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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선 Nov 03. 2022

일상

1.

낯선 공원에서 산책을 했다

한 손엔 장바구니, 다른 한 손엔 버블티 한잔을 들고 지친 몸을 이끌며 걸었다.


왜 걸었는지 모르겠다. 단서를 찾기 위해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을 관찰해 보면, 나는 어쩌면 무기력한 삶을 타파하고 싶어 낯선 곳에서 산책으로 머리를 돌리고, 적당한 곳에 앉아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2.

공원 벤치에 앉아 옆에 신도림을 지나 대림으로 가는 2호선 열차를 보니 그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모습이 피곤해 보인다. 어쩌면 진짜 피곤한 건 나 일지도 모른다.


3.

공원 벤치에 앉아 앞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청춘을 보내는 듯한 사람은 반팔 반바지에 러닝을 하고 있다. 그와 대조적으로 정장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사람은 산책 나와서 신난 포메라니안의 뒤를 힘겹게 따라가고 있다. 산책을 하는 게 아닌 산책을 당하는 사람의 모습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4.

한 곳에 오래 앉아 글을 쓰고 있으니 춥다. 바람을 맞고 있으니 몸이 조금씩 으슬으슬 떨린다. 그래도 대학시절 생각정리를 위해 날이 추워도 운동장에서 하염없이 걷고 또 걸었던 기억이 지금 이 순간과 겹치면서, 이 떨림이 기분 나쁘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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