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페낭 Penang

이가지 님과 신바닥 님이 들려주는 여행만담. 빼어난 여행_05

by badac

이가지 : 왜 이렇게 늦게 왔냥? 오랜만이다.


신바닥 : 네. 죄송해요. (내가 왜 죄송한거지?) 생리기간이라 컨디션이 안 좋기도 했고요. 엄청난 한파 때문에 정신이 없었어요. (변명하지 말라구)


이가지 : 그래? 집에 별 일 없냥? 수도 안 얼었고? 나 물 마시고 싶단 말야


신바닥 : 다행히 우리집은 아무 일 없어요. (내내 잘 놀고 잘 먹어놓고 모른 척 하기는)


이가지 : 추운데 또 여행이야기야? 별로 재미없는 거 같아.


신바닥 : 아, 역시 죄송해요. 추울 땐 따뜻한 곳으로 가야죠. 전에 제가 말레이시아 페낭에 다녀온 이야기 할게요.


이가지 :페낭? 거기 멀어? 맛있는 거 많아?


신바닥 : 네. 맛있는 거 많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말레이시아 #페낭

모스크.jpg 물 위에 떠 있는 아름다운 모스크
페낭힐.jpg 페낭힐에서 본 페낭브릿지
IMG_1101.jpg 수상가옥들이 모여있는 곳도 유명한 관광지였는데 이름이...

신바닥 : 말레이시아에서 쿠알라룸푸르 다음으로 두 번째 큰 도시고요. 섬인데 본토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어요. 오랫동안 동양과 서양을 잇는 중요한 무역항이었다고 합니다. 동시에 군사적으로도 중요한 도시여서 오랫동안 영국의 식민지였고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포르투칼, 네덜란드, 일본인들도 드나들고요. 아무래도 중국과 교역을 많이 하니까 중국인들도 많이 이주해왔고, 인도 바로 옆이라 인도 문화도 섞여 있고요. 그래서 한 도시 안에 식민지 시대 유럽식 건축과 성당, 흰두교 사원, 원주민인 말레이족의 이슬람사원, 중국식 불교 사원, 인근의 태국, 버마식 불교사원까지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어울려 독특한 분위기를 내는 곳입니다.


이가지 : 뭐라고? 재미없는 말만 잔뜩하는 거 같은데? 맛있는거 많다고? 간단하게 얘기하면 얼마나 좋아. 여기서 얼마나 걸린다. 뭘 먹어봐야한다. 어디가서 뭘 보면 좋을 거다. 이렇게 좀 정리좀 하지?


신바닥 : 그런건 여행정보 검색하면 다 나오잖아요.


이가지 : 야, 여기가 그런 데 아냐? 읽는 사람들은 그런거 기대해


신바닥 : 몰라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할 거에요.


이가지 : 그래도 정리 한 번만 해줘. 응?


신바닥 : 인천공항에서 쿠알라룸푸르까지 7시간 정도 걸리고요, 거기서 국내선 갈아타요. 차로도 갈 수 있고요. 이제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해도 되죠?


이가지 : 아, 맘대로 해.


#페낭과의 인연 #우리집에도 놀러와


신바닥 :제가 해운대 앞 게스트하우스에서 두 달 동안 일하면서 지낸 적이 있거든요. 외국 배낭여행 다니다보면 여행자가 숙소에서 일하면서 숙박비를 내지 않고 장기로 머물기도 하더라고요. 그와 비슷하게 저는 부산을 좋아해서 부산에서 지냈는데요. 그때 다양한 외국 여행객들을 만났어요. 몇 마디 간단하게 나누다가 좀 친해지면 일 끝나고 가이드처럼 같이 다니기도 했거든요.


이가지 : 잘했네. 재밌었겠다. 그때 외국 친구들 많이 사귀었니?


신바닥 : 국내에서 원어민 교사하다 본국 돌아가는 우크라이나 출신 미국 여자친구랑도 많이 다녔는데 연락은 안 되고, 페낭사는 말레이시아 친구들하고도 몇 년 간은 연락하고 지냈는데 지금은 뜸하고, 아 독일에서 온 한국인 입양아 친구도 있었어요. 어디까지 이야기했죠. 아 말레이시아 친구들. 말레이시아에서 20대 남자들이 여행 왔을 때 감천마을에도 같이 가고, 시장에서 닭강정 사는 것도 도와주고 재미있게 며칠 지냈죠.


이가지 : 남자라 더 잘해줬니?


