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였던 말이, 어느 순간 두려움이 된 어느 하루의 기록
이 또한 지나가리라.
군대에 있던 시절, 자주 떠올렸던 말이다.
그때의 나는 막막한 시간을 견디는 데에 이 말이 꽤 큰 도움이 되었다.
끝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버틸 이유가 생겼다.
이 힘든 시기도 언젠가는 끝날 테니까.
요즘에도 힘들 때면 이 말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처럼 위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두려움이 앞선다.
지금 내가 누리고 있는 모든 것도 언젠가는 사라져 버릴 테니까.
거울 앞에서 문득 깨달았다.
웃을 때 눈가에 남는 주름이 예전보다 깊어졌다는 것을.
아침에 일어날 때의 몸은 더 무거워졌고,
새로운 환경이나 일에 적응하는 속도도 느려졌다.
몸이 조금씩 내 의지를 따르지 않기 시작한다.
지금 앉아 있는 이 자리도, 매일 마주하는 이 사람들도,
언젠가는 그리운 추억 속 한 장면이 되어 있을 것이다.
단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시간.
그 앞에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나를 다독이지 못한다.
좋았던 것도 결국은 지나가버리고 만다는 사실.
이 문장은 이제 내게 '끝이 있다는 위로'가 아니라 '끝을 피할 수 없다는 냉정한 통보'로 느껴진다.
그래서 요즘은 조금 다른 생각을 해보려 한다.
어차피 흘러갈 시간이라면, 그 시간을 조금 더 의미 있게 써보고 싶다는 마음이다.
더 많이 경험하고, 더 깊이 느끼고, 더 다양하게 시도해 보는 것.
집착하지 않되, 너무 쉽게 놓아버리지도 않는 것.
이런 생각을 할 때쯤 흥미로운 문장을 하나 발견했다.
"시간의 속도는 경험의 총량과 관련이 있다"는 말.
이 문장이 마치 내 생각을 확인이라도 해주듯 깊게 남았다.
새로운 경험이 많을수록 시간은 더 천천히 흐른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반복되는 일이 많아지고, 새로움은 줄어든다.
그래서 시간이 더 빠르게 느껴진다고 한다.
어릴 적 여름방학은 끝도 없이 길었는데, 지금은 계절 하나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간다.
그래서 나는 요즘, 늘 미뤄왔던 일들을 하나씩 꺼내 보고 있다.
시작하기 어려웠던 일들, 실패를 걱정해 피했던 일들.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그 안에서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찾아보려 한다.
지나갈 것을 알면서도, 그냥 스쳐 보내기엔 아직 너무 많은 것들이 남아 있다는 마음으로.
어쩌면 우리가 시간을 붙잡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익숙함을 조금씩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심어 보는 일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