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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1) bali, indonesia

이가지 님과 신바닥 님이 들려주는 여행만담. 빼어난 여행_06

by badac

이가지 : 왜 이렇게 오랜만에 왔냥?


신바닥 : 죄송합니다.


이가지 : 이유를 말해야지 무턱대고 죄송합니다만 하면 다야. 진심도 아니고 반사적으로 영혼없이 하는말 같구만.


신바닥 : 아니. 그게. 그냥 좀 우울했어요. 날은 춥고 뭔가 괜히 바쁘고. 겨우겨우 방송은 했는데 (이 이야기는 주1회 라디오방송때 한 이야기를 재구성합니다) 힘이 안 나가지고요.


이가지 : 그럼 말을 했어야지. 내가 한번 더 쓰다듬게 해줬을텐데. 나를 만지면 기분이 좋아지잖아.


신바닥 : 아이구 말씀 고맙습니다. 이제 좀 괜찮아요. 좀 괜찮을 때 발리 이야기 와르르르르 해버릴래요.


이가지 : 인간은 참 극단적이야, 제때제때 응? 꾸준히 하면 될것을 지금 밀린 일기 쓰듯이 다 해버리겠다는 거잖아. 한달치를.


신바닥 : 그래도 더 밀리기 전에 하는 게 어디에요. (그리고 너도 응? 자율급식 못하셔서 밥 주면 주는대로 다 드시잖아요. 아침에 다 먹어버리고 종일 굶으면서)

IMG_1829.jpg 내 얘기하냥


이가지 : 그래서 발리 이야기 하겠다고?


신바닥 : 벌써 3-4년 전인데 제가 발리에 두 달씩 두 번 여행을 갔었거든요. 처음 갔을 때 너무 행복한 시간을 보내서 한 번 더 갔고요. 두 번째는 처음처럼 마냥 좋지만은 않았지만 그 때 이야기를 시리즈로 해볼까봐요.


이가지 : 발리 특집이구나. 두 달씩 두 번이라니. 정말 특별한 인연이 있었나봥.


신바닥 : 그런건 아니고 비행기값이 싸서 갔어요. 저는 여행을 엄청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에요. 여행의 고수, 전문가, 여행작가 이렇게 불리는 건 부끄러워요. 저는 특별한 장소에 꼭 가고 싶어서 절실하게 꿈꾸고 가기 위해 엄청 노력했던 사람은 아니에요. 되면 가고 말면 말지. 근데 갈래 하면 가는 편이기는 했어요. 어디서든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고 믿거든요. 아름다운 곳도 많고요. 유명한 관광지는 안 가본 데가 많아요.


발리에 갔을 때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 너무 유명한 관광지보다는 좀 멀더라도 더 한적한 곳에서 지냈어요. 저는 시간이 많으니까 멀리 갈 수 있잖아요. 보통 발리로 신혼여행이나 휴양을 가실 때는 여행기간이 짧으니까 공항 근처의 유명한 관광지를 많이 가시는 거 같더라고요. 두 달 여행 다녀와서 저처럼 시간이 많고 여행경비는 적게 들이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여행정보를 정리해 책을 쓰고 싶었어요. 독립출판물로 만들려고 혼자 원고를 썼는데 인연이 닿아서 전자책 <나혼자 발리>를 내게 되었고 덕분에 여행작가가 되었죠.


이가지 : 그래. 서론이 길다. 그래서 발리에 어떤 구경 거리, 즐길 거리들이 있더냥?


신바닥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라는 영화랑 책을 봤어요. 남들이 보면 부럽고 안정적으로 살던 미국의 한 여성작가가 이게 진짜로 내가 원하는 삶이었나, 하는 의심을 하면서 인생에 과감한 변화를 줘보겠다고 여행을 떠나는 실제 이야기고요. 영화는 줄리아로버츠가 주연이었고 이탈리아에서 먹고, 인도에서 기도하고, 발리에서 사랑하는 1년의 과정이었는데요. 그 영화의 흥행 후에 발리에 오는 여성 여행자가 많았데요. 전세계 여행자들에게 일찍부터 유명한 관광지가 많거든요. 발리에.


