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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江陵

이가지 님과 신바닥 님이 들려주는 여행만담. 빼어난 여행_05

by badac

이가지 : 오늘은 강릉이라고?


신바닥 : 네. 강원도 이야기를 해달라고 해서


이가지 : 내가? 아무말도 안했는데?


신바닥 : 아니. 사실 그게. 제가 일주일에 한 번씩 전화통화지만 라디오출연을 하는데 거기서 여행소개를 하거든요. 거기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니까 강원도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해서...


이가지 : 뭐라고? 이거 나한테 재밌는 이야기해주는 거 아니었어? 라디오대본 재탕으로 우려먹는거야? 게으르게?


신바닥 : 이렇게 다시 대담식으로 가공하잖아요! 그리고 쫌, 다 내가 쓰는 건데 우려먹는 게 어때서! 내맘이에요!


이가지 : 그렇지. 거기서 출연료 받잖아. 그럼 됐어.


신바닥 : 네, 받긴 받으니까요.


이가지 : 근데 인간 너랑 올림픽이랑 무슨 상관이야? 올림픽하니까 좋아?


신바닥 : 하아. 그게... 그것 때문에 조금 고민이 되었습니다. 저는 집에 텔레비전도 없고 뉴스도 잘 안 보고, 세상사에 관심도 별로 없고 그렇거든요.


이가지 : 그런 얘가 그렇게 트위터를 하냐.


신바닥 : 맞아요 트위터만 하죠. 그건 주로 내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 그나마 들을만한 뉴스가 걸러져서 들리기도 하고요.


#왜 강릉이야기를 하게 되었나

올림픽반대연대.jpg

이가지 : 그런데 그게 뭐? 트위터랑 올림픽이랑 너랑 무슨 상관이냐고?


신바닥 : ‘올림픽’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자고 ‘평창올림픽반대연대’ 활동을 하는 친구도 있거든요. 누구를 위한 올림픽이고, 무엇을 위해 열리나. 수백년된 숲을 해치고 대회 때 한 번 슬 스키슬로프를 만든다거나, 가난한 사람들은 쫓겨나듯 삶터를 옮겨야 하고, 대회를 준비하는 데 동원되면서 인간답지 못한 대우를 받고, 말처럼 올림픽 이후에 엄청난 효과가 생기는 걸까, 누구를 위한 축제일까, 누군가가 댓가를 치르면서 만들어낸 평화의 한마당이 어떤 의미를 가질까. 이런 고민들이요.


이가지 : 그래서, 너도 반대야?


신바닥 : 그게, 사실 잘 모르겠어요. 잔치나 행사가 좋은 점이 또 있잖아요. 김연아의 멋진 경기장면이 감동적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비겁하게 진지하게 같이 고민해보자는 제안을 그냥 뭉게고 넘어갔어요.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다, 좋은 거다, 성공해야한다, 잘하자, 이런 말만 듣지는 말자, 이런 식으로 질문하기 시작했다, 정도로요. 미뤄두고 있는 게 마음편치는 않지만.


이가지 : 그러면서 올림픽 특집으로 강원도 합시다 하는 ‘갑’님의 제안에 덜컥 그럽시다 하고 말이지.


신바닥 : 너무 반사적으로 할게요, 대답한 것에 대한 자기변명이랄까요. 이런다고 뭐 달라지나.내 마음 편하자고, 여기서라도 나 생각은 좀 있는 인간이야, 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더 부끄럽기도 한데요. 그냥. 질문하기 시작했다. 다음엔 멈짓하기라도 하겠다. 모든 것들에 대해서. 그런 다짐이라고 들어주세요.


이가지 : 그래, 그정도도 괜찮은 인간이네 라는 말 듣고 싶어서 그런거지? 그런 마음이 별로야 인간은.


신바닥 : 별로인 거 아는데요. 내가 그만큼의 별로인 인간인거잖아요. 우선은 별로인걸로 하시죠.


