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운동하는 여자가 되어봅시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김혼비 지음) 마녀체력(이영미 지음)

by badac


누구나 마음을 먹고, 시작하면 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힘들다. 지난주까지는 무력감과 게으름 때문에 출근에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역순으로 계산하며 오전 11시 반이 넘도록 이불 속에서 뒹굴었다. 더이상 이렇게는 살 수 없겠다 싶어 이번 주부터 주짓수 체육관에 등록해 10시 반부터 운동을 배운다. 첫날에는 밥 먹고 소화되는 시간까지 생각해서 8시 반에 알람을 맞춰뒀는데 당연히 일어나지 못하고 10분마다 울리는 시계 알람을 끄고 조금 자고 끄고 또 자고를 열 번 반복한 뒤에 겨우 일어나 체육관에 갔다. 며칠 지나니 그나마 기상 시간은 11시 반에서 9시로 당겨졌는데 이젠 너무 아파서 일어나기가 힘들다. 땀을 뻘뻘 흘리며 운동한 게 몇년만인지 목, 어깨, 팔, 허리, 배와 등, 허벅, 종아리, 발목까지 온몸의 근육이 당기고 뻣뻣하고 삐걱대는 소리를 내며 겨우겨우 돌아간다. 잠들기 전 몸을 뒤척이며 자세를 바꾸는 것도 너무 아파서 얌전히 누워서 잠들 때까지 기다리고 일어날 때는 온몸의 힘을 끌어모아 여영차 겨우 몸을 일으킨다. 힘들어서 더는 못하겠다 운동이고 뭐고 이제 그만하겠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다. 앞으로도 몇 주는 더 힘들겠지만 이 시기를 거치면 이런 후들거림을 기쁘게 받아들이게 될 걸 안다. 사실 지금도 매우 힘들고 아프지만 땀을 뻘뻘 흘리고 나면 기분 좋게 고단하다.


무언가에 흠뻑 빠져드는 느낌은 황홀할 수밖에 없는데 운동은 특히 그렇다. 몸을 움직여 어떤 동작을 취하고 그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몸에 익는 직접적인 경험, 절대 못할 것 같았는데 시간을 들이고 훈련을 반복하면 언젠가는 된다는 확신. 그러면서 본인도 모르게 조금씩 강해진다. 죽어라 뛰어도 안 되는 이단 줄넘기에 성공하던 순간, 매번 가라앉고 물만 먹다가 발을 차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가던 날의 기쁨을 기억한다.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고, 강해지고, 즐겁다는 걸 아는데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거금을 들여 개인트레이너에게 3개월 운동을 배우고 나서 근처 헬스장에 혼자 꾸준히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역시나 실패. 그럴 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때마침 주짓수 도장이 새로 생겼다. 요가나 수영처럼 정적이거나 혼자 하는 운동보다는 격렬하게 몸을 움직이고 싶어서 격투기에 전부터 관심이 많았다. 그래! 다시 도전해보자.


운동의 기쁨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마음을 다잡는 의미에서 운동하는 여자들이 쓴 책을 찾아봤다. 책상 위에서 읽고 쓰는 일만 십년 넘게 하다가 마흔에 운동을 시작해 13년차 트라잇애슬릿(철인 3종 경기를 하는 사람)이 된 이야기 <마녀체력>을 먼저 읽었다. 운동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운동을 하면서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특별한 사람만이 운동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메시지를 본인의 경험을 통해 전한다. 나는 운동과는 맞지 않아, 좋은 건 알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사람들에게 권한다. ‘그런’ 사람이 정해진 게 아니라 누구나 마음을 먹고, 시작하면 할 수 있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는 훨씬 재미있다. 축구팬으로 축구를 좋아하던 저자가 직접 축구인이 되어 경기를 뛰고 경기장 안팎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운동하는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맞아, 운동하는 사람이 된다는 건 이런 거지. 축구에 빠져살면서 본인에게 찾아온 신체적, 감정적 변화에서 시작해 ‘남자’들이 하는 조기 축구도 아니고 ‘여자’들이 많이 하는 요가나 필라테스 같은 운동도 아닌 ‘여자 축구’를 라는 점도 흥미진진하다. 정세랑 소설가의 추천사처럼 ‘축구를 비유로 하여 여성의 온몸과 온 삶과 온 세계에 대해 엮어 내는’ 이야기다.

<어느새 운동할 나이가 되었네요> <그녀가 달리는 완벽한 방법>은 사놓고 아직 읽지 못했다. 운동과 담 쌓은 저자가 운동의 맛을 느끼고 운동인이 되어 가는 과정이나 운동하는 여성이 운동을 통해 뜨겁게 세상과 만나는 이야기는 언제나 감동적이다. 사실 <누구나 쉽게 배우는 주짓수 입문>이라는 책도 샀다. 관장님이 설명하는 동작이나 기술을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마치 운동을 글로 배우려는 사람 같아서 머쓱하지만 운동하겠다고 결심하고나서 바로 운동화나 운동복을 사는 것과 비슷하다. 나약한 인간에게 도움이 되는 동기부여는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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