신바닥 : 어휴, 사실 말 통하면 여자든 남자든 상관없잖아요. 그리고 재미있는 사람은 여자가 더 많기도 하고. 그래도 그 친구들은 재미있었어요. 영어를 더 잘하면 얘기도 많이 했을텐데 언어가 통하는 거랑 또 뭔가 통하는 거랑은 다르니까 영어를 아주아주 잘 못해도 재미있어요. 친해지고 나면 언어 때문에 결국 답답하기는 하겠지만요.


이가지 : 그래서 재미있었어? 그래도 뭔가 간질간질 로맨스라도 있었냥?


신바닥 : 전혀 없었고요. 저보다 한참은 어렸고 한 친구는 애인도 있고 또 한 친구는 어느 커피숍에서 한국 여자분한테 반해서 우리가 다 같이 응원해서 편지도 전해주고 그랬어요. 그렇게 유쾌하게 며칠을 같이 보내고 헤어질 때 너 꼭 나중에 우리집에도 놀러와라, 이렇게 인사를 하잖아요. 보통.


이가지 : 그치. 근데 정말 그 말 듣고 간 거야?


신바닥 : 네. 오라고 했으니까요. 재워는 주겠지 하는 마음으로요.


이가지 : 하하, 정말. 그러기가 쉽지 않은데 역시 공짜라면 사죽을 못쓰는구나.


신바닥 : 우리집에, 우리나라에도 꼭 놀러와 하면서 그런데 이렇게 말해도 진짜로 오는 사람은 없잖아. 이런 얘기도 나눴어요. 저는 당시 시간이 많은 여행자였고 돈은 없고 더 놀고 싶고 뭐 그랬어요. 연락해서 나 진짜 갈 거야. 라고 했더니 엄청 반가워하면서 언제 오냐 일정 물어보고 그렇게 이야기 오가는 가운데. 혹시 재워줄 수 있니 라고 물어봤어요. 그래도 한국 있을 때 닭강정 엄청 좋아했던 친구들이라 속초 만석 닭강정도 사갔다구 내가! 고추장사다달라그래서 고추장도 사가고, 또 뭐냐. 키높이 깔창도 사다줬고. 같이 쇼핑도 다녔는데 깔창 엄청 좋아하더라고요. 히히.


세 명이 함께 여행왔었는데 한 친구가 자기 할머니 집에 저를 재워줬고요, 때마침 일을 쉬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가 저를 가이드해서 이곳저곳을 많이 데려다 줬죠. 친구들끼리 노는 자리에도 데려가줬어요. 같이 국립공원 트레킹도 가고, 배드민턴 치는 동호회도 구경하고

IMG_1105.jpg 어쩌구 국립공원에 갔어요

이가지 : 정말, 좋은 사람은 귀신 같이 찾아내서 신세진다니까. 물론 네가 잘한 것들이 돌아온 거라고 생각하기는 한다.


신바닥 : 중국계 말레이시아인들이어서 자기들끼리는 영어, 중국말을 쓰더라고요. 서점에 가도 중국어 책이 훨씬 많고. 경제가 화교들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더니 놀랍기는 햇어요. 그래도 이슬람국가라서 길에는 뽀뽀하지 마시오. 이런 표지판도 있더라고요.

IMG_1112.jpg 수영복 금지, 뽀뽀 금지, 또 뭐뭐 금지.


#여행자에게 친절을 #내가 받은 친절을 보답하는 마음으로 #현지친구에게 신세지기


신바닥 : 아무래도 사람들이 여행자에게는 너그러워지는 편이잖아요. 저도 그랬어요. 당시의 저는 같은 여행자였으니까 나도 같이 여행을 하는 거고, 한국말이 서툰 친구들을 데리고 마을버스도 타고 시장도 가면서 그 친구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었어요. 제가 여행하면서 저한테 그렇게 마음을 내어준 분들이 많았거든요. 여행을 다니면서 정말 많은 도움을 받는데, 그때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죠, 하면 니가 다른 어려운 사람에게 잘해줘라. 나도 언젠가 그런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너를 도와주는 거다, 라고 말하거든요. 그렇게 좋은 마음들이 돌고 도는 거 같아요. 그리고 저도 누가 그렇게 온다고 하면 기쁜 마음으로 오라고 할 거니까요.


이가지 : 그래서 편하게 즐겁게 다녀왔냥?


