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티브 정 Oct 12. 2016

3. 창업을 시작하기 전에 생각해야 할 것들 (1)

지난 두 편을 글을 통해 기업가 정신이란 어떤 것인가, 창업을 하려는 동기와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생각해보는 것, 그리고 창업의 목적은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가 등에 대해 얘기하였습니다. 이번에는 창업 또는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들에 대해 말해보려 합니다. 저는 사실 이런 기본적인 생각들을 정리해보지도 않은 채, 소위 근거 없는 자신감만을 믿고 세상 물정 모르고 사업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은 그렇게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막상 사업을 시작하고 보면 이런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과 여력이 없을 것입니다. 물론 이런 생각들이 잘 정리가 된다고 해도 성공에 가까이 다가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사고의 충분한 성숙함이 없이는 사업의 목적을 이루기가 힘들다는 것입니다. 청년 창업가는 '젊은 늙은이'가 될 정도여야 합니다. 제 생각입니다만 사고력이 무르익고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인 40 ~ 50대가 사업의 적정 연령일 수도 있다고 봅니다.


팀, 신뢰


만약 사업 요소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면 저는 '신뢰로 이루어진 팀'이라고 하겠습니다. 돈도 사업 아이디어도 인맥도 아닌 팀입니다. 사업은 절대 혼자 할 수 없는 것 중의 하나입니다. 요즘 1인 기업이라는 것이 화두인데 그에 맞는 사업도 있을 것이겠지만 만약 점점 규모가 커진다면 과연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있을까요. 가족, 친구 또는 동업자와 같은 '관계'는 중요치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사업을 하고자 하는 뜻을 같이할 수 있는 사람이 '최소 한 명 이상'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장해서 말한다면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은 창업을 하기 전에 전혀 모르던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창업자와 같은 수준의 주인의식, 도덕성, 열정이 같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이 바람직합니다. 서로의 역할이 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변에 보면 '좋은 사업 아이템 없습니까?'하고 묻고 다니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에게도 많은 분들이 찾아와 이런 질문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를 보면 매우 안타깝습니다. 사업 아이디어 없이 어떻게 시작하려 한단 말입니까?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것은 기본입니다. 단, 아이디어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훌륭한 팀은 그런저런 아이디어를 훌륭한 아이디어로 만들 수 있는 팀입니다. 이런 팀이 구성되어 있으면 안 좋은 아이디어로 실패를 해도 다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아주 능력 있는 분과 팀을 이루어 시작을 했습니다. 저는 직장생활을 주로 해왔기 때문에 경험이 많지 않았지만 그분은 많은 사업 경험을 하신 분이고 머리도 뛰어나고 아이디어도 많은 분이었습니다. 사업계획이 차별화되고 새로워서인지 운이 좋게도 투자를 받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대표이사를 맡고 그분은 기술개발을 맡아 역할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러나 경험이 많은 분이다 보니 경영, 직원 관리 등 역할을 넘어선 권한을 행사하려는 경향을 보였고, 개발 부분도 시장에 맞추기보다는 자신의 특출한 아이디어를 실현하고자 하여 시장성이 부족한 제품을 출시하기도 하였습니다. 즉, 나와 같은 열정을 가졌고 명석한 두뇌와 실력도 갖추었지만 사업을 바라보는 철학과 시각이 달랐기 때문에 어긋나기 시작하는 부분들이 생겨 났습니다. 서로 간에 충분한 의견교환과 대화가 부족했던 것도 패인의 하나였던것 같습니다. 


한 가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신뢰감으로 뭉쳐진 팀이라고 해서 모든 의사결정을 '민주적'으로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의사 결정을 투표로 하거나 거수로 결정해서 진행할 수는 없습니다. 사업은 민주적일 수가 없습니다. (저는 막 시작한 스타트업 또는 벤처의 얘기를 하는 것입니다. 대기업의 이사회와는 다르죠.) 사업의 책임자는 한 사람입니다. 바로 대표이사입니다. 예를 들어, 제품의 출시를 이달에 할지 다음 달에 할지를 결정하거나 추가 직원을 채용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등 많은 사항들에 대해서 최종 결정을 해야 할 사람은 대표입니다. 간혹 대표가 잘 모르는 부분에 있어서 전문가인 직원의 의견을 따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그에 대한 결과는 대표가 책임져야 합니다. 그러므로 팀원의 의견을 잘 수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렴된 의견과 다를지라도 최종 결정은 대표가 해야 합니다. 이러한 의사 구조에 대해 팀은 수긍을 하고 동조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저의 경우도 독단적으로 행동하는 파트너가 있었지만 대표인 제가 그 결정을 수용한 것이고 결국 책임을 진 것입니다. 그 상황에서 사업을 진행하는데 무리가 따라 더 이상 같이 하기가 힘들다면 그분을 내보내야 했었습니다. 이렇듯 나와 비전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이 있어야 사업이 잘 진행됩니다. 그래서 '나와 같은 사람'이라고 얘기한 것입니다.


팀과 사람이 중요합니다. 좋은 파트너를 찾거나 만나기 전까지는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것이 좋을지도 모릅니다. 머리 좋은 천재가 회사를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고 인공지능이 사람의 창의력까지 파고드는 시대에는 더 이상 유용하지 않은 얘기입니다.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다면 조직의 다양성을 추구해야 합니다. 아이디어는 어느 순간 섬광처럼 나타나기보다는 여러 사람이 모여 의견을 교환하고 피드백을 주는 과정에서 서서히 부상하는 것입니다. 


사람과 팀의 역할이 중요하여 이번 글에서 집중하여 다루었으며, 다음 글에서 좀 더 다양한 주제를 얘기하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2. 4가지 창업 동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