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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3) bali, indonesia

이가지 님과 신바닥 님이 들려주는 여행만담. 빼어난 여행_08

by badac
제올리는여자.jpg

이가지 : 오늘은 무슨 이야기 할꺼야? 발리 이야기 좋아. 다른 거 준비하기 싫어서 그냥 대충 떼우는 거 아니지?


신바닥 : 아니에요. 이것도 준비한다고 전에 찍어논 사진도 찾아보고 그 때 썼던 일기도 읽어보고 열심히 준비하는 거란 말이에요.


이가지 : 믿어주지.


신바닥 : 여러 번에 걸쳐서 제가 지도도 못 봐서 길을 헤매고, 흥정도 못해서 바가지 쓰면서 물건을 사고 어리버리하게 여행하는 사람인 걸 들켰잖아요. 여행작가니 가이드 출신 여행전문가니 하는데 말이지요. 하지만 제가 그나마 좀 잘하는 게 있다면 현지분들과 사귀고 노는 게 아닐까 싶어요.


이가지 : 그러게. 전국 각지, 멀리 다른 나라까지 친구가 있더라.


신바닥 : 친구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살고 있는 편이에요. 여행을 다니다가 친구가 되는 경우도 많고요. 남들보면 여행 중에 운명적인 연인이나 친구를 만나는 영화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사실 그런 일들이 모두에게 일어나는 건 아닌 거 같더라고요. 그냥 저는 그때그때 만나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대하고 그 순간을 고맙게 여기고 즐기고 그렇게 해요. 사람을 사귀는 건 우연과 인연이 다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발리에서 지내는 동안 만난 분들과 지금까지 오래 이어지는 친구가 되지는 못했지만 인상적인 경험들이 있어서 그 얘기를 해보려고요.


이가지 : 여행 중에 사랑에 빠지거나 단짝을 만난다거나 하는 영화 같은 일들이 일어나기도 하고 아니기도 한다. 왜 나한테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나나 아쉬워하기 보다는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들과 순간을 즐겨라. 이런 말이지?


신바닥 : 네, 맞습니다. 정리도 참 잘하시네요. 저는 이런 일이 있었어요. 발리에 간 지 며칠 안 되었을 때인데 밥 먹으러 간 식당에서 만난, 거기서 일하는 여자 친구들과 오락실과 노래방을 가게 되었어요.


이가지 : 금방 그렇게 친해졌어? 정말 사람들하고 잘 친해지나봐. 몇 번 안 본 분들과 그것도 다른 나라에서 그러기가 쉽지 않잖아.


신바닥 : 운이 좋았죠. 관광지에 있는 흔한 식당이었고요. 밥 먹고 차 마시면서 혼자 인도네시아어 교재를 보면서 인사말을 연습학 있었어요. 그 친구들도 한국 연예인을 좋아하니까 한국 사람들에게 관심이 많았고 제가 혼자 온 여자니까 서로 더 편안하게 느끼지 않았을까요. 저도 지금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데요,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외국인 관광객이 한가한 카페에서 ‘이름이 뭐에요’ ‘이거 얼마에요’ 이런 걸 혼잣말로 연습하고 있으면 저도 말을 걸었을 수도 있겠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거 한번만 또릿또릿하게 말해줘볼래. 너한테도 한국어 가르쳐줄까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국노래 부르는 거 좋아한다고 노래방에 가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갔어요. 일 끝나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그 친구들 사는 집에 가서 옷 갈아입는 거 기다려서 같이 놀러나갔어요.


재밌는 게 그분들 집에 가니까 샤워하고 평상복으로 갈아입잖아요. 그러면서 나한테도 더우면 샤워를 하라고 그러는거에요. 처음본 사람 집에 가서 막 샤워하기가 이상하잖아요. 그래서 나는 됐다 그러고 말았는데 두 달 살다보니까 저도 더워서 시도때도 없이 샤워를 하게 되더라고요. 나한테 샤워를 권한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어요.


이가지 : 재밌넹. 바닥 씨는 운도 좋고. 바닥이가 마음을 먼저 열어서 그런가? 그래도 위험할 수도 있잖아.