인도네시아의 수 많은 섬들 중 하나인데 다른 지역은 이슬람교를 믿지만 발리만 흰두교거든요. 전통적인 종교의식, 축제, 의상, 음식 등 문화의 차이를 느끼면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아름다운 바다에서 즐기는 서핑, 다이빙 같은 해양스포츠, 계단식 논과 좋은 숲과 산, 래프팅을 즐길 수 있는 강까지 굉장히 좋은 거리들이 많아요.


이가지 : 남들 다 하는 거 말고 다른 특별한 걸 해본 것처럼 자랑했으니 어디 재미있나 들어보자.


신바닥 : 제가 유난해서 남들보다 더 특별한 건 아니고요. 사람 많은 데를 피하다보니 더 멀리간 거죠. 발리는 제주도의 3배쯤 된데요. 남쪽에 공항이 있고 그 지역에 여행자거리와 휴양지가 잘 형성되어 있어요. 고급 리조트, 서핑할 수 있는 해변,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가까운 다른 섬까지요. 3박 4일 정도로 여행기간이 일주일 이내일 때는 이동시간이 긴 다른 지역으로 가기가 어렵잖아요. 이미 발리까지 날아가는 데도 직항 기준 7시간인데요. 그렇지만 저는 한 달 이상 지내니까 시간이 많잖아요.

경유하는 저가 항공으로 새벽에 도착해서 날이 밝을 때까지 공항에서 자다가 아침에 몇 시간씩 걸어서 시내로 가고 거기서 또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어요.

공항노숙포인트.jpg 공항 노숙 포인트
잠자는바닥.jpg 잠자는 공항의 미녀 바닥 씨

이가지 : 공항에서 시내까지 걸어갔다고? 안 멀어?


신바닥 : 지금이야 그때보다 제가 나이가 더 들어서 체력이 될지 모르겠는데 지도 보니까 3~4 킬로미터 정도여서 충분히 걸어갈 수 있겠드라고요. 배낭여행자들 후기를 보니 걸어갔다는 사람도 있어서 할만하다 싶었죠. 저는 시간도 많고 돈도 아끼고 싶고 걷는 것도 좋아하니까요.


이가지 : 와, 걸을만 했냥? 두 달 여행이면 짐도 많았을 텐데. 글고 그게 재밌냥? 여행 즐겁고 좋은 경험하러 가는데 뭔가 극기 훈련 간 거 같아.


신바닥 : 그런 느낌으로 받아들이시는 분이라면 절대 안 하시겠죠. 그래도 다른 사람을 비아냥거리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택시비 아껴서 커피 한 잔이라도 사 먹으면 더 좋고 시간도 많고 걷는 것도 할만하니까. 비교했을 때 결과적으로 나한테 행복의 크기가 더 크다해서 그렇게 선택한거였어요.


이가지 : 비아냥거린거 아냐. 놀란거지. 오늘은 발리에서 지낸 다양한 경험을 앞으로 이야기하겠다, 는 예고넹. 공항노숙이랑 공항에서 시내까지 걸어간 이야기랑. 그건 그렇고 작년에 발리 화산폭발 뉴스가 이슈였는데 이젠 괜찮을까?


신바닥 : 2017년 11월 말에 재난 경보 수준으로 인근 지역민들이 대피하고, 화산재 때문에 공항이 폐쇄되고 그랬었죠. 화산이 잠잠해져서 올 1월부터는 다시 관광객들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합니다. 활동이 아주 멈춘 화산은 아니니까 예보를 잘 보면서 준비해야할 겁니다.


이가지 : 그래. 다음화엔 뭔가 고생스토리가 이어질 거 같은데 기대해볼게.


신바닥 : 아니에요. 고생을 강요하는 거 아니에요. 재밌는 이야기 할 거에요.

IMG_2432.jpg 공항에서 시내로 걸어가다가 만난, 첫 발리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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