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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dac Oct 24. 2024

판매 현황표

내 책 매출과 통장 잔고, 판매량과 재고를 파악하라

독립출판물 2종을 출간하고 책을 손에 넣으니 전에 출판사에서 만들어준 책을 받아들었을 때보다 1.7배쯤 더 기뻤다. 만드는 데 들어간 고생은 378,432배쯤 많았다. 앞으로는 이 책을 직접 팔아야한다. 가장 먼저 가족과 지인들에게 알리고 SNS에 글을 올렸다. 한 권 두 권 책이 팔렸다. 기뻤다. 전국의 독립서점에 입고도 했다. 공급가 사서 판매하는 방식, 수수료를 떼고 위탁 판매하는 방식이 혼재했다.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책이 빠지면 재고는 어떻게 확인하지? 수입으로 들어온 책 값과 지출로 빠지는 배송료는? 이럴 때 필요한 건, 역시 표다. 더 복잡해지기 전에 표를 만들어야했다.


이번 표는 처음이라 어떻게 만들어야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건 재고파악이라는 생각에 책의 번호를 붙이는 개념으로 표를 만들었다. ‘총 부수 - 팔린 부수 = 재고 수량’ 이다. 카테고리를 어떻게 정해야할 지 모르겠을 땐 일단 알고 있는 정보를 모두 넣는다. 언니에게 50부를 할인금액으로 팔았고 직접 전달했다. 날짜, 구매자, 수량, 금액, 배송일과 전달방식, 비고란에 할인에 대해 메모했다. 증정본을 어지간하면 주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책 만드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그림 선생님 오리에게는 책을 드려야 도리다. 독립서점에 위탁이든 판매든 책을 보낼 때 샘플을 요청하는 곳도 있었다. 판매/증정/위탁을 구분해야 했다.



이렇게 첫번째 표가 만들어졌다. 한눈에 재고와 총 판매금액이 들어오는 <소탐대전> 판매현황 시트다. 책이 두 권이기 때문에 같은 방식으로 <오늘 또 미가옥> 시트를 하나 더 만들었고 배송료를 별도로 책정해서 받고 있기 때문에 부대비용 시트를 따로 만들었다. 가끔 책 만드느라 수고했다며 정가에 후원금을 더해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그 금액도 이 시트에 추가했다. 한 사람이 책을 두 권 사고 33,000원을 입금하면 책값에 따라 소탐대전에 17,000 오늘 또 미가옥에 13,000 부대 비용에 3,000 으로 나누어 시트에 적는다.


지금까지 <소탐대전> <오늘 또 미가옥> 판매현황과 수입금액, 재고를 알 수 있는 시트가 두 개, 배송료와 후원금은 수입지출을 기입한 부대비용 시트까지 총 세 개의 시트가 생성되었다. 이제 여기에 통장잔액으로 찍힌 금액과 사람들에게 들어온 금액이 같은지 확인할 수 잇는 잔액 시트를 하나 더 만든다. 앞에 만든 세 개의 시트에서 총 수입금액을 불러와 합하기만 하면 된다. 셋의 합과 통장 잔액이 맞을 대의 쾌감이란. 거기에 더해 꼭 필요는 없지만 매일 매일의 매출 현황도 조금 궁금하니까 별도의 표를 만들어 하루에 어떤 책이 얼마나 팔렸는지도 기입해두었다. 그렇게 하면 자동으로 계산된 세 시트의 합, 통장잔액, 매일 매출의 합이 같은 걸 확인할 수 있다. 역시 보면 기분이 좋다.



택배 배송을 하면 구매자에게 택배 송장 번호를 적어서 보내주어야 했으므로 배송 관련 시트도 하나 필요했다. 지역에 따라 배송요금도 주소와 요금을 구체적으로 기입해두고 옆에 송장번호를 적었다.  모든 것을 세세하고 기록하고 싶었다. 왜냐, 재미있으니까. 궁금하니까.


독립서점에 보내는 책이 많아지자 독립서점 거래 파일은 별도로 하나 더 만들었다. 독립서점 거래를 신청하고 거절당하고를 반복하고 있는데 어디에 연락을 했었는지 기억해야 다음에 헷갈리지 않기 때문에 입고신청 일지도 만들었다.



중간에 사업자등록을 내면서 사업자전용계좌를 신설했다. 책값도 거기로 받느라고 통장이 바뀌어서 같은 시트가 하나씩 더 늘어났지만 한 번 해본거라 두 번째는 쉬웠다. 카드 결제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승인된 금액에서 카드 수수료가 빠져서 입금 금액을 계산하기 어려웠다. 두 권 책값 30,000을 결제하면 2.3%를 떼고 29.310원이 들어오는데, 여기서 얼마나 소탐대전 몫이고 오늘 또 미가옥 몫인지 계산해서 셀에 채워넣었다. 앞으로 카드 결제 건 수가 많아지면 일일이 못할 복잡한 계산이지만 지금까지는 딱 두 건이라 해봤다. 16,609원과 12,701원이었다. 작은 매장에서 카드결제보다 현금결제를 선호하는 이유를 나도 알게 되었다. 다른 한 건의 카드 결제는 기분이 좋아서 10% 할인가로 결제해준 친구였는데 할인가인 27,000원에서 카드 수수료를 떼고 들어온 26,379원을 또 17:13으로 나누어서 계산하려니 골치가 아팠지만 고등학교 때 배운 방정식으로 어떻게 계산해냈다. 혹시 계산이 틀렸을까봐 27,000원에서 각각의 할인된 책값 11,700원과 10,530원에서 카드수수료 2.3%를 뗀 금액과 같은지도 검산했다. 다음에 카드로 또 책을 팔게 되면 한 책으로 몰아서 계산을 해야겠다. 무슨 책으로 얼마를 벌었는지를 일일이 구분하고 싶은 생각은…있지만 너무 복잡하면 가끔 넘어가기도 해야겠지.


<소탐대전 판매현황 시트>

<미가옥 판매현황 시트>


9월 이후로는 각종 북페어에 나가게 되는데 그때 책이 잘 안팔린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수입과 지출이 들락날락할 텐데 벌써부터 복잡해질 매출 시트에 설레면서 골치가 아프다. 기념품 굿즈를 제작해서 판매할 예정이라 시트를 하나 더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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