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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스며든 이해

잔잔한 일상에서 밀려온 깨달음들을 기록합니다.

by wona





재미있는 이야기가 생기면

입이 근질거려서 못 참는 편인데,


정작 힘든 일에는 굳이 내색하지 않는 편이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거나 끝이 보일 때쯤,

“나 사실 좀 힘들었어. 근데 이제 괜찮아.” 하고 말하는 정도.

어차피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일이고,

괜히 내 사람을 걱정시키고 싶지도 않았으니까.




그런데 그날은 처음으로 친구에게 말했다.

“00아, 나 지금 힘들어.”


잠시 후, 맥락 없이 선물이 하나 띡 도착했다.

“이게 뭐야? 나 뭐 받으려고 한 말 아니야.”

당황해서 물었더니, 친구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거 위로 아니야. 힘들다고 말해준 게 고마워서 보내는 거야.”





그 말이 마음 깊숙이 스며들었다.

나는 그저 힘들다고 말했을 뿐인데,

친구는 그 사실 자체를 소중하게 받아주었다.


내가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는 걸.

사실 친구는 안아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걸.

그러니, 누군가에게 기대어도 된다는 걸.


그제야, 정말로 이해하게 됐다.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 하면,

책 속에 명언을 남긴 위대한 사람들이나

현존하는 영향력 있는 인물을 떠올려야 할 것 같지만—






조금 더 면밀히 들여다보면, 아니다.









에스테틱에 늦었을 때

“덕분에 원하던 티켓팅에 성공했어요. 행운이죠?” 하고 웃어주던 사장님.


음료 주문이 꼬였을 때

“괜찮아요. 이 음료가 맛있는지 처음 먹어보네요.”라고 말해주던 고객님.


그리고, 힘들다고 말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하는 내게

“말해줘서 고마워.”라고 해준 친구.



하마터면 놓쳐버릴 뻔했던 값진 가르침.

멀리서 온 듯하지만 사실 가까이에 있던 말들.

지금 이 순간에도 나타날 수 있는 감동들.

멍하게 있던 나에게 밀려온 해답들.






그렇게 스며든 이해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렇게 스며든 이해 – 잔잔한 일상에서 밀려온 깨달음들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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