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죽기 전 마지막 순간에 먹고 싶은 것

by badac

아이고, 늦었다.

매일매일 일기를 써올리기 시작한 지 17일째. 종일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누워있다가도 자정을 넘기기 전에 자신과의 약속 혹은 자신에게 주는 숙제를 마치기 위해 일어나 일기를 썼었다. 16일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그런데 오늘! 아니 어제는 그냥 넘기고야 말았다.
친구네 집에 놀러갔다가 11시가 넘을 때까지 노는 바람에 집에 12시 넘어 들어왔기 때문이다.


친구가 차려준 샐러드와 밀푀유나베 배불리 먹고 남은 국물에 칼국수 말아먹고 죽까지 까지 만들어 먹었다. 그리고도 부족할 거 같아서 ‘김피탕’을 시켜먹었다.

김치피자탕수육이라는 소문으로만 들어본 메뉴를 처음 만났다. 피자 위에 김치랑 탕수육을 토핑을 올린 음식일거라고 혼자 마음대로 상상했다. 배달된 음식을 보고 피자 도우는 맨 밑에 깔려 있는 거냐고 물어서 다들 웃었다. 탕수육을 김치랑 같이 넣고 비빈 뒤에 피자치즈를 올린 음식이었다. 맛있어냐고 묻는다면 음... 굳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대답하기 너무 어려웠다. 그때그때 먹고 싶은 것이 달랐고 매 끼니가 의미있기는 했지만 정말 좋아하는 음식이 있어서 그것만 먹으면 행복해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떡볶이를 좋아하고 자주 해 먹지만 그만큼 미역국, 김치찌개, 된장찌개, 유부초밥, 스파게티도 많이 먹고 도시락으로 자주 싼다. 만들기 쉬우니까. 순두부찌개가 맛있어서 거의 매주 끓여먹다가 요즘은 뜸하다. 시금치가 달고 맛있어서 된장국, 김치국, 카레, 채소볶음, 국수, 라면 등등 거의 모든 음식에 넣어 먹던 시기도 있었다. 내 인생의 음식,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기억에 남는 한 끼라는 게 있을까. 죽기 전 마지막 끼니로 먹고 싶은 음식으로 질문을 달리하니 대답이 더 쉬워졌다. 소고기 안심이나 살치살을 구워 먹고 싶다.

요즘은 거의 매일, 어떤 날은 하루에 세 번까지도 요거트에 견과류를 말아 먹는다. 끼니는 아니고 간식으로. 그렇게 따지면 당근, 오이, 양배추를 생으로 먹는 걸 제일 좋아하는 거 아닌가. 생당근을 좋아한 지는 거의 20년이 되어간다. 처음으로 외국으로 나가는 비행기를 타던 대학생 시절 익힌 당근이 기내식으로 나와서 얼마나 놀랐던지. 아보카도를 처음 먹어봤을 때의 이상한 기분도 어렴풋이 생각난다. 지금은 익힌 당근도 생당근도 아보카도도 너무 좋아한다. 오이나 파프리카도 맛있지만 가격 면에서는 당근이 제일 저렴한 편이라 매주 당근 한 봉씩 사서 하루에 한 개 정도 먹는다. 양배추도 내 입엔 너무 달아서 찌거나 삶아 먹는 거 외에 생으로도 잘 씹어 먹는다. 술을 먹지 않는 대신 마실 거리로는 사이다를 즐긴다. 이번주에는 거의 매일 마셨다. 심지어 어제는 무가당 무카페인이면서 맛은 사이다랑 똑같은 나랑드사이다를 알게 되어 아주 신이 났다. 이번 주말에는 습관적으로 사 놓고 기력이 없어서 요리로 승화되지 못한 순두부 2봉을 꼭 찌개로 만들어 먹어야겠다. 나랑드사이다랑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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