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어렵지만 습관이 되면 괜찮아져
3년전에 중고로 구입한 내 차는 계기판이 고장나서 가운데 숫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다음 주유시까지 남은 킬로미터를 잘 계산하면 숫자를 추정할 수 있을 거 같아서 기름 넣고 나면 항상 사진으로 찍어놓는데 지난 2년 동안 그 계산을 하지 않아서 맨날 가운데 보이지 않는 숫자가 어떤 숫자인지 전혀 가늠할 수 없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수첩과 펜을 갖다놓고 적어놓고 매일매일의 주행거리를 빼가다보면 알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한 뒤로도 직접 실행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렸다. 수첩에 매일 펜으로 주행거리를 적겠다는 발상이 너무 올드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로 가운데자리를 알아볼 수 없는 주행거리와 남은 주행거리를 적어보니 가려진 숫자가 뭔지 쉽게 알게 되었다. 어떤 부분이 표시되지 않는지도 알아서 거의 매일 아침 자동차에 올라타면 오늘의 주행거리를 적는다. 시동을 켜고 벨트를 하고 수첩에 주행거리를 기록하고 팟캐스트와 네비게이션을 켜고 주행을 시작한다. (1년이 넘은 같은 출근길을 아직도 네비게이션을 켜고 다닌다. 워낙 길눈이 어둡고 운전에 두려움이 많아서 거의 모든 순간에 네비를 켠다. 동네 마트에 갈 때 그냥 간지도 얼마 안 되었다.)
차에 앉자마자 착착 할일이 정해져있는 게 안정감이 들고 기분이 좋다. 나는 꾸준히 성실하게 무언가를 자연스럽게 계속하는 것에서 느끼는 보람과 기쁨이 큰 사람이다. (이렇게 매일 일기를 쓰겠다고 다짐하고 벌써 보름이나 지났다)
아침에 다시 일찍 일어나기
달리기
그림이나 만화 그리기, 악기 연주하기, 노래 만들기
에세이 쓰기
팟캐스트/유튜브 시작하기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일들인데 시작이 잘 안된다.
막상 시작하면 밀어내는 힘으로 또 잘하게 될 거 같기는 한데 그 시작이 정말 어렵다.
한두달 하다 말았던 기억이 패배감처럼 남아서 내가 또 그렇지, 뭐 하다 말겠지 이런 마음도 든다.
달리기도 해보고, 만화도 그려보고, 노래도 만들어보고 시도해본 게 참 많기도 하다고 좋게 생각하면 더 재밌을텐데 말이지.
오늘 유튜브를 하다 잠시 쉬고 있는 친구들에게 왜 다시 하지 않냐고, 언제 다시 하냐고 재촉하면서 나라도 찍겠다는 농담을 하다가 한참 웃었다. 내가 카메라를 드는 시늉을 하려는데 도대체 어떻게 카메라를 드는지를 몰라서 텔레비전에서 커다란 카메라를 든 감독님들처럼 어깨에 메는 흉내를 냈거든. 유튜버들이 드는 카메라는 한 손에 잡히거나 핸드폰이거나 지지대거나 하는데 말이지. 무엇이 그렇게 웃겼는지 숨을 못 쉴 정도로 다같이 한참 웃었다.
농담하며 떠드는 유쾌한 시간과 감각을 기억하고,
조금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일들을 일단, 어떻게라도 시작하는
무모한 용기와 도전정신. 과거의 내게 굉장히 충만했던 그것.
조만간 다시 찾아오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