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사전 투표 하고 옴
일정없는 주말이다. 얼마나 기다렸던가. 정말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 청소와 빨래 등 집안일은 내일 하면 되니까. 오늘은 정말 원없이 원없이 늘어져 쉬기만 할거야.
매일 새벽 가지가 밥 달라 깨우는 건 자동반사적인 거라서 오늘 아침에도 일어났는데 그게 3시인지 5시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초인종 소리를 무시하고 그냥 자려는데 그냥 한 번 나가보고 싶은 마음에 나가봤다. 소독하러 다니시는 분이 뿌리는 약으로 할래 놓는 약으로 할래 물어보셔서 찐드기 같은 걸 10개 받았다. 뿌리는 약은 왠지 고양이한테 안 좋을 거 같아서 비몽사몽인데도 재빠르게 선택했다. 어떻게 하는 건지 알려주신다고 바로 하나를 까주셨는데 그건 냉장고 밑에 두었다. 나머지 9개는 그냥 식탁 위에 그대로 있다. 그리고 11시 정도에 배고파서 어제 쪄놓은 감자랑 달걀을 으깨서 마요네즈에 버무려 먹었다. 치즈를 갈아서 올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런데 감자가 맛있는 감자가 아닌지 아주 맛있지는 않았다. 그리고는 다시 잠들어서 오후가 되었다. 여기서부터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남은 감자 세 개랑 댤갈을 먹고 밖에 나갔다 왔는지 나갔다 와서 감자를 먹었는지 헷갈린다. 종일 먹은 것도 같고 한 일도 별로 없으니까. 아! 생각났다. 두 번째로 먹을 때는 사과가 있었다. 사과는 나가서 사온 거니까 두 번째 감자는 나갔다와서 먹은 거로군.
오늘은 20대 총선 사전투표일이다. 한 시쯤이었나 읍사무소에 투표하러 가려고 벌떡 일어났다. 너무너무 귀찮아서 아마 오늘 못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정신이 번쩍 났다. 옷 갈아입기는 귀찮아서 잘 때 입는 츄리닝 그대로 다녀왔다.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많이 기다리지 않고 투표하고 왔다. 찍을 사람이 없어서 생각이 복잡했는데 그래도 투표는 하고 왔다. 사전투표하러 온 사람들이 많은지 주차장이 아주 복잡복잡했다. 나오는 길에는 마트에 들러서 장을 봤다. 딸기도 싸고 꿀꽈배기도 먹고 싶었는데 안 샀다. 오늘 같은 날은 집에 누워서 토할 때까지 먹을 것 같은 장면이 눈에 선해서 일부러 맛있는 건 안 샀다. 돌아오는 주에 도시락 싸고 간단히라도 챙겨먹을 사과, 방울토마토, 오이, 당근, 파프리카, 오이고추, 시금치, 유부초밥을 샀다. 지난 번에 단무지를 사봤더니 아무데나 곁들여 먹기 괜찮길래 단무지도 한 통 샀다. 여름이 다가오니 비빔면이나 냉면을 살까하다가 그거 어짜피 내가 양념장 만들어도 비슷하지 않나 싶어서 소면만 샀다. 집에 와서 정리하다보니 전에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뜯지도 않은 국수가 그대로 한 봉 있더라.
감자 세 개랑, 사과 한 개, 달걀 한 개 으깨고 마요네즈랑 치즈, 발사믹 스르륵 뿌려서 먹었다. 간식으로는 냉동실에 있던 떡국떡을 오븐에 구워서 꿀 찍어 먹었다. 그리고 두어시간 후에 저녁밥이다 생각하고 간장 떡볶이를 해먹었다. 냉동실에 오래된 떡국떡을 처리해야할 것 같아서 대충 만들었는데 맛은 없고 짜기만 했다. 시금치도 넣었는데 너무 짜서 결국 끝까지 못 먹었다.
가지가 계속 따라다니면서 놀자고 하는데 외면하려니 미안하다. 그런데 정말 너무 기운이 없다고 내가. 이해해주라. 밥 주고 물은 갈아 드렸다. 아 생각해보니 화장실은 치웠다. 가지에 관련된 일은 정말 생각없이 반사적으로 움직여서 했는지 안 했는지 헷갈릴 때가 많다. 화장실 한 번 보고 와야겠다.
심심한데 책은 못 읽겠어서 넷플릭스 다시 가입했다. 구독을 하다 말다 하다 말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도 무료로 한 달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김혜수가 나오는 드라마 하이에나 어제 방영분을 봤다. 오늘이 마지막회다. 그거 보고 자야지. 내일은 빨래랑 방청소랑 좀 해야겠다. 환기도 하고. 오늘은 이렇게 적극적으로 빈둥대기로 했으니까 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겠어. 오늘의 일기는 횡성수설이긴한데 그런날도 있는 거지 뭐. 주말엔 읽는 사람도 거의 없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