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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린정원 Jul 10. 2021

끝, 그리고 새로운 시작

스타트업에서 EXIT하는 여러 가지 방법

2021.07.08
오늘에 남기다.



7월 1일부터 출근을 했으니 새로 일을 시작한 지 딱 1주일이 됐다. 첫 날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업무일 기준 5일. 정말 많은 공유문서들을 보며 그 방식과 기록들에 놀라기도 하고 이걸 언제 다 파악하나 눌리기도 했다. 거의 위키백과 보듯이 궁금한 것들을 찾아보면 꼬리의 꼬리를 물고 쏟아지는 문서들이 참 유용하다. 아직 손에 완전히 익지는 않았지만 어디에 어떤 자료가 있구나, 정도만 알아도 많은 부분이 풀리는 걸 체감하며 감사하게 생각하려고 노력중이다(어찌어찌 하다보니 이번이 5번째 일터인데 그 중 가히 압도적으로 스마트한 협업 시스템이다).


내가 그리던 일 잘하는 커리어 우먼이 되기 위해서 아직은 더 많이 경험하고 익힐 것이 많은 것 같다. PM(Product Manager)으로서 결과물이 플랫폼에서 잘 작동하기까지 신경쓸 것들이 많지만 여러 부서와 소통하고 조율하기, 문제를 해결하기 등 과제가 눈에 보인다. 주니어 때는 비교적 주어진 내 업무만 잘 해내도 되었다면, 이제는 전체를 조망하는 안목과 디테일을 챙기는 치밀함이 모두 필요하다. 그런 역량을 더욱 키워나가야겠다. 부족함을 느낀다는 것은 곧 성장을 위한 자극제가 된다는 얘기. 앞으로 한 계단 성장한 나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Aziz Acharki on Unsplash



타이밍이라는 것이 참 오묘하다. 지난 달 초에 원서를 내놓고는 놀 수 있을 때 놀자는 마음으로 친구와 여행을 갔다가, 면접 일정이 잡히고, 돌아온 다음날 면접을 보고 당일 합격 통보를 받았다. 아무래도 휴식에서 얻은 좋은 기운이 전해졌나보다. 그리고 이전 회사 대표와도 원만한 합의 성사, 곧이어 새로운 회사로의 출근, 그리고 드디어 오늘! 모든 채무관계가 정리됐다. 마지막으로 문자를 주고받는데, 그동안의 모든 분노와 후회는 사그라들고, 서로 좋은 앞날을 기원해줄 수 있었다.


비록 임금체불로부터 시작된 퇴사였지만 나에게는 아마도(부디?) 다시 없을 유급 휴식의 시간이었다. 그러는 사이 이전 회사도 새로운 투자처를 확보해서 이렇게 밀린 임금도 지급하고 여러 가지를 정비하는 등 비교적 희망적인 상황을 맞이한 것 같다. 직전 회사에서의 마지막 기억은 좋지 않았지만 그때의 업무경험을 통해 커리어의 방향이 뚜렷해진 건 사실이다. 그리고 기존 이력에 새로운 이력을 플러스해서 긍정적으로 봐준 새로운 회사에서 지금의 role을 맡게 됐으니 감사한 일이다(이전 회사에 비하면 투자금은 훨씬 안정적으로 확보되었으니 그것도 발전이라면 발전인가).


삶이라는 것이, '결과'만 보면 불평할 것 투성이라도 그것 또한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 생각하면 또 견디고 버틸 힘이 생기는 것 같다. 그리고 이번 일을 겪으며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사실이었다. 내 상황은 너무나도 억울하고 분하고 인생에 대해 한없이 후회하게 만들었지만, 늘 그렇듯이 함께 웃고 함께 욕해준(?) 가족들과 남자친구, 그리고 오랜 친구들과 옛 동료들을 비롯한 지인들이 있었기에 폭풍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의미 있는 관계들이 많은 사람이 결국 바다 위의 큰 배처럼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삼십 대 중반에 오랜만에 찾아온 혼돈과 방황의 시기가 이렇게 막을 내린 것에 대해 시원섭섭한 마음을 이렇게나마 남겨본다.
내 인생 n막이여, 부디 아름답게 막을 올리기를!


2021.07.08
오늘에 남기다.


p.s. 이곳에 응원의 메세지 남겨주셨던 분들께도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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