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내 청춘을 쏟아부은 숫자, 2190일이 넘는 시간이었다. 열여덟 살에 시작한 꿈은 스물넷의 뼈아픈 현실이 되어, 방 안 가득 습기처럼 내려앉았다.
손에 쥔 리모컨을 누르자, TV 화면이 터질 듯한 화려한 빛을 토해냈다. 웅장한 음악, 눈부신 조명, 그리고 대규모 팬들의 귀를 찢을 듯한 환호성. 오늘 밤도, '그 그룹'의 무대였다. 6년 전, 세상이 멈춰버렸던 그 혼란 속에서 기어이 데뷔하여, 이제는 압도적인 존재가 된 이들.
앵커의 들뜬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데뷔 6년 만에 전 세계 스타디움 투어를 매진시킨 이 시대의 아이콘…"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심장을 짓누르는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저게 나였을 수도 있었다.
모든 것이 끝났었다. 아니, 완벽하게 준비되었었다.
6년의 연습생 생활 동안, 나는 단 한 번도 나태했던 적이 없었다. 체계적인 훈련과 자기 관리는 숨 쉬는 것처럼 당연했다. 그리고 마침내, 결실의 순간이 왔다. 최종 투자자를 만났다. 데뷔곡 녹음을 마쳤다. 안무는 이미 몸이 기억했고, 스타일링과 재킷 사진까지 모두 끝났다. D-Day만 남겨둔 채, 꿈은 손에 잡힐 듯 가까웠다.
하지만, 단 일주일 전에.
세상이 봉쇄되었다.
투자자들은 모두 발을 뺐고,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라는 짧은 통보와 함께 6년의 노력이 공중에 흩어졌다.
그리고 바로 그때, '저들'은 달랐다. 단 일주일. 그들은 나보다 단 일주일 먼저 데뷔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 일주일이 모든 것을 갈랐다. 봉쇄 직전, 간신히 세상에 발을 디딘 그들은 모두가 집 안에 갇혀 있던 시기 TV와 온라인을 통해 안방으로 쏟아져 들어갔다.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 그들에게 열광했다. 그들은 시대를 타고난 행운아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단 일주일 늦었다는 이유만으로, 영원히 기회를 잃었다.
그 자리에 내가 서 있었어야 했다.
화면 속 센터가 카메라를 향해 윙크를 날렸다. 팬들의 비명이 한층 더 커졌다. 나는 그 표정을, 그 제스처를, 연습실 거울 앞에서 수천 번도 넘게 연습했었다. 내 데뷔곡 안무에도 똑같은 파트가 있었다. 3분 17초 지점, 브릿지 직전에 센터가 앞으로 나서며 관객과 눈을 맞추는 순간.
그게 나였어야 했다.
TV 속에서 멤버들이 대형을 바꿨다. 유려한 군무, 완벽한 호흡. 나는 저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아니, 했었다. 최종 리허설 영상 속 나는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완벽했다. 프로듀서도 고개를 끄덕였고, 안무가는 "이 정도면 충분히 통한다"고 말했었다.
통할 수 있었다. 나도.
6년이 지난 지금. 나는 여전히 이 방구석,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댄 채 기약 없는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기회는 그날 이후로 단 한 번도 나를 돌아보지 않았다. 6년의 실력과 열정은 아무도 원하지 않는 낡은 재능이 되어버렸다.
화면이 클로즈업되었다. 리더의 얼굴에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무대를 마친 그가 헐떡이며 미소 짓는 모습, 그 눈빛 속의 성취감과 환희. 나는 그 표정이 어떤 건지 알았다. 6년을 쏟아부은 사람만이 지을 수 있는 그 얼굴을.
나도 저 표정을 지을 수 있었다.
TV 속 리더가 눈물을 흘리며 트로피에 입 맞추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감사 인사를 듣고 있자니, 내 안에 억눌려 있던 뜨거운 감정이 울컥 치솟았다.
"6년간 저희를 믿고 기다려준..."
6년. 너희만 6년을 견딘 게 아니야.
나는 그들과 똑같이 6년을 버텼다. 똑같이 땀을 흘렸고, 똑같이 꿈을 꿨다. 차이점은 단 하나. 그들은 세상에 나올 수 있었고, 나는 그러지 못했다는 것.
모든 노력, 모든 재능, 모든 간절함이... 순전히 불운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로 무효화되었다.
나는 그들보다 게을렀던 적이 없었다. 그들보다 실력이 부족하지도 않았다. 단지, 하늘이 내게 등을 돌렸을 뿐이었다. 지독하게 운이 없었던 것이다.
단 일주일. 고작 일주일 차이로, 저들과 내 인생이 완전히 갈라졌다.
6년의 고통과 인내가 운 좋게 데뷔한 누군가의 6년짜리 성공 앞에서 한낱 먼지가 되는 허무함.
나는 리모컨을 집어던졌다. 텅 빈 방바닥에 부딪힌 플라스틱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화면 속의 축제는 계속되었다.
무대 위 조명이 멤버들을 하나하나 비췄다. 그들 각자의 포지션, 각자의 역할. 나도 내 포지션이 있었다. 메인댄서. 녹음된 데뷔곡에서 내 파트는 두 번째 벌스와 마지막 브릿지였다. 이미 레코딩도 끝났었고, 믹싱까지 완료된 상태였다.
그 목소리가 저들 중 하나의 목소리가 될 수도 있었는데.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나는 한참 동안 멍하니 그들의 무대를 응시했다. 무대의 빛은 너무나 강렬해서, 나의 그림자는 더욱 짙고, 더욱 초라해 보였다.
저 자리. 저기. 저 무대 위.
내가 서 있을 수도 있었던 그곳.
나는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목소리로, 스스로에게 묻듯이.
"왜 하필 그때…."
내 6년은 바이러스의 그림자에 짓밟혔고, 그들의 6년은 시대의 조명을 받았다. 노력과 재능이 아닌, 단 하나의 '때'가 모든 것을 결정했다는 사실이 나를 질식시킬 듯한 허망함으로 몰아넣었다.
TV를 끄지 못했다. 그들의 빛을 외면하는 것조차, 내가 밟을 수도 있었던 그 길을 부정하는 것 같아서 두려웠다.
저게 나였을 수도 있었다는 걸, 잊고 싶지 않았다.
결국 나는, 내가 될 수도 있었던 모습들이 누리는 환호를, 밤새도록 고독하게 지켜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