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하던 사업은 서비스와 정보통신, 그리고 제조업이 결합된 모바일 사업이었습니다. 따라서 개발업체, 제조/생산업체, 반도체 설계업체, 디자인 회사, 금융회사, 콘텐츠 회사, 소프트웨어 회사, 광고회사 등 많은 업체들과 협업이 필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업체 및 벤처 CEO 들을 만났는데요, 그럴 때마다 저는 이 분들이 사업을 시작하거나 창업을 결심한 동기가 무엇이었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졌습니다. 여러 CEO들의 생각과 경험담을 듣다 보니 자연스레 '창업 동기'가 크게 몇 가지로 구분되는 느낌을 받았고, 이 자리를 빌려 제가 생각하고 있는 창업을 하고자 하는 동기들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물론 나이, 성별,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창업에 대한 인식, 성공의 의미, 사업의 목적이 다 다르겠지만 한 번 생각해볼 만한 주제가 아닐까 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들이 많습니다. 상사에게 호되게 당한 날이면 정말이지 회사 때려치우고 그만두고 싶습니다. 승진에 누락되거나, 새록새록 총명한 후배들이 치고 올라오고, 원치 않는 부서로 발령을 받거나 하면 누구나 한 번은 회사생활 못 해 먹겠다는 말이 나옵니다. 주머니 속에 사표 한 장 넣고 다닌다는 말이 남의 얘기가 아닙니다. 요즘 대학 생활은 또 어떻습니까. 대학생의 삼분의 일 이상이 학자금 대출로 등록금을 마련하고 틈 나는 대로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한다고 합니다. 어렵게 졸업을 한다고 해도 취직이 되란 보장은 없습니다. 고학력 대졸자를 받아 줄만한 일자리는 부족하고 석박사 백수가 넘쳐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나라에서는 청년 창업을 부추기거나 독려합니다. 주머니 속의 송곳이라고, 굳이 등 떠밀지 않아도 할 사람은 하는데 말입니다. 게다가 빌 게이츠나 마크 주커버그 같이 유명한 CEO가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에 뛰어들어 성공한 스토리는 '나도 한번 해볼까?'라는 마음을 먹게 만들고 젊은 혈기에 도전의 불을 붙입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러한 현재 상황에 대한 불만이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순간의 감정으로 창업을 하는 것은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실패할 것이라고 '장담'을 못하는 이유는 이렇게 우연히 시작을 하여 성공하신 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분들도 첫 시도로 성공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것이 제 추측입니다. 이런 순간적인 열정은 금방 식게 마련입니다. 처음엔 되겠다 싶어 시작했다가 2-3년을 못 버티고 어려움이 닥치면 바로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이것입니다.
아울러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고 싶은 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고 창업을 합니다. 돈이라는 것은 우리가 살아 가는데 너무나 중요한 요소입니다. 결코 경시할 수 없는 것이며 그렇다고 숭배할 대상도 아닌 것이죠. 아마도 돈에 대해 절제하고 중용을 지킬 수 있는 사람 (탐욕을 조절하고 때로는 베풀 수 있는 사람)이 존경받을만한 사람 이겠지만, 돈을 좋아하고 추구하는 사람이 있다 해도 우리가 그들을 천박하다고 폄하할 입장은 아닐 것입니다. 그만큼 돈은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돈만을 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실, 돈을 많이 벌기만 원한다면 굳이 어렵고 골치 아픈 창업, 사업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말하는 돈이 돈을 버는 일을 하거나, 적절한 곳에 투자를 하거나, 마진을 많이 남기는 장사를 하면 될 것입니다. ‘돈’만을 목적으로 사업 계획을 짜거나 창업을 기획하는 사람의 심리 저변에는 아주 큰 욕심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일확천금’, ‘한탕’, 또는 ‘대박’을 노리는 심리입니다. 즉, 노력에 비해 많은 것을 바라는 마음입니다. 공짜를 좋아하는 심리입니다. 이렇게 출발한 사업은 결과가 좋기 힘듭니다. 그렇게 마음먹고 시작한 일은 오래 지속될 수 없으며 무리한 투자와 계획을 불러오게 되어 있습니다. 돈을 따라가기 때문에 잇권 사업에 매달리게 되고 빠른 결과를 원하기 때문에 로비, 접대에 힘쓰게 되고 때로는 비리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이 경우에 성공할 확률은 0.1% 정도 되지 않을까 합니다.
언젠가부터 마음속에 무의식적으로 ‘나는 내 일을 하고 싶다’, ‘나는 내 일을 가지고 싶다’라고 생각해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단순히 조직 생활에 익숙지 않고 협동심이 부족하여 내 일을 하고 싶은 단편적인 이유가 아니라 선천적으로 주인의식이 뚜렷하고, 내가 책임지고 나서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독립심이 강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러한 사람은 리더가 되어 이끌고 나가는 것을 즐기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책임자로서 고민하기를 멈추지 않고, 희생정신을 발휘할 수 있으며, 조직이 잘 되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움직입니다. 이러한 사람이 사업을 하거나 창업을 한다면 성공 확률은 1% 이상 높아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한 분야에 대해 전문지식이 충분하고, 이에 관련된 일을 하는데 푹 빠져 있고, 심지어는 이 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일이 어떤 일이건 이 분야에 사업가로서 뛰어들기를 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럴 경우는 성공 확률이 가장 높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10% 이상은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러한 사람이 경영, 영업, 사람을 다루는 기술 등 다른 스킬을 겸비하고 있다면 사업가로서 천부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 사람들은 꺼지지 않는 열정으로 똘똘 뭉쳐있고 전문적인 능력으로 무장이 되어있기 때문에 모자라는 역량은 그때그때 전문가의 힘을 빌리든지, 공부를 하든지 어떻게든 돌파하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사람들 중 하나가 우리가 잘 아는 스티브 잡스이며 우리가 매일 접하는 아마존,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 경영자들인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생각해보지 못하고, 자기 자신에 대해 파악해보지 못한 채 무작정 이 분들을 본받거나 따라 하려고 한다면 무모한 행동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과연 어떠한 동기와 마음가짐으로 사업을 시작해야 할까요? 그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순수한 마음’입니다. ‘이 기술을 개발하여 상용화한다면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결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이다’라는 다소 경영 교과서에 나올법한, 일반 사람들이 말로 하기에는 조금 쑥스러운 말, 이런 순수한 목적이 사업의 목표가 되고 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마음가짐이 사업가의 마음가짐이 될 때 성공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성공하신 CEO 들을 만나 보면 바로 이러한 순수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현재에 대한 불만, 돈,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망 등이 이 순수함을 넘어서지만 않으면 됩니다. 사업을 계속해서 지속하고 싶다면 말이죠. (사업 아이템을 성공시켜 적정 가격에 매각하는 exit은 사업을 대하는 본질적 태도와는 별다른 문제이니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얘기하겠습니다.)
사업을 시작하고 창업을 결심하기 전에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가를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우선과제입니다. 시작하고자 하는 동기가 어떠한 것이냐에 따라, 그리고 내가 사업을 하기에 어떠한 자질을 가지고 있는가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위에 적은 내용들이 저의 사업과 그의 실패로부터 배움에 의한 개인적인 철학이지만, 무작정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솟아오를 때 위에 말씀드린 경우들에 한번 비추어 본다면 조금 이나마 보탬이 될 것입니다. 지난 글에도 말씀드렸지만 기업가 정신은 곧 기질이며, 이것은 주인의식이고 희생하는 것이며, 지치지 않는 열정, 그리고 오히려 고생을 즐기는 성향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