신바닥 : 그쵸. 혼자 여행하는 게 어떻게 보면 엄청 위험할 수도 있죠. 착해보이는 여자분들이었지만 극단적인 경우를 상상하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잖아요. 제가 예측하지 못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고요. 그런데 그건 여행을 하고 사람을 만나면서 저한테 어떤 감 같은 게 생기는 거 같아요. 이 사람 뭔가 이상하다. 이 친절이 의도가 있는 거 같다 이런 식으로요.


저는 그 뒤로도 우쿨렐레 사러 간 악기점 친구한테 관광지 소개시켜달라고 물어봤다가 관광가이드에게 지불하는 비용만큼 낼 의향이 있으니 실례가 아니라면 같이 가줄 수 있냐고 부탁해서 가기도 했고요. 덕분에 그 친구의 취미생활을 구경하기도 했어요. 새를 키워서 크게 노래부르기 대회 같은 걸 하더라고요.


제가 게스트하우스에서 일하면서 여행자들을 많이 만나보고 저도 여행을 다니면서 돌발적인 상황에 처한 적이 있으니까 나름대로 대처 능력같은 게 생겼고 사람보는 감도 생겨서 가능한 일이기는 했지요. 그래도 저는 뭐랄까. 모두에게 그런 감은 있다고 생각해요. 무조건 모험하고 도전해라 그런 뜻은 아니지만요.


사람은 진심을 다해 대하면 반응하기 마련이거든요. 식당에서 그 친구들을 만난 것도 제가 의도하고 이러고 있으면 누가 와서 말을 걸겠지, 한 게 아니고 악기점에서도 악기를 사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디로 놀러가면 좋을지, 너희 가은 현지인은 어디를 가는지 이야기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이어졌고요.


이가지 : 그래, 그래도 두려움과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시도해보기는 쉽지 않겠다. 말도 안 통하고 모르는 사람에게 말 거는 걸 다 잘하는 건 아니니까.


신바닥 : 물론이죠. 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을 먼저 잘 걸지는 못해요. 서양인들은 길에서 만나는 사람하고도 사소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해지기도 하잖아요. 여행에서는 그런 사람이 특히 더 많은 걸 얻는다, 라고 말들을 하는데 자기가 그런 거 잘 못하는 사람인데 못하는 너가 바보 같은 거다. 적극적으로 용기내서 말을 먼저 걸어보자 그렇게 얘기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도 위험하지 않을까, 더럽지 않을까, 너무 걱정하고 두려워하면서 움츠리고 볼 것도 없다라고 섣불리 판단하지는 말자는 뜻이에요. 저는 편하게 망쳐도 좋다 이런 마음으로 발리의그 시골마을에서 미용실 가서 염색했어요. 우쿨렐레 스탠드 만들어달라고 목공방 가서 주문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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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지 : 하하. 말도 안 통하는데 현지분들이 가는 미용실에 갔다고? 한국에서도 미용실 잘 안가잖아.


신바닥 : 그러니까요. 문화체험 같은 거였죠. 한 곳에 오래 지내면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장사하는 분들이라도 얼굴이 익잖아요. 가볍게 간식을 나눠 먹기도 하고 점점 더 친해졌어요. 여행자의 특권은 부탁을 맘껏 해도 되는 거더라고요. 필요한 경우에는 사례를 하고요. 스쿠버다이빙을 하느라고 다이브샵 직원분들과 자주 보니까 친해졌는데 그분들처럼 손으로 밥 먹어보고, 그 분들이 하는 것처럼 식사 전에 조금 덜어내어 한 쪽에 두는 의례를 따라하거나, 우리네 구전동요 같은 걸 가르쳐달라고 해서 배우고 그러면서 그 분들에게 이쁨을 받았죠. 미용실도 그분들게 부탁해서 데려다달라고 했어요. 통역도 해주셨고요.


이가지 : 잘했네. 재밌다. 다음 화에도 또 발리 이야기 할꺼야?


신바닥 : 지겨우세요?


이가지 : 아니 그건 아닌데 날로 먹는 거 같아서 의심되니까


신바닥 : 아니라고요! 다음번엔 스쿠버다이빙, 스노콜링 같은 바다 이야기 할게요.


이가지 : 그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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