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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ay 싸이 Jun 03. 2024

영주권이 뭐라고 6

라오스 영주권을 따내기 위한 처절한 사투

2024년 1월


지난 12월 29일에 구 공안과에서 서류가 다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다른 일정 때문에 받으러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해가 바뀌고 1월 2일 업무를 재개하자마자 달려가서 서류를 받았다. 한국적인 개념으로는 오전엔 시무식 같은 게 있을 수도 있지 싶어서 오후 업무 시작 시간에 맞춰 담당자 사무실에 갔더니 아무도 없었다. 담당자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자 부스스 구석에서 담당자가 전화를 받으며 일어난다. 본인 자리 뒤에 깔아둔 이부자리에서 점심시간에 자고 있었던 것. 포마드로 떡진 머리에 까치집을 이고 있었지만 통과된 서류를 내주는 담당자가 이뻐 보이기만 했다.


서식에 적힌 안내문에 따르자면 다음으로 가야 할 곳은 시 공안국이다. 수도인 비엔티안시의 공안국은 중앙 공안부만큼이나 컸다. 물어물어 찾아간 담당부서에 서류를 들이밀자 잘못 왔단다. 구 공안과 다음 순서로 구청 내무과를 통해 구청장 레터를 받아 와야 한다고. 아니 그 까치집 인간은 왜 시 공안국으로 가라고 했냐고. 이쁘다 했던 거 취소. 여하간 구청으로 바로 돌아가 접수를 했다. 소요기간은 2주, 수수료는 15만 낍.


1월 16일에 구청장의 레터를 첨부한 서류뭉치를 받았다. 지금까지 받은 주한라오스대사, 구 공안과장, 구청장의 레터는 양식만 다를 뿐 대동소이한 내용이었다. 여하간 세 곳의 라오스 정부기관에서 나와 내 서류들을 인정한다고 했으면 이제 거의 다 된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 다시 찾아간 시 공안국 담당직원은 서류 하나하나마다 꼬투리를 잡았다. 보증인의 주민등록증 사본을 추가하고 여러 페이지가 축소되어 한 페이지로 복사된 가족관계부를 원래 사이즈로 각각의 페이지로 복사해 오고, 한국 서류 번역본은 법무부에 가서 등기인을 받아오고, 투자허가서 이외에 사업자등록증, 세무필증, 영업허가증을 더 첨부하라신다. 나머지 것들은 내가 하면 되는 일이지만 보증인 주민등록증 사본은 또 보증인을 귀찮게 해야 하는 일이다. 아쉬운 소리를 최대한 줄여보고자 보증인 선생님께 주민등록증 사진만 찍어서 좀 보내달라고 했더니 두둥! 주민등록증 분실해서 안 만들고 산지 십수 년이 지났단다. 그러면서 공무원증이나 여권으로 신분확인을 할 수 있도록 법률로 보장되어 있는데 왜 다른 신분확인 문서를 인정하지 않느냐고 역정을 내시기에 그 말을 그대로 담당자에게 전했더니 돌아온 대답은 "우리 규정이 그래." 하는 수 있나. 선생님이 지방에서 돌아오셔서 주민등록증을 재발급받아 주시길 기다리는 수밖에.


선생님을 기다리는 동안 다른 서류들을 준비했다. 

이게 라오스의 가족관계부다. 내 가족관계부도 아니고 보증인의 가족관계부가 뭐시 중하다고 각 페이지를 일일이 복사해오란 것이냔 말이다 

그냥 똥개훈련시키기란 생각밖에는 안 들었지만 그들은 갑이고 나는 을이다. 머릿속을 하얗게 비우고 시키는대로 할밖에. 가족관계부를 포토샵으로 원래사이즈로 복귀시켜 한 장씩 출력해두고(대학전공 덕에 어려서부터 그래픽디자인 툴을 익혀 놓은 건 아직까지 큰 도움이 된다) 한국발급서류는 지난 번 번역업체를 통해 법무부 등기인을 받아두었다. 예전에는 법무부가 근처에 있어서 직접 가도 됐는데 지금은 시내에 있던 관공서들이 대거 외곽으로 신축청사를 지어 이전을 해서 한 번 작심하고 가기가 쉽지 않았다. 서류 일체 등기인 받아다 주는데 130만 낍이라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깎지도 않고 네 그렇게 해주십시오 하고 서류를 맡겼다. 3일 걸린다더니 바로 그다음날 받아주기까지. 나머지 서류들은 나한테 이미 있는 것들이라 복사만 해 두었다. 선생님 언제 오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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