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구분 짓는 법

by 새벽의숲

같은 동네에서 20년을 넘게 살았다. 스무 해가 넘는 시간 동안 내 일상은 놀라울 정도로 변하지 않았다. 학생일 때 걷던 길을 이제는 직장인이 되어 걷고 있을 뿐, 풍경은 거의 그대로다. 어쩌면 5년, 10년 뒤에도 나는 비슷한 모습으로 이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때로는 이 거대한 반복성이 삶이라는 감옥처럼 느껴진다. 정해진 동선을 따라 맴도는, 벗어날 수 없는 틀에 갇힌 기분. 이 틀을 부수는 것은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거대한 틀 자체를 바꿀 수 없다면, 시선을 돌려 그 안을 들여다보는 수밖에 없다고. 이것이 의미 있는 삶을 위한 노력인지, 아니면 그저 체념의 다른 형태인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저 의식적으로 눈길을 주기 시작했다. 매일 지나치는 낡은 가로수의 그림자, 늘 같은 자리에 주차된 흠집 난 자동차, 퇴근길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잠시 쉬어가는 고양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다. 이것들을 바라보는 행위가 내 삶에 어떤 무게를 더하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저 어제와 오늘을 구분하기 위한 나만의 작은 표식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사소한 관찰들이 정말 내 삶을 의미로 채워줄지는 알 수 없다. 여전히 나는 거대한 감옥 안을 맴돌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다만 오늘은, 어제와 같은 길을 걸으며, 어제는 보지 못했던 건물 모퉁이의 이끼 자국을 가만히 들여다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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