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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ay 싸이 Jun 03. 2024

영주권이 뭐라고 2

라오스 영주권을 따내기 위한 처절한 사투

2023년 2월


영주권을 따야겠다고 생각한지도 3개월이 넘었지만 생각만 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일단 비자는 있겠다 급할 것은 없으니, 내가 하는 모든 일이 늘 그렇듯이 목까지 차오르면 언젠가는 하겠지 하는 심뽀였다. 그새 영주권 서류 절차를 꽤 진행한 친한 한국인 동생이 공안부로 마지막 인터뷰를 간다기에 신청 양식이나 좀 사다달라고 부탁했다. 10만 낍을 주고 받아온 양식에는 총 17가지의 구비서류 목록이 적혀 있었다.


1. 영주신청서

2. 본국 소재 라오스 대사관 또는 영사관의 확인서류

3. 이력서

4. 범죄사실증명서

5. 건강상태확인서

6. 재산상태확인서

7. 영주거소증명서

8. 라오스인과의 관계증명서

9. 전문가 인증서 (있을 경우)

10. 포상이력 및 유공자 증빙서류 (있을 경우)

11. 여권 사본

12. 신분증 또는 운전면허증 사본

13. 출생증명서 또는 부모증빙서류

14. 양자입양관련 증빙서류 (있을 경우)

15. 결혼확인서 (라오스인과 결혼한 경우)

16. 투자허가서 (투자자인 경우)

17. 3X4 사진 8매


......하아...... 그냥 하지 말아버릴까?

일단 마음을 추스리고 당장 가능한 것들을 세어보기나 하자.


1. 영주신청서 : 제공 서식 작성 후 동장 확인 서명

2. 본국 소재 라오스 대사관 또는 영사관의 확인서류 : 번역/공증 마친 모든 서류를 주한라오스대사관에 들고 가서 서류의 진위를 확인받고 확인서 발급

3. 이력서 : 제공 서식 작성 후 동장 확인 서명

4. 범죄사실증명서 : 한국 경찰청(인터넷), 라오스 법원에서 각각 서류 발급

                           → 한국 서류 영어번역/공증 → 라오어번역/공증

5. 건강상태확인서 : 라오스 현지 병원에서 발급 가능

6. 재산상태확인서 : 제공 서식 작성 후 동장 확인 서명

7. 영주거소증명서 : 제공 서식 작성 후 동장 확인 서명

8. 라오스인과의 관계증명서 : 제공 서식 작성 후 동장 확인 서명

9. 전문가 인증서 (있을 경우) 미해당

10. 포상이력 및 유공자 증빙서류 (있을 경우) 미해당

11. 여권 사본 : 여권 복사 → 영어번역/공증 → 라오어번역/공증

12. 신분증 또는 운전면허증 사본 : 주민등록증 복사 → 영어번역/공증 → 라오어번역/공증

13. 출생증명서 또는 부모증빙서류 : 한국 인터넷 발급 → 영어번역/공증 → 라오어번역/공증

14. 양자입양관련 증빙서류 (있을 경우) 미해당

15. 결혼확인서 (라오스인과 결혼한 경우) 미해당

16. 투자허가서 (투자자인 경우) : 투자허가서 복사

17. 3X4 사진 8매


이 중 제일 문제가 될 만한 건 8. 라오스인과의 관계증명서인 것 같았다. 이게 일종의 신원보증서 같은 거라 일반적인 관계의 지인들에게 부탁하기는 어렵다. 라오스인과 결혼하는 사람들이 영주권 신청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개 현지인 배우자가 보증인이 되거나, 투자자인 경우는 보통 현지인파트너가 있기 마련이어서 그 동업자가 보증인이 되기도 한다. 나는 결혼하는 것도 아니고 100% 외국인투자 업체로 등록을 해 놓아서 현지인동업자도 없다. 누구한테 이걸 부탁한다?

1순위로 떠오른 건 집주인 나컨싸이. 물려받은 부동산이 많아 동네 유지이면서, 투자기획부 공무원으로도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왠지 끗발이 있을 것 같았다. 나름 2010년부터 무려 13년째 아무 사고없이 성실한 세입자로 살아주었으니 그 정도는 해줄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했고. 하지만 역시 자본가는 비범한 면이 있다. 자기는 어떤 종류의 보증도 서지 않는단다. 이건 어떤 금전적인 보증이 아니라고, 나 지금 못 믿는 거냐고 떼를 써봤는데도 와이프님과 의논해 보겠다는 문자를 마지막으로 묵묵부답. 쳇 핑계댈 마누라 없는 놈은 서러워 살겠나.

후순위로는 코이카 봉사단원으로 국립대 IT센터에 근무할 당시의 IT센터장님. 당시 친하게 지내기도 했지만, 그동안 매년 삐마이 새해 축제 때마다 국립대에 가서 같이 놀기도 했고, 회식이나 문상 같은 일로 종종 만나 최근 근황을 그나마 제일 업데이트해두고 있는 "명망있는" 라오스 지인이었기 때문에. 국립대에 다른 일로 들르는 김에 센터장님 젤 좋아하시는 양주 선물바구니를 사들고 IT센터에 가서 전화를 했다.


"쌤, 저 싸인데요, 쌤 뵈러 왔는데 사무실에 계세요?"

"싸이? 니 몰랐나? 나 올 1월부터 퇴직했잖아!"

"헐~ 쌤 몰랐어요. 왜 허락도 없이 퇴직하고 그러심? 술 사왔으니 퇴직축하하게 술이라도 먹어요."

"나 지금 일있어서 이번 주 내내 태국 와 있음. 글고 간이 안 좋아서 당분간 금주여~"


영주권 추진사업은 다시 중지.


술도 못 먹는다는 사람한테 술을 안기면서 보증을 서 달라면 별로 좋지 않겠지. 마침 한국에 가있는 친구가 있어 귀국길에 우루사를 부탁했다. 선생님, 간장약 드시고 간 좋아지면 이 술도 드시죠. 그리고 보증 좀 서주세요. 보증 부탁하는 일이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다행히 (양주)병주고 약주는 작전이 통한 건지 아님 그냥 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셨는지 캄판 선생님은 쉽게쉽게 관계증명서를 써주셨다. 감사합니다. 이로써 영주권 시작은 해볼 수 있게 생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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