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지 님과 신바닥 님이 들려주는 여행만담. 빼어난 여행_09
이가지 : 오늘은 발리에서 해양스포츠를 즐긴 이야기 할 거지?
신바닥 : 아, 제가 말했나요? 어떻게 아셨죠?
이가지 : 응 말했어. 얼른 시작해봐.
신바닥 : 네, 발리에서 서핑, 스킨스쿠버, 스노콜링 많이들 하시더라고요. 저는 서핑은 안 해봤어요. 멋있기는 한데 운동신경이 없어서 절대 못할 거 같아요. 제주도 갔을 때 패들보트라고 판 위에서 노 저으면서 타는 게 있던데 절대 못 서겠더라고요. 앉아서도 갸우뚱하고요. 사실 저는 수영을 잘 못하거든요. 그래서 스노콜링이나 스쿠버다이빙을 하는데도 수영을 잘하시는 분들보다 어려웠던 거 같아요.
이가지 : 수영을 못해도 스쿠버다이빙 할 수 있어?
신바닥 : 그러니까요. 궁금하죠? 그래서 제가 많은 분들에게 물어봤죠. 괜찮다. 물속을 이동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바닷속을 관찰하는 것이니 장비를 매고 물 속으로 들어가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얘기하더라고요. 교육하는 곳에 물어봐도 할 수 있다고 하고요. 할 수 있을까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다이빙을 좋아하는 친구가 그렇게 좋은 걸 해볼 엄두도 못내는 게 너무 안타깝다. 수영을 못해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줬고요. 다른 한 친구는, 근데 생각해보면 둘다 수영 진짜 잘하는 사람들이에요. 하하. 수영을 잘하고 못하고가 아니라 물 속에서 땅 위에서처럼 똑바로 딱 서고 중심을 잡고 있는 듯한 느낌이 안 드는데 물에 몸을 맡기고 물이 조금 입이나 물안경 안에 차도 그러려니 하면서 물에 적응하면 된다. 어떻게 물속에 들어가는데 물밖하고 똑같을 수가 있겠냐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용기내어 하기로 했죠. 가기 전에 수영기초반 강습도 한달 정도 다녔어요.
이가지 : 직접 해보니 어때? 수영 못해도 괜찮았어?
신바닥 : 수영장 한 달 다니니까 물을 두려워하지는 않게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물 속에서 몸을 마음대로 못 가누니까 확실히 수영을 할 줄 아는 사람들에 비해서는 어렵더라고요. 수영 잘하는 사람이야 그런것쯤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수영 못하는 사람은 그것도 엄청난 일이죠. 장비를 메고 수직으로 물 속으로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한 장소에 계속 있는게 아니라 발차기를 해서 서서히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돌아다녀야 하고 갑자기 물위로 몸이 떠오르지 않게 내 몸을 제어해야하는데 그게 어려웠어요. 사실 갑자기 물위로 올라오면 압력차이 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거든요. 물고기나 해초 같은 아름다운 바닷속 생명체에 가까이 가려고 할 때도 유유히 움직여야 하는데 잘 안되고요.
이가지 : 그래도 포기 안하고 끝까지 했네. 재밌었나봐.
신바닥 : 저를 가르쳐주신 분은 프랑스 여성 분이었는데 제가 수영을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따로 수영도 연습시켜주셨어요. 일주일이내의 기간이지만 교육받고 자격증을 발급받아야 다이빙을 할 수 있는데요. 그 강사의 지도하에 자격증이 나오는 거라서 그 분이 제가 아직 부족하다고 판단하셔서 추가 비용을 내고 더 훈련을 받기도 했어요. 그 분하고도 이야기했는데, 수영을 못하는 사람에게 어렵기는 한데 충분히 할 수 있고 저를 포함해서 자기가 가르쳤던 학생들은 다들 너무 훌륭하게 잘해낸다. 그래서 수영 못해도 다이빙할수 있어요, 할 때 아니오, 라고 말할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요. 물 속에 들어가는 건 정말 다른 경험이라서 신기하고요, 바닷속이 아름답기도 하고요. 기본적인 사항들을 지키면 위험하지 않으니까 한번쯤 들어가보는 건 좋은 거 같아요. 중력이 없는 우주선에서 움직이는 게 이런 기분일까 하는 느낌이 들죠.
