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살기 위한 실패 없는 구매 매뉴얼 #1 : 무선청소기
꾸르륵 꾸르륵 귀엽고 무겁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유선청소기에 익숙해져 있던 사람들에게, 다이슨은 무시무시한 무선청소기를 내놓는다. 사람들이 돈에 압사당하기 직전이었던 걸까? 왜 때문이었는지 다이슨은 폭발적으로 팔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 삼성 LG 일렉트로룩스 그리고 샤오미를 비롯한 중국 제조사들까지 수많은 브랜드에서 무선청소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히 무선청소기의 춘추전국시대라고 할 수 있겠다. 유선청소기보다 편한 것은 알겠고 날렵한 라인의 디자인도 매력적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보가 너무 복잡하고 가격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싸이클론이 어쩌고저쩌고 필터가 어쩌고저쩌고, 80만 원이고 90만 원이고 어쩌고저쩌고. 정말 당신이 선 없이 청소하는데 80~90만 원의 돈을 지불해야 하는 걸까? 그 얘기를 좀 해보자.
나는 물건 구입에 소원한 사람이다. 미니멀리즘 지향자이기 때문에 물건의 유입 자체에 반감이 있는 편이며, 많은 금액이 지출되는 것 또한 반갑지 않다. 구입을 결정하는 것도 오래 걸리지만, 결정 후 실제로 구입하기까지도 신중한 편이다. 그 오랜 기간과 신중한 시간의 결과로 난 드리미 v9을 샀다. 7만 원대부터 100만 원대까지 광활한 스펙트럼을 가진 무선 청소기 시장에서 내가 고작 15만 원짜리 드리미 v9 모델을 구매한 이유를 정리해보고자 한다.
1. 너무 비싸서.
개인의 씀씀이나 소비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70~100만 원선의 고급 청소기의 가격은 부담이 많이 되는 가격이다. 스스로 청소를 해주는 친구들도 50만 원이면 괜찮은 친구를 데려오는데!라는 내적 울음이 널리 퍼졌다.
2. 가격에 포함된 부가 기능들에 공감하지 못해서.
물걸레 청소, 다양한 브러시, 먼지통 스테이션, 어플 연동 등. 보통의 고가의 청소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부가기능들이다. 평범한 규모의 가정집에서. 평범한 목적으로 사용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앞의 부가기능들은 그 필요성을 공감하기 어려웠다.
3. 청소기의 본연의 기능을 생각해서.
청소기는 들고나가지 않는다. 손님이 오지 않는 한, 어느 가격대의 어떤 청소기를 사용하고 있고 그게 좋네마네 구구절절 얘기할 일은 사실 많지 않다. 그래서 고가의 브랜드 제품을 선택하지 않았다. 청소기는 명확하게 필요에 의해 사는 필요재이며, 그 본연의 기능만 온전히 수행 가능하고 불편을 초래하지 않는다면 그걸로 만족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구입목표
가격은 10~20만 원대, 적정 기능 이상 충족하나,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제품
세부 조건
1. 헤드가 너무 쉽게 돌아가는 불편이 없는 것 (다른 구매자분들의 리뷰 참조)
2. 적정 사용을 위한 배터리 사용시간이 보장될 것 (최고 세기 기준 10분 이상)
3. 흡입력이 충분할 것 (120~140AW 정도)
4. 디자인이 무난할 것 (화이트톤 집에 잘 어울릴 것)
사실 세부 조건에서 1~3 정도가 무선청소기에 필요한 핵심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정말 간단하게 구입하고 싶다면, 1~3의 조건만 만족하는 제품을 구입하면 될 것이다. 그 밖의 기능은 대부분 서브 기능이기 때문에 취향에 따라서 선택하면 된다.
고가의 청소기와 중저가의 청소기간의, 배터리 탈착 가능 여부에 따른 중저가 청소기간의 비교를 해봤다. 간단한 가정을 전제로 한 중학교 수준의 수학이다.
