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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유진 Apr 07. 2023

시작

어느 날 제주의 한 독립 서점에서 미야모토 테루의 생의 실루엣을 읽었다. 서점 사장님이 SNS에 추천하는 피드를 올리셔서 읽어봤는데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글의 목적이 뚜렷하게 있다기보다 단편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에 무슨 말이 하고 싶었던 건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 책에서 손을 뗄 수 없었고 읽어가면서 작가가 경험한 사건과 교차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읊조렸다. ‘아, 글이 되는구나.’ 물론 미야모토 테루는 유명한 상도 받고 여러 권의 책을 써낸 훌륭한 작가이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옮긴이의 말처럼 대단한 사건이나 요란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아도 자신이 겪은 일들을 좋은 문장으로 연결해 펼쳐냈다는 게 중요했다. 누구나 자신이 겪은 것들을 쓸 수 있고 나 또한 그렇다! 


그간 머릿속에 떠다니는 것들을 써내려 했지만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마음 잡기가 어려웠다. 읽힐 글이 안될 거라며 스스로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미야모토 테루의 글을 읽으며 다시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기뻤던 일, 끔찍했던 일, 생각보다 잘 지나갔던 일들을 쓰면서 나는 성립 작가의 그림 한 편을 떠올렸다. 누군가를 안아주는 그림인데 마치 내가 나를 안아주는 듯했다. 그리고 시작하길 잘했다고 앞으로도 잘 살아보자고 다독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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