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쓴 문장은, 내가 아닌 누군가가 되어 떠난다

고르고 고른 글이라도, 누군가의 해석으로 다시 태어나기에

by 새벽의숲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 마음이 글이라는 형태로 남을 때는 더 그렇다.

어떤 말은 지나가지만, 어떤 말은 남는다.

그래서 나는, 내가 남긴 말들을 오래 들여다보게 된다.


언제나 변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굉장히 가벼워 보인다.

하지만 이미 전해져 버린 나는,

스스로의 의지로는 변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

그것은 언제나 상대방의 몫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듬는다.

내가 가진 생각과 감정을, 나를 보는 사람이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문장을 써놓고 멍하니 바라볼 때가 있다.

무언가를 표현했는데, 자꾸만 마음이 남아 있는 느낌.

그게 뭐였을까.

더 말하고 싶었던 건지, 너무 많이 말해버린 건지.

글을 썼다는 안도와 함께 따라오는 건 늘 그 뒤늦은 불안이다.


'이 말이 제대로 닿을까?'

'내가 의도한 뜻으로 읽힐까?'

아니, 혹시 전혀 다르게 해석되진 않을까?


나는 한동안 ‘글은 나의 확장’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말하지 못한 것을 말해주고,

내가 감추고 있던 것을 꺼내주는 것.

하지만 글을 쓰면 쓸수록, 그것은 나의 확장이라기보다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되어 떠나는 나’처럼 느껴졌다.


말은 사라지지만, 글은 남는다.

사람은 변하지만, 글은 고정된다.

나는 계속 움직이는데, 내가 쓴 문장은 어떤 시점에 나를 고정시킨다.

그리고 그 ‘고정된 나’는, 이제 내가 어떻게 말해도 다시 바꿀 수 없다.

이미 누군가에게 닿은 나의 말은

그 사람의 감정과 경험 위에서 전혀 다른 의미가 되어 살아간다.


그래서 나는 다듬는다.

단어를 바꾸고, 문장을 다시 쓰고, 의미를 다시 묻는다.

그 수많은 고침은 완벽을 위한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진심에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이다.


내가 느꼈던 감정이, 내가 했던 생각이,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도 비슷한 울림으로 닿기를 바라는 마음.


때로는 말보다 글이 더 무거운 이유는

그 말이 곧 ‘나 자신’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다시 문장을 고른다.

때로는 쉬운 말을 피해 돌아가고,

때로는 평범한 말을 붙잡고 오래 머문다.


그렇게 조금씩,

내가 쓰는 글과

내가 전하고 싶은 마음 사이의 거리를 줄여간다.


언제나 변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굉장히 가벼워 보인다.

하지만 이미 전해져 버린 나는,

스스로의 의지로는 변화한 모습을 보여줄 수 없다.

그것은 언제나 상대방의 몫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듬는다.

내가 가진 생각과 감정을, 나를 보는 사람이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