Case analysis. 중저가의 청소기(배터리 교체 X) vs 고가의 청소기(배터리 교체 O)
무선청소기에 사용되는 배터리는 현실적 수명은 2~3년이다. 즉, 2~3년마다 배터리를 교체해줘야 한다는 말이다. 무선청소기는 그 흡입력이 모터의 성능과 배터리의 효율에서 기원한다. 따라서 청소기를 보물처럼 쓸고 닦고 관리해줘 봐야 2~3년 후면 첫 만남의 우렁참과 달리 시무룩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가의 청소기는 보통 배터리 교체가 가능하고, 중저가의 청소기는 대부분 불가능하다. 다만 자가 수리 기준으로, 배터리 교체비용은 대부분 5만 원~9만 원 사이를 웃돈다. (LG 코드 제로 A9 배터리는 8만 원대, 삼성 제트의 배터리는 16만 원대)
단, 여기서는 고가의 청소기는 80만 원, 중저가의 청소기는 15만 원으로, 배터리 교체비용은 모두 8만 원으로 가정했다.
1. 고가의 청소기를 하나 사서 3년마다 배터리를 교체해준다고 가정하고 배터리 교체 횟수를 n번이라고 하자.(예를 들어 9년을 쓸 경우 배터리 교체 횟수는 본품의 배터리 1개 3년 + 추가 구입 2개 6년으로 n은 2가 된다)
고가의 청소기 구입 경우, 초기 구입비용 80만 원 + 배터리 추가 구입비용 8만 원 x n번으로 총 80 + 8n 만원이 된다.
2. 반면, 중저가의 청소기는 3년마다 새로 구입한다고 하자. 배터리 교체 횟수와 동일한 주기인 3년마다 제품을 새로 구입해야 공평하다. 초기 제품 구입 횟수 1 + 추가적으로 제품을 구입한 횟수 n으로 총 구입 횟수는 (n+1) 이 된다. 즉, 15만 원을 (n+1) 번 구입하는 꼴이므로, 총, 15 x (n+1) 만원이 된다.
위의 경우에 고가의 청소기와 저가의 청소기의 구입비용이 같아지는 시점은 80 + 8n = 15 x (n+1)을 계산하면 약, 9.2회가 된다. 즉, 3년 주기로 제품(배터리)을 교체한다고 했을 때 27년이 지나야 고가의 청소기 구입비용과 중저가용 청소기의 구입 비용이 같아진다는 뜻이다. 27년 동안 하나의 청소기를 사용한다? 2020년의 오늘 당신에게 1993년의 청소기가 매력적인가?
혹은, 중저가 무선청소기를 배터리를 교체하며 사용해도 그다지 합리적이지 않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단, 미래가치의 현금 할인, 물가상승 등은 그 반영폭이 미약할 것이라 예상해 계산의 편의를 위해 고려하지 않음.)
이는 명확하게 프리미엄 라인, 보급형 라인을 비교한 사례다. 시장 자체는 물론이고 타깃, 전략 모두 다른 제품군을 비교한 것이 사실이다. 혹자는 벤츠 e클래스와 아반떼를 비교한 것과 같다며 비난할지 모른다.
다만, 무선 청소기의 경우 다른 제품과 달리 가격으로 메워지지 않는 배터리로 인한 사용 수명의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배터리 교체와 가격이라는 관점에서 비교했다는 것을 알린다. 물론 이 분석은 되파는 중고거래 가격 방어, A/S차이, 브랜드 가치 차이, 스펙상 나 타지 않는 미세한 성능 차이 등등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요약하자면, 내장 배터리로 운영되는 모든 전자제품에는 수명이 존재한다. 사용시간에 영향을 받는 일반적인 제품과 달리, 무선청소기는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무선청소기는 3년 정도 주기로 교체해주는 것이 필요 불가결하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고민의 결과 드리미 v9을 구입했다. 드리미 v9의 개선 제품인 드리미 v10을 구입하려고 했으나 이마저도 '약간의 배터리 상승 + 약간의 파워 상승 + 의문의 연장관 추가 =4만 원더 비쌈'이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v9을 구입했다. 물론 제품은 잘 받아 문제없이 사용하고 있다. 매우 만족스럽다. 구입을 위한 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는 노 써치를 참조했으며, 리뷰는 다나와 사이트를 참조해 선택했다. 이 글이 저렴한 무선 청소기를 사는 것이 과연 괜찮을지 고려하는 사람에게 조언이 되었으면 한다. 이상 대충 살기 위한 실패 없는 구매 매뉴얼 #1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