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비바람

by 글쓴이 김해윤


엄마 대신

가게를 보고 있었다.


오후 내내

하늘이 검어졌다 환해졌다.

소나기가 왔다 안 왔다 하더니

갑자기 비바람이 몰아쳤다.


상가 문이 벌컥 열리며

비와 바람이 안으로 쏟아졌다.


명함과 서류들이 날아가고,

의자가 굴러가고

머그컵이 쓰러지며

테이블보 위로 커피가 번졌다.


바람에 문이 열리고

내가 문을 닫는

그 짧은 순간에

가게는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바닥에 흩어진 명함들,

굴러다니는 의자,

넘어진 머그컵,

커피로 물든 테이블보.


예상치 못한 소동이

한바탕 휩쓸고 갔는데

이 상황이 웃겼다.


엉망이지만

치우면 그만이니까

갑자기 마주한 이 순간이

그냥 재미있었다.


흩어진 서류를 줍고

커피가 물든 테이블보를 치우며

생각했다.


내 인생도

예상치 못한 비바람이

이렇게 엉망으로 만들 수 있겠지.


그때도 지금처럼

별거 아닌 듯 웃으면서

헤쳐나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