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 뒤에 숨어 있던 것들
지하철을 타고 회사로 가던 아침,
평소와 달리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무성하게 자라난 풀들이
선로 양옆으로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수없이 지나친 길이건만,
오늘은 유독 낯설게 느껴졌다.
처음 보는 풍경처럼 새롭게 다가왔다.
문득 깨달았다.
출근길이면 늘 음악에 빠져 있거나,
의미 없이 스마트폰 화면을 넘기기 바빴다.
가끔은 책장을 넘기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 순간들 역시 나에게는 필요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 동안,
창밖으로는 얼마나 많은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을까.
계절마다 색을 달리하는 나무들,
아침 햇살이 만들어내는 그림자의 패턴,
철길 옆 조용히 피어 있었을 작은 꽃들까지.
나도 모르게 지나쳐온 풍경이 얼마나 많았을까.
바쁘다는 핑계로,
익숙하다는 이유로,
그냥 지나쳐온 것들이 생각났다.
언제든지 마실 수 있다고 생각했던 커피 한 잔,
말없이 준비되어 있던 아침 밥상,
귀찮다고 넘겼던 "조심히 다녀와"라는 인사 한마디.
너무 가까이 있어서,
너무 당연해서,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순간들.
그 순간들이 사실은
가장 소중했던 건 아닐까.
모든 순간을 의식하며 살 수는 없다.
하지만 가끔은 오늘처럼,
문득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