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권이 뭐라고 6

라오스 영주권을 따내기 위한 처절한 사투

by Xay 싸이

2024년 1월


지난 12월 29일에 구 공안과에서 서류가 다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다른 일정 때문에 받으러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해가 바뀌고 1월 2일 업무를 재개하자마자 달려가서 서류를 받았다. 한국적인 개념으로는 오전엔 시무식 같은 게 있을 수도 있지 싶어서 오후 업무 시작 시간에 맞춰 담당자 사무실에 갔더니 아무도 없었다. 담당자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자 부스스 구석에서 담당자가 전화를 받으며 일어난다. 본인 자리 뒤에 깔아 둔 이부자리에서 점심시간에 자고 있었던 것. 연말연시 힘껏 달리기라도 했는지 불콰한 얼굴, 포마드로 떡진 머리에 까치집을 이고 있었지만 통과된 서류를 내주는 담당자가 이뻐 보이기만 했다.


서식에 적힌 안내문에 따르자면 다음으로 가야 할 곳은 시 공안국이다. 수도인 비엔티안시의 공안국은 중앙 공안부만큼이나 컸다. 물어물어 찾아간 담당부서에 서류를 들이밀자 잘못 왔단다. 구 공안과 다음 순서로 구청 내무과를 통해 구청장 레터를 받아 와야 한다고. 아니 그 까치집 인간은 왜 시 공안국으로 가라고 했냐고. 이쁘다 했던 거 취소. 여하간 구청으로 바로 돌아가 접수를 했다. 소요기간은 2주, 수수료는 15만 낍.


1월 16일에 구청장의 레터를 첨부한 서류뭉치를 받았다. 지금까지 받은 주한라오스대사, 구 공안과장, 구청장의 레터는 양식만 다를 뿐 대동소이한 내용이었다. 여하간 세 곳의 라오스 정부기관에서 나와 내 서류들을 인정한다고 했으면 이제 거의 다 된 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다시 찾아간 시 공안국 담당직원은 서류 하나하나마다 꼬투리를 잡았다. 보증인의 주민등록증 사본을 추가하고 여러 페이지가 축소되어 한 페이지로 복사된 호적부를 원래 사이즈로 각각의 페이지로 복사해 오고, 한국 서류 번역본은 법무부에 가서 등기인을 받아오고, 투자허가서 이외에 사업자등록증, 세무필증, 영업허가증을 더 첨부하라신다. 작년에 발급받은 건강상태확인서, 범죄사실증명서도 사용기한이 지났으니 새로 발급해 오라고. 뭔 종이가 썩기라도 하는 건지. 나머지 것들은 내가 하면 되는 일이지만 보증인 주민등록증 사본은 또 보증인을 귀찮게 해야 하는 일이다. 아쉬운 소리를 최대한 줄여보고자 보증인 선생님께 주민등록증 사진만 찍어서 좀 보내달라고 했더니 두둥! 주민등록증 분실해서 안 만들고 산지 십수 년이 지났단다. 그러면서 공무원증이나 여권으로 신분확인을 할 수 있도록 법률로 보장되어 있는데 왜 다른 신분확인 문서를 인정하지 않느냐고 역정을 내시기에 그 말을 그대로 담당자에게 전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우리 규정이 그래." 하는 수 있나. 선생님이 지방에서 돌아오셔서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아 주시길 기다리는 수밖에.


선생님을 기다리는 동안 다른 서류들을 준비했다.

Family book_MOSAIC.jpg 이게 라오스의 호적부다. 내 호적부도 아니고 보증인의 호적부가 뭐시 중하다고 각 페이지를 일일이 복사해 오란 것이냔 말이다

그냥 똥개훈련시키기란 생각밖에는 안 들었지만 그들은 갑이고 나는 을이다. 머릿속을 하얗게 비우고 시키는 대로 할밖에. 호적부를 포토샵으로 원래사이즈로 복귀시켜 한 장씩 출력해 두고(대학전공 덕에 어려서부터 그래픽디자인 툴을 익혀 놓은 건 아직까지 큰 도움이 된다) 한국발급서류는 지난번 번역업체를 통해 법무부 등기인을 받아두었다. 예전에는 법무부가 근처에 있어서 직접 가도 됐는데 지금은 시내에 있던 관공서들이 대거 외곽으로 신축청사를 지어 이전을 해서 한 번 작심하고 가기가 쉽지 않았다. 서류 일체 등기인 받아다 주는데 130만 낍이라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깎지도 않고 네 그렇게 해주십시오 하고 서류를 맡겼다. 3일 걸린다더니 바로 그다음 날 받아주기까지. 건강상태확인서, 범죄사실증명서도 한 번 떼 본 거라 기계적으로 최대한 빨리 처리했다. 나머지 서류들은 나한테 이미 있는 것들이라 복사만 해 두었다. 선생님 언제 오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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