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지 님과 신바닥 님이 들려주는 여행만담. 빼어난 여행_04
이가지 : 감기는 어떠냥? 인간들은 털도 없고 말이야, 참으로 미개하다냥.
신바닥 : 네. 큼큼. 이제 다 나았습니다. 집에서 귤 먹고 생강차 먹고 고깃국 먹고 나았습니다.
이가지 : 고깃국? 나도 좋아한다냥. 고깃국. 나는 고기, 빨간 고기.
신바닥 : 네. 그만하시고요. 다음에 제가 빨간 고기 사드릴게요. 오늘은 눈도 많이 오고 하니 하얀 눈이 쌓인 산 이야기 더 해볼까요? 한라산으로 가봅시다.
# 다양한 제주도의 매력
이가지 : 한라산? 제주도에 있는 그 한라산? 거기 좋앙?
신바닥 : 그럼요, 제주도야 다 아름답죠. 그래도 한라산은 꼭 가려고 합니다.
이가지 : 나 제주도 안 가봤어. 좋아?
신바닥 : 네, 좋아요. 제주 바다를 좋아해서 다이빙하러도 많이 가시고, 바다가 보이는 예쁜 카페에 앉아서 시간을 보내시는 분들, 올레길이나 오름을 걸으시는 분들, 요즘은 특이한 기념품을 파는 아기자기한 가게나 서점들도 많이 가시더라고요.
제주를 좋아하는 이유도 다양하고 그것들을 다 고루 즐기실 수 있는데요. 저는 제주에 가면 한라산에 올라가는 편입니다.
이가지 : 나도 바닷속에서 맛있는 거 잡아먹고 싶다. 수영하고 싶어.
신바닥 : 네, 나중에 제주도 데려가 드릴게요.
이가지 : 근데, 인간. 산을 좋아하나봐. 전엔 히말라야 얘기하더니.
# 한라산 오르는 길이 좋아요
신바닥 : 매주 산에 오르거나 산악회에 가입하지는 않았는데요. 높은 곳에 올라가서 보는 풍경을 좋아하고, 걷는 건 자신이 있어서 산을 오르는 것도 크게 어려워하지 않아요. 여행을 가도 슬슬 시장이나 골목길 동네를 산책 다니고 근처 언덕이나 산, 전망대를 찾아가려고 합니다.
한라산보다 먼저 백두산에 간 적이 있었는데 천지가 너무 아름다워서 반했죠. 백록담은 물이 거의 없으니까 솔직히 백두산 천지만큼 아름답지는 않았는데요. 산에 오르는 길이 좋잖아요.
이가지 : 백두산 가봤다고 자랑하는 거냥? 흥. 산에 오르는 길이 좋다는 게 무슨 말이냥?
신바닥 : 전에 친구랑 등산을 가는데 너무 힘들어서 친구가 짜증을 막 내더라고요. 왜 이렇게 산이 험한거야, 왜 이렇게 힘들어. 하면서요. 그때 왜 너는 자꾸 산한테 화를 내냐, 네가 체력이 약해서 잘 못걷고 힘들어 하는 거면서.
산은 그냥 산이고 여기 그냥 있는데 사람들이 굳이 산에 오르겠다고 올라와서 그렇게 화를 내는 게 저는 이상하더라고요. 제 친구 같은 사람은 산에 안 가는 게 맞고요. 바다나 산을 싫어한다고 말하는 건 제 생각에는 조금 이상한 거 같아요. 등산길이 힘드니 산에 오르지 않는다, 산에 오르는 걸 싫어한다는 건 말이 되지만요. 강이나 바다도 마찬가지고요.
자연은 그냥 그대로 있는 거고. 인간은 그 안에서 얌전히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가까이 갈 수 있는 걸 감사히 생각하면서 땅이나 물, 나무에 사람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해야하고요.
이가지 : 맞아, 인간이 어디 감히 산을 좋아하니 싫어하니, 말을 할 자격이나 있어. 그냥 고마워나 할 것이지 말이야. 근데 산길이 좋다는 게 무슨 말인지는 아직 얘기 안 한 거 같은데? 인간, 묻는 말에 먼저 대답 하는 편이 어때?
신바닥 : 아이고, 죄송합니다. 산길이 좋다는 말은 지루하게 같은 풍경이 반복된다거나 계속 험한 길만 나와서 힘만 드는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걷기 쉬운 길도 있고 심심할 만하면 힘들고 가파른 길이 나오는 것처럼 잘 섞인 걸 말하는 데요. 오르는 동안 보이는 것들이 달라서 오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제가 여러 다양한 산을 많이 가본 건 아니지만 한라산은 특히나 그래요.
수학여행이나 단체로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할 때는 끝없이 계속 오르기만 하는 시간이 지겹고 힘들기만 했는데 나중에 스스로 선택해서 좀 걷고 싶다, 높은 데 올라가서 탁 트인 풍경을 보고 싶다 하는 마음으로 올라가니까 더 좋은 거 같고요. 그리고 겨울에는 눈이 쌓여 나무마다 눈꽃이 핀 것처럼 아름답고 신비하죠.
