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지 님과 신바닥 님이 들려주는 여행만담. 빼어난 여행_07
이가지 : 본격적인 발리 이야기 할꺼냥?
신바닥 : 네. 제가 2014년 11월에 가서 두 달 지냈고, 다음해 5월에 가서 두 달 후인 7월에 돌아왔어요. 가기 전에 여행사를 통해 2달 짜리 비자를 받아 갔는데 지금은 30일까지 무비자로 체류할 수 있다고 해요. 30일 이상 지내시고 싶으면 입국할 때 도착비자를 받고 연장하거나 제가 했던 것처럼 한국에서 받아가셔도 됩니다. 지내면서 동네 산책 다니고 시장에서 장봐다가 요리해 먹고 자전거타고 돌아다니면서 놀았는데요. 그때 이야기를 하려고요.
이가지 : 그래. 요즘 한 도시 한 달 살기 이런 여행 많이 하는데 두 달이라니 계셨다니 재미있는 이야기 많겠다.
신바닥 : 저는 아메드라는 발리 섬 동북부 작은 바닷가 마을과 길리 아이르라는 섬에서 주로 지냈어요. 길리는 작년 윤식당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촬영지여서 그 뒤로 더 유명세를 탄다고 해요. 길리는 발리 옆에 있는 작은 섬들인데요. 길리라는 말이 섬이라는 뜻이기도 하고요. 우리나라 강화도 옆에 주문도, 볼음도, 아차도 이렇게 작은 섬들이 여럿 있는 것처럼 길리 트라왕안, 길리 아이르, 길리 메노 이렇게 세 섬을 길리, 라고 부릅니다. 윤식당은 그중 가장 큰 섬인 길리 트라왕안에서 찍었고요. 여행자들에게도 가장 유명하고 놀 거리도 많은 섬입니다.
이가지 : 그 프로그램이 아주 인기있었지. 거기 고양이도 많기로 유명한 섬이잖아. 나 알아. 윤식당 보니까 바다 정말 아름답더라.
신바닥 : 아니 어떻게 아시죠? 개는 없고 고양이만 있기로 유명하다고 해요. 바다도 정말 아름답고요. 길리 아이르도 그만큼 아릅다웠고요, 발리 본섬의 아메도도 투명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맘껏 즐기고 놀았어요. 각각 한 달 정도씩 지냈는데요. 현지인처럼 한달 살이를 하려니까 가장 먼저 교통수단이 필요하더라고요.
이가지 : 동남아 여러 국가에서는 오토바이를 많이 타잖아. 발리도 그래?
신바닥 : 네, 아메드에서도 다들 오토바이를 타더라고요. 여행자들도 하루에 얼마씩 내고 오토바이를 빌려서 꽤 먼 교외까지 관광을 가요. 폭포를 보러 간다거나 사원에 간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저는 자전거를 좋아해서 자전거를 빌리고 싶었어요. 두 번째로 갔을 때는 현지친구의 도움을 받아 자전거를 한 대 샀습니다.
이가지 : 전에 뉴질랜드에서 자전거캠핑여행도 했잖아.
신바닥 : 네. 오토바이 배우기가 어려운 건 아닌데 무섭기도 하고 주유도 계속 해줘야하니까 비쌀 거 같기도 해서요. 빌리는 비용만 따지면 오토바이에 비해 자전거가 훨씬 싸지는 않았어요. 제가 바가지를 쓴 건지도 모르겠지만요. 자전거 빌려주는 대여소가 눈에 띄지 않아서 숙소나 수퍼에서 물어보면 소개시켜주더라고요.
이가지 : 여행 이야기할 자격이 되는거야. 전문가는 아니라고 계속 변명하면서 지난번엔 길치에 지도도 잘 못본다, 여행계획도 치밀하게 안 세운다, 이번엔 바가지를 쓴다고 하다니.
신바닥 : 제가 한국에서도 흥정을 잘 못해가지고요. 왜 그 가격이 나오느냐 내역을 알려달라는 말도 잘 못합니다. 이상하다 싶으면 그냥 관두거나 두고두고 소심하게 마음에 두고 신경을 쓰며 혼자 괴로워해요.
그렇지만 이건 생각해보자구요. 경제적으로 부유한 나라에서 덜 한 나라에 여행을 가면 물가가 엄청 싸잖아요. 우리 같은 관광객에게 아예 다른 가격을 보여주면서 바가지를 씌우는 것도 좋은 모습은 아니지만 우리돈으로 따지면 100원 500원인 가격을 깎겠다고 흥정하는 것도 썩 좋아보이진 않더라고요.
