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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진공원 Sep 13. 2023

요가강사는 처음이라

나의 두 번째 직업

오늘은 역사적인 날이라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았다.

이름하야 요가강사 데뷔날!

나의 두 번째 직업이다.

첫 번째 직업은 한의사, 내가 돈을 벌어본 것은 한의사로서가 유일하다.

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받은 지 드디어 약 4개월 만에 요가로 돈을 벌었다.


1:1 프라이빗 수업이었으며 수강생은 요가를 태어나서 처음 해보고, 운동경력 전무한 50대 중년 여성.

아주 고난도 수강생이었다.

바로 우리 엄마 :)


수강료가 있어야 서로 진지하게 임할 것 같아서 한 달 수강료로 1만원 책정.



작은 거실에 유일한 매트 하나를 펼치고, 나는 얇은 요가 타올만 하나 깔았다.

발리의 요가원 수업에서 알아온 명상음악도 틀었다.

먼저 누운 자세에서 시작해서 손발을 꼼지락 거리고 고개도 좌우고 돌리면서 수업을 시작했다.

앉아서 목을 풀고 어깨를 풀고 고관절도 풀었다.

바르게 서는 자세, 바르게 앉는 자세부터 시작해서 초보자도 따라 할 수 있는 아사나를 하나씩 엄마에게 가르쳐 주었다.

소고양이 자세, 앉아서 하는 전굴자세, 코브라자세...


돈 받고 하는 수업인 만큼 진짜 수업이라고 생각하고 존댓말을 써가며 동작을 하나씩 설명했다.

엄마도 장난치는 기색 없이 내 말에 따라 동작을 따라 했는데 생각보다 잘하는 거다.

그래서 균형이 필요한 나무자세를 시도해 보았다.


처음에는 발목에 발을 대는 것에서 시작해서, 무릎, 허벅지, 사타구니 안쪽까지 잘 따라 하는 엄마를 보고 새삼 놀랐다.


기울어졌어도 나무는 나무.


이건 찍어야 해!

얼른 카메라를 가져와 기록을 남겼다.


"어머니, 처음인데 정말 잘하시네요. 꾸준히 하면 금방 늘 거예요."


어느새 땀을 흘려가며 요가를 하고 있는 엄마의 모습을 보자니 기분이 좋았다.

내가 땀 흘릴 때의 개운한 기분을 엄마도 느끼고 있겠지?


사바아사나


사바아사나의 행복함을 엄마도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음악을 깔고

인도에서 사 온 싱잉볼도 쳤다.

엄마가 사바아사나와 함께 짧은 명상에 빠지길 바랐다.


그렇게 50분간의 수업을 끝낸 후

집안을 걸으면서 다리가 너무 가볍고,

며칠 전에 삐끗한 허리가 말끔히 편해졌다며

좋아하는 우리 엄마!


"다음에 이모도 오라고 해야겠다. 같이 수업해 주라."


수강료 전달


수강료는 기분 좋게 현찰로 받았다. 10%의 팁과 함께.



요가를 시작하고 몸과 마음이 정말로 건강해졌다.

하루의 요가를 마치고 나면 충만해지는 마음과 개운한 몸의 기분 좋음을 알기에

내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부터 같이 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추천을 하곤 한다.


오래 서서 일하느라 항상 다리가 퉁퉁 붓고 아픈 엄마가 꼭 요가를 해봤으면 싶었다.

요가원 다니는 건 엄마의 사정상 마음을 내기가 힘들다는 것을 안다.

이렇게 집에서 내가 직접 가르쳐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인도에서 요가 스승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기서 요가 지도자 자격을 얻고 나면 바로 학생들이 모여들까요? 아니에요. 먼저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무료수업을 해보세요. 그렇게 주변을 대상으로 열심히 가르치다 보면 내 수업을 먼저 찾는 사람이 생길 거예요. 주변에서 추천을 해 줄수도 있어요. 그럼 그때부터 학생이 한 명씩 생기는 거예요."


그 당시에는, '그래, 한국 가면 바로 엄마한테 수업을 해봐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하루 이틀 미루다 보니 이제야 하게 되었다.

내가 요가를 배우는 목적이 누군가를 가르쳐서 돈을 버는 게 아닌 만큼

제일 가깝고 사랑하는 엄마부터 도와줄 수 있다면 그걸로도 큰 보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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