신바닥 : 제가 정말 아무런 준비를 하고 가지 않았어요. 비행기표만 딱 끊어서 갔거든요. 공항으로 그 친구들이 마중을 나와주고, 둘러볼만한 곳들도 알아서 다 정해가지고 하루는 유명한 절, 하루는 전망이 좋은 언덕, 하루는 자전거 타고 시내 관광 이런 식이었어요. 마지막 일정만 저 돌아가는 비행기에 맞춰서 쿠알라룸푸르까지 차로 태워다주고 자기 볼일 보니까 나보고 알아서 놀다오라고 하더라고요. 자기 친구집에서도 하루 재워주고 부모님 집에서도 재워주고 되게 여러집에서 얻어 잤어요.


이가지 : 정말. 친구 믿고 간 여행이넹.


신바닥 : 네. 가자면 가고 멋있다고 사진은 찍었는데 거기 이름이 뭔지도 정확히 잘 모르고 커다란 부처님 상이 누워있는 사원이랑 엄청나게 큰 절이랑, 바다 위에 떠 있는 아름다운 이슬람 사원이랑 수상가옥이랑 어떤 성당이랑 갔었는데 찾아보니까 다 엄청 유명한 관광지더라고요. 음식 같은 경우도 친구들이 맛있는 거 알아서 추천해주고 말 한 마디 안해도 계산하는 것도 다 도와주고 여행자들이 현지인들의 특별한 자리에 초대되는 걸 좋아하니까 조카 생일잔치도 데려가주고 그랬어요. 돌반지라도 선물하고 싶어서 어떻게 해야하나 전전긍긍하다가 귀걸이 금이니까 이거라도 하면서 선물했고. 아가들도 귀 많이 뚫고 귀걸이 하더라고요.

벽화.jpg
켁록시템플(극락사).jpg
Wat Chaiyamangkalaram.jpg


이가지 : 오늘은 페낭 이야기라기 보다는 그냥 인간 니가 여행하는 방법, 사람한테 잘하고 잘 만나고 베풀고 받고 뭐 그러라는 이야기냥?


#페낭락사 #로작 #길거리음식 천국


신바닥 : 그래도 페낭 이야기 조금은 해야겠죠? 너무 맛있어가지고 제가 돌아와서 찬양을 하면서 노래까지 만든 게 있는데요. 락사입니다. 생선을 기본으로 한 국수인데요. 시큼한 맛이 나서 전혀 비리지가 않더라고요. 여행잡지 같은 데서도 페낭에서 꼭 먹어봐야하는 음식이라고 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이가지 : 페낭 락사. 나도 먹고 싶다. 나중에 만든 그 노래 불러줘!


(*페낭락사는 여기서 들어보세요, 하하하 )


신바닥 : 로작이라고 부르는 샐러드도 특이합니다. 과일을 매운 양념에 무친 거예요. 되게 이상할 거 같은데 맛있습니다. 이건 제가 또 쿠알라룸푸르에서 혼자 자유시간을 보낼 때 성당 앞을 기웃거렸거든요. 저는 절이나 성당이나 아름다운 종교 건축물 구경하는 걸 좋아해서 혼자 조용히 주변을 돌아보다가 고양이 한 마리가 있길래 사진 찍고 문이 열려서 안을 빼꼼히 들여다보니까 또 막 들어오라고 하시는 거에요. 그래서 들어가서 인사좀 나누고, 자기들 저녁 먹는데 앉아서 얻어먹었죠. 그때 다른 음식들은 다 그러려니 하겠는데 저 매콤달콤한 과일무침이 인상적이었어요. 완전 현지분들이 드시는 스타일이었겠죠.

성당앞야옹이.jpg 저를 성당으로 인도하신 고양이 님

이가지 : 로작 이야기를 하는 거냐, 또 얻어먹은 자랑을 하는 거냐 진짜. 그래도 역시 고양이가 큰일했넹.


신바닥 : 둘 다죠. 헤헤. 연유를 듬뿍 넣어 다디단 동남아스타일 커피도 거기서 처음 먹어봤어요. 보통 베트남커피라고 많이 마시는 거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커피팔 때는 페낭커피 메뉴도 만들어서 팔았죠.


이가지 : 오늘 이야기는 요약하자면 평소에 여행자들에게 친절을 베풀어라, 그러면 너에게 복으로 돌아온다. 궁금한 장소는 기웃거려라, 그러면 가만히 있어도 먹을 게 생긴다 이런 말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신바닥 : 그럼요. 진심으로, 예의를 갖춰서. 말이 안통해서 마음은 통하니까요.

커피수레와 멋쟁이 아저씨
락사 사진은 없네요. 호호. 얼음부숭이 첸돌입니다. 이것도 맛있어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한라산 漢拏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