이가지 : 그래서 강릉 이야기 안할거야? 지금 본격 이야기 전에 너무 긴 거 알지? 여기서부터도 너는 별로야 인간아.


신바닥 : 네 (시무룩) 그냥 할게요 강릉이야기. 그래도 재밌는데...


# 강릉과의 인연 #옹심이 #바로방


신바닥 : 강릉이 고향인 제 친구는 중학교 때 바다가 보이는 학교에 다녔다고 해요. 내륙출신인 저에게는 너무 낭만적으로 들리더라고요. 전체 교실 중에서 딱 2개만 바다가 보였는데 운 좋게 2년 내내 자기 반이 그 교실이었고 아침에 햇빛에 반짝이는 바다를 보러 일찍 등교했다고 하더라고요. 상상만 해도 사랑스러운 풍경이죠.

이가지 : 오, 바다가 보이는 학교,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반짝이는 바다를 보며 꿈을 키우는 학생. 영화네 영화. 그래서 그 학교에 간 거야?


신바닥 : 아니오. 그런 아름다운 곳이라고요. 그 친구 말이 그게 중학교인데 지금은 또 건물이 많이 들어서서 안 보일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이가지 : 그게 뭐야, 그 얘기 뭐하러 한 거야.


신바닥 : 제가 친구집이 있는 동네로 여행가서 숙박비를 아끼는 여행을 한다고 했잖아요. 강릉도 그렇게 몇 번 갔어요. 대학 친구의 본가라서 서울에서 기차타고 정동진에서 해뜨는 거 보고 강릉으로 여행 간적이 있거든요. 오래전이라 강릉 가기 전에 정동진에 들렀는지 오는 길에 들렀는지 모르겠는데 정동진 역에 해뜨는 거 보러 가긴 갔어요.


이가지 : 그랬군. 강릉 가서 뭐 하고 놀았어? 맛있는 거 먹었어?


신바닥 : 역시 현지 친구가 있으니까 너무 좋아요. 강원도 음식 중에 감자반죽으로 수제비를 끓인 옹심이가 있는데 정말 맛있거든요. 전분 때문에 국물은 점성이 있어서 약간 탕수육 소스 같고 수제비도 훨씬 쫄깃쫄깃하고요. 그 집이랑 강릉시내의 오래된 빵집에 가서 도나쓰와 단팥빵을 사 먹었습니다. 작년엔가 텔레비전에 나와서 지금은 훨씬 더 유명해졌다고 하더라고요.

바로방빵집.jpg

이가지 : 수제비 끓일 때 멸치는 나 줘.


신바닥 : 사실 진정성 있는 방송 준비하려고 어제 감자랑 호박이랑 대파 사왔는데 게으름 피우다가 못 만들었어. 오늘 저녁에 해먹자.


이가지 : 게으름뱅이~


#순긋해변 #허난설헌기념관


신바닥 : (못 들은 척) 그리고 또 강릉에는 아는 분이 또 있어요. 덕분에 순긋해변에 안프로게스트하우스도 갔었는데 경포대랑도 가깝고 한적한 해변이라 아침에 산책하면 정말 좋아요.

안프로.jpg

이가지 : 거기서도 돈 안내고 잤니? 게으름뱅이에 거렁뱅이네~


신바닥 : 게으름뱅이, 거렁뱅이에 대한 폄하를 멈추세요 가지님.


이가지 : 넹.


신바닥 : 영업집에 갈 때는 그러면 안 되죠. 저도 그런 염치는 있어요. 엄청 친하지도 않고요. 그래도 가면 맛있는 거 사주시니까 고맙죠. 여튼 안목항에 바다 건너는 다리 구경시켜 주셨어요.


이가지 : 안목항 커피 거리로 유명하다며?


