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

by 해야

반 년이 넘게 중고마켓에 올려놓았던 오래된 모자, 회색 청치마, 라벤더색 목폴라 니트를 오늘 하루에 모두 해치웠다.


청모자($5)와 목폴라($5)

중고마켓에서 목폴라를 사기로 한 구매자와 지하철역에서 만나기로 했다. 혹시 일찍 만나기 원하면 알려달라고 메시지를 보내니, "응, 나 지금 지하철이야. 10분 후에 도착해" 란다. 내가 말한 일찍이 '지금'은 아니었는데! 허겁지겁 옷을 입고 장바구니에 담은 목폴라를 들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구매자는 영어가 서툰 히스패닉 여성이었다. 아이와 함께 있던 그녀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돈과 옷을 교환하는데 그녀가 자신의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며 말한다. "너가 올린 모자, 이거 사고 싶은데 말을 못했어." 모자까지 사고 싶다고? 얼마 만에 나타난 구매자인데 놓칠 수 있나. "여기서 기다릴 수 있어? 모자 내가 가져올게." 그녀는 알겠다고 했고, 서둘러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갔다. 방금 7분은 넘게 걸어 역에 도착한 길을 다시 되돌아갔다 또 와야하지만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운동화를 신고 올껄. 발 볼이 작은 장화를 신고 빠른 걸음으로 다시 집과 지하철역을 오가니 몇 개월 전 다친 발가락이 다시 쑤시기 시작해 걸음이 점점 절뚝거려진다. 10달러 벌자고 발을 다시 다치는건가 싶지만 이미 늦은 일이었다. 헉헉거리며 다시 도착한 지하철역에서 다행히 그녀는 사라지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고 그렇게 모자와 옷 쿨거래를 모두 마쳤다.


회색 청치마($5)

쿨거래를 마치고 다음 중고 제품을 처리하기 위해 서둘러 우체국으로 향했다. 요즘에는 잘 들어가보지 않는 중고 마켓 앱에서 5일 전에 누군가가 구매한 것을 어제서야 알아차린 것이다. 사실 나는 지랄맞은 병이 있는데, 중고마켓에 올려놓은 제품이 막상 판매가 되면 미친 듯이 아깝기 시작하고 팔기 싫어지는 병이다. 옷을 택배 봉투에 넣기 전까지 친구에게 카톡으로 물었다. "이거 파는거 맞지? 살쪄서 올 여름엔 어차피 입지도 못하고 내년엔 더 입기 힘들 나이인데. 나 안입을 것 같지?" "응 팔아."

친구의 단호한 답장에 옷을 팔기로 했던 초심을 다시 되찾고 옷을 포장했다. 우체국에서 옷을 보냈다. 이제 아까워해도 소용이 없다. 치마는 내 손을 떠났다.



총 $15의 수입을 번 날이다. 지난 달 보다 $15는 더 저금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난 유혹에 약한 사람, 아니 정확하게는 식탐이 많은 자다. 우체국에서 돌아오는 길에 끊임없이 갈등을 하다 아픈 발을 절뚝거리면서 슈퍼로 방향을 틀었다. 먹어야겠다라고 계속 생각했던 아이스크림을 살까 말까 계속 유혹이 든다. 참으려면 참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최선을 다해 참지 않고 사기로 한다. 아이스크림 가격은 무려 $8. 15달러를 벌고 8달러를 시원하게 쓰는 기분이란. 장바구니도 없이 아이스크림 통을 들고 마트를 나섰는데 싸락눈이 내린다. 이번 달 언젠가는 샀을 아이스크림을 미리 당겨와서 먹는거라고 합리화하며 부은 발을 절뚝이고 눈을 맞으며 집으로 향했다. 15-8=7, 1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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