이가지 : 관광객과 현지인의 가격이 아예 달라?
신바닥 : 우리나라 여행업계도 보면 원래 성수기, 비수기 가격이 다르고 지역민 할인혜택이 있는 걸 이해는 하지만 최소 몇 배씩 가격 차이가 나기도 해요. 물이나 라면 하나를 사도 갈 때마다 가격이 다르고. 너무 당당하죠. 어제랑 가격이 다른데 그래도 응 그래? 이런 식이고. 현지인들과 친해지면 자기가 현지인 가격에 사다주겠다고 하기도 했어요. 자전거를 타고 좀 멀리나가면 현지인들이 가는 시장에도 갈 수 있거든요. 제 느낌에는 그곳에서는 외국인 손님을 많이 안 만나보셨으니까 가격을 다르게 받는다, 뭐 그런 생각을 안하시는 거 같기도 하더라고요. 하지만 알수 없죠. 말이 안통하니까. 그러려니 합니다.
이가지 : 바가지를 안 썼다고 치고, 자전거를 타고 현지인처럼 다니면 그런 장점이 있구나. 잘했네.
신바닥 : 시장 가는 길에, 우리식으로 말하면 좀 큰 마트가 있어요. 그래도 거기보다 시장이 더 쌀 거 같아서 시장까지 갔는데 주인이 같은 거에요. 시장 좌판 장사도 하시고 가게도 하시고 그러셨나봐요. 가격이 어땠는지는 기억 안 나요. 불리한 건 금방 잊어버리는 게 편하죠. 하하.
그래도 시장구경, 사람구경이 재미있으니까 멀리까지 일부러 가요. 자전거타고 가는 길이 이쁘기도 하고. 현지인들이 외국인 관광객보다 훨씬 많은 곳에 가면 제가 이방인이니까 주눅이 좀 들기도 하는데 그게 또 재밌어요. 말도 안 통해도 그런 장소가 현지분들에게 마사지를 받거나 서빙을 받는 관광객 대상의 업소보다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원래 그분들이 사시는 모습을 구경하는 거니까. 못알아듣지만 대충 어떤 상황인가보다 짐작해보기도 하고 좀 한가하실 때 손짓몸짓으로 물건을 사기도 하고요.
이가지 : 현지의 문화를 존중하고 정당한 인건비를 지급하고 현지인들이 운영하는 상점을 방문해서 그 지역에 경제적 수익이 돌아가게 하자, 그런 게 공정여행이지? 나 알아. 똑똑한 고양이야 나는.
신바닥 : 공정여행, 착한여행, 책임여행 여러 가지 말로 부르는 데요. 다 아시는 얘기잖아요. 너무 값을 깍지 말고, 장소와 사람을 존중하면서 여행하는 거죠. 관광지로 외국 여행자가 많은 곳에도 어짜피 현지 분들이 사시기는 하니까 현지분들이 주로 가는 식당, 음식판매장소가 있어요. 제가 좋아하던 한 곳은 현지 친구를 따라 갔다가 그 뒤로는 혼자서도 갔는데 할머니 혼자 하시거든요. 영어 전혀 못하시고요. 발리에서는 주식으로 쌀밥에 각종 반찬을 곁들여서 먹는데 밥 위에 올라가는 반찬이 집집마다 맛도 다르고 종류도 다르고 그런 식이죠. 외국인들 대상으로 하는 가게는 고기 반찬도 좀 있고 그러면서 가격이 센데 그 가게는 채소만 잔뜩 있고 생선조각 조금 주시고는 당시 가격으로 500원 정도였어요. 제 입맛에 맞기도 했고요. 그래서 자주 갔어요. 돈 보여드리면서 밥 달라고 하면 주시고 그랬어요. 나중에는 밥그릇 들고가서 여기 담아달라고 하기도 했고요.
이가지 : 잘했네. 자전거 타는 거 재밌겠다. 마을 구석구석 다니는 것도 좋고.
신바닥 : 네. 전혀 관광객이 가지 않을 것 같은 마을 깊은 곳으로 가서 아마도 생전처음 외국인, 한국인을 본 것 같은 마을 여인들에게 둘러싸여 구경당하는 기분도 새로웠어요.
이가지 : 재밌겠다. 나도 나중에 같이 놀러갈래.
신바닥 : 오호,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정말 같이 가주실건가요?
이가지 : 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