신바닥 : 네. 커피축제도 하고요. 커피로 지금처럼 엄청 유명해지기 전에 강릉여행가서 보헤미안이랑 테라로사 같은 데는 가봤어요. 안목항은 원래 자판기 여러 대 놓여있고 거기서 커피 뽑아 바닷가 산책하는 유명한 곳이었데요. 그래서 커피 거리로 조성되는 스토리로 연결되었나봐요. 저희는 거기 커피 마시러 간 건 아니에요. 바다와 강이 만나서 지형이 특이하게 생기면서 육지 사이에 강과 바다가 만나는 그런 물이 모이는데요. 거기 다리가 꼭 바다 위에 있는 거 같거든요. 규모도 크고 그거 올라갔다왔어요.


이가지 : 다리 구경하는 거 좋아하는 인간들도 많지?


신바닥 : 네. 우리 아부지도 좋아하셔서 다리 구경 많이 다니셨어요. 나는 보통. 그 솔바람 다리도 아름다운지는 잘 몰겠더라고요. 그래도 올라가서 구경했어요.


이가지 : 또 어디 갔어?


신바닥 : 강문해변에도 다리 있는데 액자형 조형물 만들어서 사진도 찍기 좋게 해놨어요. 유명한 햄버거 가게 있어서 먹으러 갔는데 줄을 너무 서고 먹을 데 없어서 바닷바람 맞으면서 밖에서 먹었더니 맛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더라고. 역시 옹심이가 짱이에요.


이가지 : 나도 멸치.

허난설헌생가터.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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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닥 : 허난설헌 기념관도 좋아요. 한옥집이 단아하게 아름답고 주변 솔밭 산책하기도 좋고요. 강릉 처음에 갔을 땐 오죽헌, 경포대 갔었고 그 뒤로 여러번 갈때는 시장 구경도 하고, 시내에서 강릉 항교도 갔어요. 강릉은 단오제를 아직도 크게 하니까 시기 잘 맞춰도 가면 좋을 거 같아요.


이가지 : 여행갈 때 동선 짜는 게 일이네. 왔다갔다 피곤하지 않게.


신바닥 : 맞아요. 저는 우선은 지리부도로 대충 지역 위치 확인하고 구글맵에 가고 싶은 곳 찍어서 동선을 짜봅니다.


이가지 : 지리부도?


신바닥 : 강릉이 사실 어디 있는지 딱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잖아요. 위에서부터 양양 속초 강릉 동해 삼척 이런 식일텐데 그냥 지리부도 펼여보는 거 좋아해요. 고등학교 교과서라 사기도 힘들었어요.


이가지 : 잘했네. 그리고 세부 동선은 구글맵으로 그리고?


신바닥 : 네.


이가지 : 안 가본 데 중에서는 어디 가보고 싶냥?


신바닥 : 소금강이 그렇게 좋다더라고요. 이름이 강 같잖아요. 그런데 산이에요. 금강산만큼 절경이라서 작은 금강산이라는 뜻이고요.


이가지 : 또 산이냐.


신바닥 : 헤헤. 산 좋잖아요. 강릉 친구집에 친구 없이도 놀러간 적 있어요. 아는 사람들 집만 골라서 여행다니면서 숙박비 아끼던 시절인데 친구는 서울에서 멀쩡히 직장다니고 나는 놀러다닐 때 친구방에 가서 잤죠. 심지어 친구는 알지도 못하는 후배도 데리고 갔어. 어머님이 맛있는거 해주셨지. 히히.


이가지 : 허허. 그래놓고 염치 있는 여행자래 자기가.


신바닥 : 있는 집, 남는 방에 가서 자는 건데 뭐 어때. 헤헤.


이가지 : 다음 번엔 또 어느 집에 가서 신세진 이야기를 할라고.


신바닥 : 아니야. 발리 갔을 때 이야기 할 거에요. 그때도 물론 많은 사람들 도움 받았지만 재워줄 친구는 없었어요.


이가지 : 그래, 오늘 저녁에 옹심이 해먹고 멸치 먹고 다음에 만나자냥.


신바닥 : 넹.

순긋해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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