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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을 떠나보내고, 가장 먼저 물건정리를 했다.

나의 ‘꼬이’ 이야기 2

by wona







그러고 보니, 그해 이후로 겹벚꽃을 본 기억이 없다.

모든 준비가 되어 있던 사람처럼 덤덤한 척했지만, 정작 꽃구경할 여유조차 없었던 모양이다.

풋풋한 바람이 불고, 겹벚꽃이 피는 그 무렵에 너는 떠났다.

병원에서 ’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고 했을 때,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나는 바로 알아들었다.

아니, 사실은 병원을 향하는 길에서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나는 정말 어떤 준비를 해야 했던 걸까.

막상 두 달 뒤, 네가 떠나고 난 나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다.


남겨진 것들이 내 마음의 짐이 될까 봐

버릴 것, 나눠줄 것을 분류하고,

오직 추억할 수 있는 인식표 하나만 남겨놓았다.


조각조각 나던 마음을 씩씩한 척 꾹꾹 눌러 담으면

정말 괜찮아질 줄 알았지.









이별이라는 것도 해본 사람이 조금은 더 익숙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것마저 아니었다.

며칠 전, 부모님이 키우던 고양이를 떠나보내게 되었을 때,

나는 전혀 경험자가 아니었다.

이 아이를 보내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아픔은 늘 낯설었고,

허전함은 끝없이 깊어졌다.

익숙해지는 건 이별이 아니라, 이별 후의 나 자신이었다.




아직까지도 억지로 눌러 넣은 감정처럼

어떤 파장이 일어날까 봐 위태롭지만,


그래도 이제는 웃으면서 꺼내보려고

마음을 곱게 잘 개어두었다.







시기도, 스토리도, 감정선도 딱 맞아떨어진

박원의 ‘유어 프리’를 들으면

‘3분 동안은 펑펑 울어도 괜찮아.’

누군가 그렇게 허락해 주는 것만 같아서,

한동안 듣지 못했던 이 곡을, 지금은 그냥 시원하게 울면서 듣는다.




이제는 안다.

마음을 억지로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유연해지는 게 맞다는 걸.

노견이 되어 나를 처음 만났던 모든 상황과 세월을 원망도 해보고,

덕분에 웃었던 많은 날들의 향기를 기억하며 행복해도 보고,

나 아니면 안 됐던 너를 고마워도 해보고,

고작 두 달, 잠시도 눈을 떼면 안 됐던

그 마지막 아픈 시간을 지친다고 길다고 여겼던 나를 미워도 해보고.

내가 보듬어주지 못한 고양이‘하이’의 시간을 미안해해보기도 한다.

이제는 느껴지는 감정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꼬이야, 하이야. 우리 꼭 다시 만나.

그날을 위해,

좋은 이야기 많이 만들어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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