이가지 : 수영을 못하면 구명조끼를 입고 스노콜링을 하면 되잖아.
신바닥 : 또 다들 말은 그렇게 해요. 아마 수영할 줄 아는 사람들이 하는 말일 거에요. 스노콜링은 물속에서 대롱을 이용해서 숨을 쉴 수 있도록 마스크를 끼고 물 위에 떠서 물 속을 보는 거잖아요. 제가 몇 년 전에 역시 수영을 못하는 상태에서 스노콜링은 다들 괜찮다고 그래서 하러 갔는데 너무 무서운 거에요. 구명 조끼 때문에 부자연스럽게 물에 뜨고 수영을 못하는 사람은 몸을 가누지 못하니까 얌전히 엎드려 누워서 바다를 본다는 거 자체가 어렵더라고요. 깊은 물속으로는 무서워서 못가니까 뭐가 보이지도 않고 어정쩡하게 발차기를 하다가 너무 얕은 물에서 하니까 무릎이 바닥에 다 까지고요.
이가지 : 발리에서도 그랬어? 아님 발리에서는 재밌었어?
신바닥 : 한 달 수영을 배워서 잘 움직이지는 못했지만 내가 힘을 빼면 물에 뜬다는 건 알게 되었잖아요. 힘을 주면 더 가라앉고 위험하니까 가만히 힘을 빼고 누워있을 수 있게 되니까 엎드려서 물 속을 보고 가끔은 배영자세로 하늘을 보고 가만히 누워있기도 했어요. 파도가 많이 칠때는 어렵지만 밤에 잔잔한 바닷가에서나, 수영장에서나 물위에 누워있으면 정말 좋죠. 평화롭고. 아 스노콜링 얘기하고 있었지요. 스노콜링. 적도에 가까운 지역이라 어지간한 바닷가, 동네에서 원래 유명한 장소에는 그냥 가도 형형색색의 열대어들과 산호를 볼 수 있었어요. 현지분들도 편히 즐기시더라고요.
이가지 : 좋았겠다. 바닷가에서 두달 살다니. 나도 살고 싶어. 또 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없어?
신바닥 : 특별한 에피소드 없어도 바닷가에서 한가롭게 지내는 거 너무 좋은 경험이더라고요. 수영을 잘하지 못해도 확실히 뜨겁게 해가 내리쬐서 덥고, 날이 맑아서 기분 좋은 날에는 그냥 바닷가로 뛰어들게 되니까요. 가만히 앉아서 놀다가 심심하면 수영좀 하고 다시 나와서 좀 책이나 보고 모래사장 좀 걷고 동네 개들 구경하고 그렇게 종일 아무것도 안하고 지내도 너무 좋았어요. 돌고래 떼도 한 번 봤고요. 수영 잘하는 분들은 좀 가까이까지 가시더라고요. 저는 못하니까 멀리서만 봤습니다.
근데 안타까운게 쓰레기가 너무 많아요. 원래 나뭇잎이나 종이로 음식을 싸고 일상생활에서 포장하던 걸 요즘은 비닐로 많이 쓰잖아요. 우리도 그러듯이. 근데 관광객이 점점 많아지니 비닐봉지, 빨대, 플라스틱 생수병 쓰레기가 엄청 나오더라고요. 시골마을에서는 쓰레기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테니까 주민들중에는 바닷가에 쓰레기를 그냥 갖다 버리시기도 하고, 처리한다고 해도 워낙 많아서 바다가 엄청 쓰레기로 뒤덮이고 있다는 안타까운 뉴스를 봤습니다. 다행인 것은 지난번에도 공정여행, 책임여행 이야기했는데요. 다이빙센터나 여행사를 운영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쓰레기를 줍고 플라스틱생수병이나 빨대, 비닐을 쓰지 말자는 캠페인을 하더라고요. 그런 활동에 장기적으로 참여하면 숙소를 제공하겠다는 곳도 있었어요.
이가지 : 그래. 우리도 일회용컵보다는 텀블러를 사용하자. 그런 캠페인 하잖아. 여행지, 저개발지역을 방문할 때는 환경문제도 더 진지하게 생각해야겠네. 음. 재밌었다. 발리이야기. 잘했네.
신바닥 : 아이고,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