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나는 대로, 기억하고 싶은 대로

이야기는 소설이 되지 못했다

by badac

“여러 사람이 모여 일하는 곳에는 갈등과 의견차이가 있기 마련이죠. 각자의 다른 면이 서로 마음에 다 들지는 않더라도 서로가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며 지금의 이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우리가 그럴 만한 사람들이라는 확신은 있습니다”


“아무리 잘해보자고 해도 하나마나한 말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공통의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확신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진심을 담을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경험한 바 전직원 시무식 같은 형식적인 자리밖에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번엔 진짜다, 라고 하는 말이 믿음직스럽게 들리려면 내년에는 물러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고심해서 방향과 목표를 설정하고 전력을 다해 노력할 수 있겠습니다. 조직진단이든 비전수립이든 그 시간들은 다음 세대인 나를 준비시키는 과정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직을 걸라는 말이네요. 이 제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다른 안이 있으세요?”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그만 두실 건가요?”


“계속 다닐 건데요.”


“조직의 운영방향에 동의하지 않은 채로 그냥 일 하시겠다는 거죠. 왜요? 저랑 같이 일하기 불편하시잖아요”


“제 선택이죠.”


이야기는 소설이 되지 못했다. 사실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기억하고 싶은 이야기를 기억나는 대로 적었다. 어제 쓴 글은 말할 수 없는 내용을 빼고 빙빙 둘러 가다보니 알아볼 수 없는 추상화가 되어 버렸다. 이번엔 말하고 싶은 내용만 잔뜩 멋을 부려 부풀리니 균형이 맞지 않는다. 오늘도 결국 다른 모양새의 추상화가 되었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는 이제부터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살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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