중간에 소제목이 들어간다면 제목과도 다르고 본문과도 다르게 어떻게 디자인할지 정해야 한다. <소탐대전>은 각각의 다른 서체를 이용해 두 줄로 제목을 적고 그림을 넣은 뒤 본문은 다음 쪽에서 시작하는 걸로 했다. <오늘 또 미가옥>은 서너줄 아래로 내려온 위치에 제목을 적고 다음 쪽으로 넘어가 본문을 시작했다. 한두 줄 떼고 제목, 몇 줄 정도 떼고 본문을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그때 제목 정렬도 고민한다. <소탐대전>은 가운데 정렬, <오늘 또 미가옥>은 왼쪽 정렬이었다. 모델로 삼고 싶은 책을 한 권 정하고 그 책과 비슷하게 하되 개선할 점을 찾도록 하자. <오늘도 미가옥>을 모델로 삼은 동료 작가님은 판형은 거의 같게 하고, 서체를 키웠다. 서체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가독성이 좋은 장평, 자간, 줄간격이 조금 달라지므로 본문 4쪽 이상 시안 작업 후 출력해서 실제 크기로 잘라본 뒤 살펴보자.
* 무료 폰트 사이트 눈누 , 저작권위원회 공유마당 에서 상업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안심글꼴을 받아 설치한다.
인디자인으로 엉금엉금 본문 시안을 만들자
편집프로그램 인디자인을 설치하고 용법을 익혀가며 시안 작업부터 시작해보자. 마찬가지로 비전문가인 내가 어디서부터 설명해야할지 막막하지만, 일단 이 책만 보고서도 독립출판물을 뚝딱 만들 수 있도록 최대한 쉽게 책을 만드는 데 필요한 내용만, 내가 아는 것만 설명해보려고 한다.
1. 새 파일 만들기
- 파일명은 ‘책제목_본문_오늘날짜’로 한다. 백업파일을 만들면서 매일 작업하는 습관을 길러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할 수 있다. 다음날 작업을 이어가게 될 경우 책제목_본문_다음날짜’로 다른 이름으로 저장한다.
- 정해놓은 판형에 맞게 폭과 높이 입력. (폭 115, 높이 180)
- 세로 방향, 왼쪽 바인딩 선택.
- 페이지는 일단 5 입력.
- 페이지 마주보기 선택.
- 도련은 상하좌우 3mm로 입력.
- 여백 및 단으로 가서 상하좌우 여백 입력. (위 18, 아래 28, 안쪽 20, 바깥쪽 12)
- 열의 개수 1개로 높이 140, 폭 75의 본문 상자가 생긴다.
(책의 높이 140 - 위아래 여백 46 = 134/책의 폭 115 - 양쪽 여백 32 = 본문 폭 83)
2. 마스터 페이지에서 쪽수를 입력한다
- 페이지 창을 열고 마스터 페이지를 클릭해서 이동.
- 아래쪽에 쪽수가 들어갈 텍스트 상자 생성 후, 여백을 기준으로 가운데 정렬 (폭 12, 높이 8, X 47.5 Y 159)
- 쪽수 입력 (문자-특수문자 삽입-표시자-현재 페이지 번호)
- 서체 지정, 크기 설정, 가운데 정렬
- 왼쪽에 만든 쪽수 상자 오른쪽에도 생성, 복사 후 현재 위치에 붙이면 겹쳐서 생성됨. 시프트 누른채로 이동하면 평행 이동 가능. 적당히 옮긴 뒤 여백기준으로 가운데 정렬. (X 170.5 Y 159)
- 저장
3. 본문 한 꼭지 원고를 흘려보자
- 텍스트 박스 생성 (폭 83, 높이 134, X 12 Y 18)
- 워드프로세서에서 원고 한 꼭지 복사하여 붙이기
- 본문 설정 (을유1945체, 크기10, 자간-50, 줄간격 21, 양쪽 정렬)
- 텍스트 상자 하나에 다 들어가지 못하는 넘치는 텍스트는 자동으로 이어지도록 시프트를 누른 상태에서, 마지막 텍스트 빨강 플러스를 클릭한 뒤 오른쪽 페이지 텍스트 박스 시작점으로 클릭
- 짜잔, 자동으로 페이지가 생성되며 글의 끝까지 본문이 채워진다.
4. 기준선 격자 보기
- 양쪽 줄 맞추기나, 시작과 끝줄을 확인하기 위해 기준선 격자를 보면서 작업하는 게 좋다 (보기- 격자 및 안내선 - 기준선 격자 표시)
- 기준선 격자를 설정을 본문 밑줄에 딱 맞추면 한결 보기 편하다
(환경설정-격자-시작은 폰트크기와 같은 10, 기준은 위쪽 여백, 간격은 본문 간격과 같은 21)
5. 제목, 소제목, 본문 스타일 결정
- 앞으로 다룰 모든 선택이 다 디자인 요소다. 보기 좋은, 좋아하는 꼴로 결정해서, 조금씩 작업하면서 마음에 드는 걸 찾아야 한다.
- 띄어쓰기나 줄바꿈 표시 등을 보고 싶다면 문자-숨겨진 문자 표시
- 스타일을 생성해두면 다음 꼭지에서 일일이 설정해주지 않아도 된다. 추후에 일괄 변경을 할 때도 스타일만 수정하면 되므로 스타일 지정은 필수다.
- 단락 스타일 창을 클릭 (창-스타일-단락스타일) 아래쪽 플러스 표시 - 새 스타일 만들기 - 스타일 이름 지정
- 스타일 지정 후에도 스타일을 편집할 수 있다.
- 본문 작업 중에 들여쓰기, 줄간격, 정렬 등 변경 사항이 생기면 스타일 옆에 + 표시가 생긴다. 전체 스타일을 모두 변경해 앞으로 반영하고 싶으면 스타일재정의를 누른다.
6. 종이에 출력 후 책 모양으로 접어서 페이지를 넘기며 확인
- 읽기에 괜찮은지, 본문을 비롯해 제목이나 소제목, 쪽수 등 크기, 위치, 서체가 적절한지 살핀다.
- 수정이 필요하면 다시 작업해서 꼭 다시 출력해본다.
책의 성격을 드러내는 조판 작업
정해진 시안대로 본문을 흘린다. 전체 원고 파일을 가져오기 메뉴에서 한번에 자동으로 흘릴 수도 있고, 부와 장의 구분에 따라 몇 개로 나누어서 불러와도 된다. 워드 파일과 텍스트 파일만 가져올 수 있으니 한글로 작업한 경우에는 다시 저장한다.
일단 텍스트를 다 흘리고, 제목, 소제목 등의 스타일을 적용하면서 페이지를 확인한다. 흥미와 적성이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귀찮고 번거로운 작업이지만 책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니 신기하고 재미있기는 하다.
텍스트를 흘리면서 대략적인 위치에 이미지를 넣어도 되지만, 우리 같은 초보는 본문이 흔들릴 수 있으니 1교를 마친 후에 정확한 위치를 잡아서 이미지를 넣도록 하자.
표지를 가끔 생각하자
표지 디자인과 본문 디자인을 동시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본문 작업을 마치고 책의 내용과 컨셉이 완전시 소화되었을 때 작업하는 게 좋았다. 그래도 본문 작업 틈틈히 표지에 대한 아이디어는 늘 가지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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