이가지 : 아, 나도 눈 좋아. 방에서 본 적 있어. 근데 눈꽃이 뭐냥?
신바닥 : 나무에 눈이 소복이 쌓여 하얀 꽃처럼 보이는 걸 눈꽃이 피었다라고들 말해요. 정말 아름답죠.
눈이 올 때 산을 올라보는 게 제 꿈 중 하나인데요. 눈이 많이 오면 입산이 통제되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없는 꿈 같아요. 눈이 많이 와서 위험할 경우에도 산에 갈 수 없고요. 그렇지만 고도가 높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겨울엔 눈이 쌓여있더라고요. 눈발이 날리기도 하고요.
겨울엔 눈이 많이 쌓여서 평소에 나무 데크를 따라 계단을 오르던 길들도 옆 난간이 눈에 거의 파뭍혀서 어디가 길인지도 알 수 없긴 해요.
이가지 : 아니 그럴 땐 안 가야지. 위험하게 굳이 또 거길 왜 가냥?
# 겨울철 산행 준비물 : 아이젠과 스패츠
신바닥 : 아주 위험하면 못들어가게 하니까 일단 입산이 허락된다는 건 갈 수 있다는 뜻이라니깐요. 이미 저보다 전문가인 분들이 길을 내주셔서 원래 길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갈만한 길은 보여요.
물론 눈이 많이 왔을 땐 특별한 장비가 필요하기는 합니다. 미끄러지지 않게 등산화에 아이젠이라고 뾰족뾰족한 바닥을 대고요. 스패츠라고 종아리쪽에 한겹 싸는 것 같은 장비가 있어요. 바지자락이 젖어서 체온이 떨어지는 것도 막고 옷이 팔랑거려서 어디 걸리는 걸 막기도 하고요. 옷도 땀 배출이 잘 되는 기능성 재질로 입어주는 게 좋죠. 걸을 땐 땀이 나서 더운 것처럼 느껴지는데 잠깐 앉아서 쉬기라도 하면 엄청 추우니까 쉴 때 껴 입을 옷도 챙겨야하고요.
이런 자세한 준비물, 산행 안전 수칙, 코스 등은 한라산국립공원 홈페이지를 통해 꼼꼼히 살피시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때그때 입산이 통제되는 코스들도 있어서요.
이가지 : 맞아, 자기 분수를 알아야지. 인간들을 잘 모르더라. 한라산이 다른 계절보다 겨울에 더 아름다워서 좋아하는 거야? 다른 때는 안 아름다워?
# 눈썰매를 탔어요
신바닥 : 아름답죠. 사실 모든 계절이 아름다워요. 근데 겨울은.. 그냥 더 좋아해요. 왜, 좋아하면 안되나요? 아름답잖아요. 평소와 다른 장면을 볼 수 있잖아요.
몇 해 전 한라산에서 제가 눈썰매를 탔어요. 미끄러지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하면서 걸어야 하는 구간도 있고 또 쉬운 구간도 있고 그렇잖아요. 그런데 미끄럼타기 좋은 곳도 분명 나오거든요. 사람들이 같은 풍경을 보면 같은 생각을 하기 마련인가봐요. 눈썰매 타듯 가지고온 방석이나 비닐로 미끄럼을 탑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푸대자루를 준비해 온 분들도 있더라고요. 숙소에서 미리 다녀온 분들이 어디어디가 미끄럼 타기 좋다, 눈썰매를 준비해가면 재미있다고 알려주셨데요. 그 분이 다 탔다고 푸대를 넘겨주고 가셔서 저도 동행이랑 한참 탔습니다. 그리고 또 다음 분께 물려주고 왔어요.
이가지 : 잘했넹. 인간들도 가끔 보면 제법 쓸만할 때가 있어. 서로 돕고 나누고 그러고들 살아. 그러면 보통 사람들도 겨울에 한라산 갈 수 있어?
신바닥 : 그래도 한라산 등산은 꽤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체력이 약한 분들이 쉽게 시도해볼만한 건 아닌거 같아요. 특히 겨울에는요. 한 8시간 정도 걸린다고 보셔야 해요.
가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복장과 신발로 산을 오르시는 분들이 보이던데 그러면 정말 위험하죠. 자기 체력을 맹신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래도 한라산에 가겠따 마음먹을 정도라면 평소에 운동을 좀 하시거나 걷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이지 않을까요.
저는 야간산행에 언젠가 도전해보고 싶은데 아직 준비가 안 되어서 시도해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라산도 매년 1월 1일 딱 하루 일출을 볼 수 있도록 야간산행을 허가하거든요.
이가지 : 와, 좋겠다. 그래도 나는 집에서 잠이나 잘래. 오늘도 수고했다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