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동당(東堂) 스님들과 서당(西堂) 스님들 간에 새끼 고양이 한 마리를 놓고 자기네 고양이라고 시비가 벌어졌다. 남전 선사께서 이 고양이를 치켜들고 “대중들이여, 한마디 이르면 살리고 이르지 못하면 목을 베리라!”고 일갈하셨다. 그런데 무소유의 출가 정신을 망각하고 소유욕에 눈먼 스님들 모두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그 가운데 한 사람도 대꾸가 없자 남전 선사께서 드디어 고양이 목을 베어버리셨다.
밤늦게 조주 스님이 외출했다가 돌아오자 남전 선사께서 낮에 있었던 일을 말씀하셨다. 조주 스님은 이를 듣자 즉시 아무 말 없이 신발을 벗어 머리 위에 이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남전 선사께서 “만일 그때 자네가 있었더라면 새끼 고양이를 구했을 터인데....”라고 애석해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